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톡톡] 디즈니 드라마 '지배종' 속 배양육,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지배종', 배양육 소재 삼아 국내 대체육 시장 2025년 295억원 성장 전망 CJ·대상·풀무원·롯데·농심 등 배양육 개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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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BF의 영역은 바닷속까지 확장됐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4대 수산물 참치, 연어, 고등어, 새우의 완벽 배양에 성공했습니다. 저희 BF의 수산물에는 기생충, 미세플라스틱, 수은이 없습니다.”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10일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지배종>에서 가까운 미래의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로 분한 배우 한효주의 대사입니다. 이 드라마는 미래 식품산업의 화두로 꼽히는 '인공 배양육'을 소재로 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K-콘텐츠에 배양육이 중심 소재로 등장한 것은 국내 최초이기에 국내 배양육 산업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배양육은 동물의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맛과 영양성분이 고기와 유사한 형태로 만들어 낸 것으로, 세포 공학 기술이 적용된 식용 고기를 말합니다. 가축의 도축 없이 생산 가능한 대체 단백질인데요.
세포 배양육은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1세대 대체육인 식물 단백질 제품보다 더 기존 육류와 유사한 풍미를 재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육류 생산기간이 약 6주 내로 전통적인 축산에 비해 짧은 데다 인구 증가에 따른 육류 요구량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에 탄소 중립, 동물 윤리, 식량 안보 등의 이유로 미래 먹거리 대표 주자가 대체육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배양육은 기존 축산물보다 토양 사용량은 99%, 온실가스 배출량은 96%, 에너지 소비량은 45%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배양육이 상용화됐습니다. 지난해 6월 미 농무부(USDA)는 '업사이드 푸즈'와 식품 기술기업 '잇 저스트' 계열사 '굿 미트' 등 배양육 스타트업 2곳에서 생산한 세포 배양 닭고기의 일반 소비자 판매를 처음으로 승인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AT커니는 2040년 배양육 시장이 4500억 달러(약 586조7550억원) 규모로 성장해 육류 시장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배양육 시장도 성장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를 지난해 1930만 달러(약 251억원)에서 연평균 8.3% 성장해 오는 2025년 2260만 달러(약 295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배양육과 관련된 법이나 식품 인허가 체계가 그동안 없었지만 최근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세포·미생물 배양 등 신기술을 적용한 원료가 식품 원료 인정 대상이 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신기술을 적용해 생산된 원료를 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절차를 규정한 '식품 등의 한시적 기준 및 규격 인정 기준'을 개정·고시했습니다. 배양육에 대한 안전 검증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어 상용화를 위한 밑받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올해 해양수산부가 새롭게 시작하는 연구개발(R&D)사업 13개 중에 수산 배양육도 포함돼 있습니다. 수산 배양육은 수산생물 유래 세포를 활용해 육고기와 흡사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국내 식품기업들도 배양육을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롯데그룹, 농심 등이 배양육 관련 연구개발(R&D) 및 글로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21년 이스라엘 기업 알레프 팜스, 싱가포르 시오크미트 등 배양육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해외 벤처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세포배양기업 케이셀에 투자했습니다.
대상은 식물 대체육을 넘어 배양육으로도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상은 2021년 배양육 선도기업인 스페이스에프와 배양육 및 세포 배양용 배지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업무협약에 따라 배양육 대량생산을 위한 대량 배양 설비를 도입하고, 2025년까지 배양 공정을 확립, 제품화하는 데 협력할 예정입니다. 같은 해 엑셀세라퓨틱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소태아혈청을 뺀 배양육 배지 조성을 개발하고, 배양육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배지를 상용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풀무원 역시 내년에 배양육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개발해 상품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풀무원은 국내 배양육 개발기업인 심플플래닛과 배양육 원료에 대한 세포배양 안전성 실험을 진행하고, 하이브리드 배양육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푸드나무도 100% 자회사 에프엔프레시를 통해 배양육 연구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 에프엔프레시 연구소는 재래 닭 및 다양한 품종의 계육에서 세포공학 기술을 접목해 근육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조건을 확립하고, 분리한 근육 줄기세포의 대량 배양 및 세포주 확립을 위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근육 줄기세포 증식 및 분화 효율 증대를 위한 다양한 조건들을 적용해 배양육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 최적화를 위해 연구 영역을 넓혀가는 중입니다.
다만 배양육이 완전히 상용화되기 위해선 맛과 생산 단가를 최소 기존의 육류 수준으로는 맞춰야 합니다. 아직은 생산비가 다소 높다는 점이 해결 과제로 꼽히지요. 세포를 키울 때 대량으로 사용되는 배양 배지의 안전성도 확보해야 하고, 또한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신뢰감을 높여야 하는 것도 여전히 숙제로 남습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기업들 대다수는 이미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술력까지 올라왔으나 기존 식품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충분한 양을 생산하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비자에게 좀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배양육 상용화 초기에는 이미 상용화가 진행된 식물성 대체육에 세포 배양육 소재를 섞어 실제 고기의 식감과 풍미, 영양을 구현한 하이브리드 육으로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