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참패에 87조 적자까지···법인‧상속세 감세 정책 동력 상실

세수 감소로 적자 폭 증가 野 감세 동의 가능성 작아

2024-04-12     김민 기자
지난해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87조원(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4·10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상황에서 지난해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87조원(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법인세 및 상속세, 부가가치세 완화 등의 감세 정책이 급격히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열어 심의·의결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 주요 내용'을 보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36조 8000억원이다. 예산을 짤 때 목표로 삼은 적자 규모(13조 1000억원)보다 적자 폭이 23조 7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차감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7조원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상 흑자를 내는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마찬가지로 예산상 적자 계획(58조 2000억원)보다 28조 8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잠정)로 집계됐다. 정부의 건전재정 적자 비율 관리 기준 '3%'를 훌쩍 벗어난 수치다. 정부는 2022년 8월 '2023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때 총지출 증가율을 5.2%로 낮추며 '건전재정 기조 전환'을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5년(2018∼2022년) 총지출 증가율 평균은 8.7%였다. 이와 함께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2022년 5.1%에서 2023년 2.6%로 낮춰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 예산안에 견줘 적자 폭이 이처럼 불어난 이유는 세수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애초 정부 전망과 달리 국세 수입은 2023년 연초부터 쪼그라들며 결과적으로 예산 대비 56조 4000억원 부족해졌다. 그 결과 지난해 총수입은 573조 9000억원으로 예산안에 견줘 52조원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함에 따라 감세 정책의 전망이 매우 어두워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속, 증여세나 법인세 완화 등을 대표적인 '부자 감세'라며 비판적으로 본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는 국내의 상속세 부담이 해외에 비해 과도하다는 인식 아래 개편 의지를 보여왔다. 다만 민감한 이슈임을 고려해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내세워 왔는데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국민의힘 당선자 중에서도 경제정책을 강경하게 추진할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또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정부가 추진하려던 법인세 추가 인하도 힘들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았던 일부 생필품에 대한 부가세 인하 등의 감세 카드도 전날 한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됐다.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내놓은 금투세 폐지 계획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를 통한 수익이 연 5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초 금투세 전면 폐지 방침을 밝혔지만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을 고치지 못하면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늘리면 법인세를 깎아주는 등의 방안도 준비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개인투자자의 반발이 거센 금투세 시행은 추가적인 유예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국가결산 결과는 국가재정법상 발표 시한인 4월 10일을 하루 넘겨 발표되면서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일부러 일정을 조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감세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의석을 175석 차지한 상황에서 국가결산 결과도 좋지 않은 만큼 경제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