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폭 줄인 K-이커머스, 흑자 전환 돌파구 찾을까

K-이커머스, 지난해 적자 폭 전년비 축소 고정비 절감·특화 전문관 등으로 수익성↑ 중국 이커머스 유입에 충성고객 확보 주력

2024-04-17     류빈 기자
SSG닷컴과 G마켓 등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부터 컬리, 11번가 등이 지난해 적자를 축소했다. /픽사베이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마케팅과 물류망 비용을 지속 투자해 오랜 기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지난해 영업 손실을 축소하거나 흑자 전환에 돌입하는 등 비상의 날개를 펴고 있다. 

'계획된 적자'를 향한 우려를 벗어나 고객 확보 및 수익 모델 구축에 주력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 이커머스의 습격으로 업황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멤버십 혜택 강화 등 충성 고객을 늘리기 위한 전략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과 G마켓 등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부터 컬리, 11번가 등이 지난해 적자를 축소했다. 고정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특화 전문관을 앞세워 거래액 늘리기에 나섰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인건비·물류비 등 고정비 절감
신선식품·화장품 등 특화 전문관 통해 거래액 확대


구체적으로 SSG닷컴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8% 감소한 1조678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030억원으로 적자 폭이 전년 대비 82억원 줄어들었다. G마켓도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9.2% 줄어든 1조1967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은 655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321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3년 연속 1000억원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SSG닷컴은 공산품 대비 정기 구매 빈도가 높아 시장 성장성이 큰 신선식품 시장을 공략하며 수익성 개선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식품 버티컬 전문관 '미식관'을 론칭하고, 이달엔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신선식품 ‘하루’를 출시했다. G마켓은 맞춤형 특가 상품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서비스 기능을 향상시키고, 할인 혜택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비용 절감에도 주력하고 있다. SSG닷컴은 2019년 새벽배송을 위한 재사용 보랭가방 '알비백'을 도입하고 이듬해 온라인 주문 시 제공되던 종이 주문확인서를 모바일로 전환해 지난해 기준 4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또한 SSG닷컴이 지난해부터 G마켓의 물류센터를 이용해 생활필수품 등을 익일 배송하는 '쓱1DAY배송'을 운영하며 양 사 물류 시너지도 내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매출 2조77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 손실은 1436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줄었다. 

컬리는 지난해 오픈한 창원과 평택 물류센터의 생산성 증대는 물론, 기존 송파 물류센터의 철수 등의 영향으로 마케팅비와 물류비, 고정비 등 비용 구조를 개선했다. 이에 지난해 인건비 40억원, 광고선전비 222억원, 운반비 65억원, 포장비 99억원 등 총 477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판매관리비 절감액만 315억원에 달한다. 신사업에 속하는 뷰티컬리와 수수료 기반의 3P, 컬리멤버스 등도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2024년 첫 타운홀미팅에서 '실적 턴어라운드 원년'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 /11번가

2025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는 11번가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765억원) 증가한 865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연간 누적 영업손실은 전년(1515억원) 대비 257억원 감소한 12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11번가의 오픈마켓 사업이 월간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1분기 오픈마켓 EBITDA(상각전영업이익) 흑자도 달성했다. 

11번가는 지난해 초 오픈마켓 사업에서 수익성 중심으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하고 경쟁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신선식품 버티컬 ‘신선밥상’, 가성비 아이템 특화 전문관 ‘9900원샵’을 포함해 명품, 리퍼, 키즈 관련 버티컬 서비스와 특화 전문관을 선보이며 상품 수와 거래액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엔 ‘뷰티라운지’를 오픈해 11번가 뷰티 카테고리 구매 이력 있는 고객 대상으로 혜택을 강화하고, 지난달엔 AI 기반 트렌드 패션 버티컬 서비스 '#오오티디(OOTD)'를 오픈했다.

또한 11번가는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지난해 11월 1차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이어 지난달에는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또한 물류센터 용역을 없애고 일부 내부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획된 적자' 벗어나 수익성 확보 집중
C-커머스 유입에 '락인' 마케팅 강화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처럼 ‘계획된 적자’를 통한 성장을 노리며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부터 할인쿠폰 발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출혈 투자를 이어왔지만, 최근 고금리와 고물가 등 경제 여건 악화로 적자를 계속 이어갈 수 없어 수익성 확보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 더욱 더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업계가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꼽는 ‘유료 멤버십’ 경쟁도 다시 한 번 불붙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 가운데, 각 사는 쿠팡 탈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신규 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 확대를 내세워 충성 고객을 묶는 '락인(Lock-In)'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은 5월 한 달간 그룹사 통합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 클럽 신규 가입 회원 연회비를 기존 3만원에서 4900원으로 인하하고, 11번가는 SK텔레콤 연계 멤버십인 '우주패스 올'의 첫 달 가입비를 기존 99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린다. 컬리는 오는 22∼28일 멤버십 회원만을 위한 '컬리멤버스위크'를 진행해, 행사 기간 동안 멤버십 가입 시 첫 달 회비 무료를 제공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유통 시장 전반적으로 불확실성과 위기감이 커지면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고정비 절감에 주력하고, 각 사별로 특화된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모든 걸 다 파는 이커머스 업체보다 일부 제품군에 주력하며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이커머스 업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유료 멤버십 역시 충성 고객 확보 차원에서 하고 있지만, 쿠팡과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지 않으면 고객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흑자를 내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 등의 정책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