[박종섭 더봄 ] 도시농부의 텃밭 이야기 ② 자신을 희생해 대 잇는 감자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풍부한 영양의 장수식품 행복했던 감자떡의 추억 꽃·씨 아닌 몸으로 번식

2024-04-19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예쁘게 핀 감자꽃. 그러나 꽃도 열매도 쓰임 받지 못한다. /박종섭

텃밭에 뿌릴 씨앗을 고른다. 씨앗도 뿌리는 시기가 다 다르다. 밭을 고른 후 처음 심는 것은 감자다. 감자는 씨눈을 가지고 있다. 감자 한 개가 몇 개의 눈을 틔운다. 불에 그슬려 소독한 칼로 눈을 다치지 않게 몇 조각을 낸다. 그런 다음 눈을 위로 향하게 하여 묻어 주면 된다. 조금은 싹눈이 나온 상태에서 심어주는 것이 좋다.

당분간은 싹이 어미의 몸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자랄 것이다. 물에 사는 가시고기는 새끼를 부화 후 자기 몸을 새끼들의 먹이가 되도록 내맡기고 수명을 다한다. 감자도 그렇다. 싹을 틔우고 자라게 하려고 기꺼이 자기 몸을 내준다.

감자 심는 시기는 지역마다 다른데 중부지방은 3월 하순이 좋다. 감자가 발아하는 온도는 대략 섭씨 15~18도 사이이고, 생육 적온은 14~23도 사이라 한다. 감자는 꽃이 피고 열매도 맺는 식물이다. 그러나 뿌리에 감자가 달리고 그것을 씨감자로 심는다. 주로 감자꽃은 잘라준다. 꽃이 피면 영양분이 그쪽으로 빼앗겨 감자가 크는 데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꽃이 피고 맺힌 열매를 사용하지 않고 감자를 조각내어 씨감자로 사용한 것은 오랜 경험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어떤 감자를 선택해 씨감자로 했느냐는 중요하다. 감자는 어미의 DNA를 그대로 닮기 때문이다. 감자야말로 완전 어미의 복제품이 아닌가 싶다.

자기 몸을 기꺼이 내어줄 씨감자 /박종섭

감자는 여러 가지 요리로 먹는다. 찌개에 넣고, 뼈다귀와 섞어 감자탕이라는 요리로 탄생한다. 조그만 감자는 간장에 조려 반찬으로도 유용하다. 나는 화롯불에 구워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를 좋아했다. 입안에서 녹는 듯한 촉감이 좋았다.

어린 시절 감자는 대표적인 간식이었다. 구워 먹어도 좋고 밥할 때 두세 개쯤 넣어 쪄낸 감자는 그 맛이 일품이었다. 우리나라도 감자를 많이 먹지만, 유럽을 여행해 보니 그쪽은 거의 주식처럼 먹는다. 특히 북유럽 쪽의 감자 사랑은 남다르다. 슈퍼에서 시장바구니에 담는 것에 감자는 빠지지 않는다. 최근 농촌진흥청에 의하면 도미니카 공화국에 한국 씨감자 생산기술 이전으로 감자의 품질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

가을에 수확할 감자 /박종섭

감자는 장수 식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미용에 좋고, 섬유질이 많아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줘 성인병을 예방하고, 탄수화물이 많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감자에 포함된 사포닌 성분은 위궤양과 염증 치료에 효능이 높고 알레르기 체질 개선에 도움을 주며, 폴리페놀의 일종인 화학물질은 암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탄수화물이 걱정되지만, 밥이나 고구마보다 낮아 당뇨병 환자에게도 적절한 식품이라 한다.

지금도 어릴 때 감자 먹던 생각이 난다. 찐 감자를 큰 그릇에 넣어 설탕을 넣고 으깨어 감자떡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다. 우리 형제들은 감자떡을 만들면 모두 둘러앉아 그 맛을 즐겼다. 텃밭에 감자를 심으면서 올해는 어릴 때 즐겨 먹던 감자떡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보다 훨씬 먹을 것도 없이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로 추억 여행을 해보고 싶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