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8조 배당금 외환 유출, 환율 1400원 불붙이나···“기업이 반도체 팔아 상쇄”
4월 기말배당 시즌 도래 상장사 배당 개시 외국인 배당 62억달러 역송금에 외환 유출 반도체 수출 회복·금융 투자 외환 유입 확대 ‘계절적 요인’에도 원/달러 환율 영향 미미 1400원 환율 고금리 장기화·중동 긴장 기인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터치했다.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돌파한 가장 최근 시점은 2022년 9월 22일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9%대 물가를 잡기 위해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4%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던 때로 1년 5개월 만에 고환율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은 상장사가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액을 지급하는 시기로 오랫동안 외환이 유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금 유출은 고환율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전문가는 주식 배당금과 외환 수급 관계 추이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며 이는 이미 리먼 사태 이후 굳어지고 있다고 본다. 반도체 기업의 수출 호재도 외국인의 배당금 역송금으로 인한 자금 유출을 상쇄하는 요소다. 즉 지금의 고환율 상황이 배당금 지급에서 기인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역송금 이슈는 2010년 이전부터 있던 것인데 리먼 사태 이후 상황이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국가가 되고 해외 직접 투자나 증권 투자가 많아지면서 벌어오는 자금이 많아지게 됐으니까요. 자금 유입이 최근 몇 년 사이 더 커지면서 (배당금 역송금이) 원화 가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16일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에 대한 주식 배당금과 외환 유출 및 수급 여건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역송금으로 유출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유입량도 많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4월은 지난해 기업 실적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개시되는 시기로 한 해 배당의 60~70%가 이때 집중된다.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상장사가 배당금을 배분하기 시작했으며 △기아 4월 15일(5600원) △삼성전자 4월 17일(361원) △네이버 4월 17일(790원) △현대차 4월 19일(8400원) △포스코홀딩스 4월 19일(2500원) △셀트리온 4월 23일(500원) △SK하이닉스 4월 24일(300원)에 지급 예정이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는 배당액 총 43조5000억원 중 27조6000억원(63.5%)이 지급됐다. 국내 주식의 약 35%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지난해는 9조 규모의 배당액이 지급됐다. 올해는 총 62억달러(한화 8조6453억원)의 배당액이 지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에는 이 자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 수급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의미한 계절적 요인(4월 배당)은 지난 10여 년간 원/달러 환율에서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은행 간 스팟 거래(Spot Transaction, 특정 거래일에 쌍방이 합의 가격에 다른 통화를 사거나 파는 거래)만 따지더라도 (외환 거래량이) 100억 달러가 넘는데 4월 집중되는 때 배당금 나가는 규모를 따져봤더니 1억 달러에서 많아야 3억 달러 정도입니다. 10억, 20억 달러 정도 크면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규모로는 대부분 묻힌다는 겁니다. 즉 외환 거래량이 충분히 많아서 배당으로 인한 유출을 소화할 능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 배당 역송금 규모 자체가 외환 하루 거래량에 비견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이 같은 국내 외환시장 소화력과 더불어 선반영(환헤지) 가능성 감안 시 원화 가치를 절하시키는 등의 환율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 배당금이 공표된 시점(기업 실적 결산)에 외국인 투자자는 선물환 매수를 통해 환위험 관리를 하는데 이 때문에 정작 배당금 수급 시기는 이에 대한 효력을 발생시키는 과정으로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 등 상품수지 회복으로 인한 자금 유입도 자금 유출을 상쇄한다. 최근 삼성전자를 선두로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1.2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 됐다. 중국 경제 회복 조짐에 한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월 44.0%, 2월 38.7% 증가했다. 대(對) 홍콩 반도체 수출은 1월과 2월 각각 200.1%, 247.2% 증가했다.
외환당국도 나서 1400원 환율 멈춰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달러 부추겨
외국인에 대한 8조원 규모의 배당과 역송금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지만 현재 환율은 배당 시기에 맞춰 솟구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선을 넘었다.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까지 하며 상승 압력을 제어했고 환율은 오후 4시 14분 기준 1393.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89.9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오전 장중 1400.24원까지 올라섰다. 이 부전문위원은 중동 불안에 따른 달러 강세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 지연도 배경에 깔려 있다.
“중동 리스크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면서 달러 강세가 한국을 비롯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경제 호황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하 시기도 밀리는 상황에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예상치(3.4%)를 상회한 3.5%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3월에서, 5월, 이제는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달러 가치는 갈수록 상승세를 보인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후 4시 19분 기준 106.31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달러인덱스가 100 이상이면 강달러 상황이라고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