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기기업체 공모가 25만원?···에이피알·신한투자증권 뻥튀기 상장 논란 왜
‘김희선 마사지’ 유명세 상장당일 46만원 ‘묻지 마 청약’ 판치는 IPO 시장 주가는 뚝 에이피알 “뻥튀기면 금감원 승인 못 받아” 신한투자證 “수요 예측 결과 공모가 결정”
들고 있던 주식을 상장 당일 시초가에 던지기 위한 ‘묻지 마 청약’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횡행하는 가운데 애초에 발행사와 주관사가 공모 가격을 실제 기업가치 이상으로 높이는 ‘공모가 뻥튀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대치를 있는 대로 높여 시선을 끌고 주가를 큰 폭으로 높인 후 기관 등 큰손이 던진 물량을 받은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입은 채 빠져나오지 못하는 양상이다.
IPO 대어로 불리며 ‘김희선 마사지’로 유명해진 에이피알이 대표적이다. 에이피알은 주가 악재인 정부·여당의 총선 패배와 미국 물가 이슈에도 주식시장에서 선방했지만 약 한 달 전 최고가에 비하면 반타작이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에이피알은 전장대비 1만3500원(6.07%) 오른 23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1만1500원까지도 하락했지만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에이피알은 6주 전인 지난 2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당일 역대 최고가인 46만7500원까지 올랐다. ‘묻지 마 청약’으로 시초가 매도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물량을 쏟아내자 주가는 어김없이 하락했고 고점 대비 15만원(32%) 빠진 31만7500원에 상장 후 첫 거래를 마쳤다.
이후 에이피알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했고 30만원선은 금방 깨졌다. 이날 최저가(21만1500원)는 상장 후 31 거래일 중 역대 최저가였다.
주식 발행사와 주관사의 공모가 뻥튀기와 과장 광고에 책임이 조명된다. 기대치를 높여놓곤 상장 후 ‘나 몰라라’한다는 것이다.
에이피알의 상장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다. 대표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신한투자)으로 이들이 협의해 공모가 확정 기준이 되는 희망공모가액을 결정했다.
본지가 에이피알의 증권신고서를 확인해 본 결과 이 회사의 희망공모가액은 14만7000원~20만원이었다. 557억1300만원~758억원을 모집총액으로 잡았다. 이후 신한투자와 하나증권, 에이피알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확정공모가액으로 25만원을 결정했다. 희망공모가액 상단 기준보다 5만원 더 올렸다. 이로써 모집총액은 947억5000만원이 됐다. 에이피알이 주력으로 하는 피부미용기기 사업에 이만한 투자금액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에이피알은 공모가 뻥튀기 논란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애초에 문제가 있었다면 금융당국이 승인해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코스피 상장 전에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가 이미 되고 있었고 본사가 희망하는 모집 자금에 대해 주관사와 논의를 걸쳐 희망공모가액을 결정했다”면서 “본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고 금감원에 이와 관련한 서류를 제출하면 PER(주가수익비율)이라든지 PBR(주가순자산비율) 등 지표들을 고려해 (금감원의) 승인이 떨어진 후에 희망공모가액이 결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확정공모가액이 25만원으로 상향조정된 것은 수요 예측에서 기관의 85% 이상이 25만원 이상을 기입해주셨기 때문이다”면서 “기관들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돈을 더 들여서라도 물량을 더 배정받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뻥튀기 상장 논란과 관련해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본지에 “주관사는 인수주관업무 규칙에 따라 주관업무를 하기 때문에 본사가 따로 입장이 있지는 않다”라면서 “공모가는 수요예측 결과를 근거로 발행사와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홍보 공세에 상장일 따따블 예상했지만
소문 난 잔치 먹을 것 없었던 에이피알
‘김희선 미용기기’로 관심을 끈 에이피알이 상장 전부터 언론을 통해 노출한 장밋빛 보도도 기대치 상승에 기여했다. ‘대어(大漁)’, ‘뷰티업계 애플’로 불린 에이피알은 상장 직전까지 해외 진출 소식과 30대인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의 비전이 담긴 인터뷰 기사가 노출되며 투자자 관심을 끌었다. 상장 직전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기대마저 부풀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공모가 대비 약 80% 상승에 그쳤다.
개인 투자자가 46만원대 최고점에 잡은 이유는 기대감에 기인한다. 공모가 대비 400% 상승할 줄 알고 투자를 감행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경영을 성실하게 해서 좋은 실적을 만드는 게 역할이고 투자와 관련해서는 증권사나 개인투자자의 영역인데 돌려서 이야기하면 따블이나 따따블을 못 갔다는 게 기업의 책임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주가는 살아있는 존재고 상장이 됐을 때 (주가가 하락해서) 개인 투자자분들의 안타까움이나 어려움엔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상장한 지 한 달도 안 된 ‘새내기주’ 아이엠비디엑스와 엔젤로보틱스도 에이피알과 같은 패턴이다. 엔젤로보틱스의 경우 지난달 26일 상장해 5만500원에 시가를 형성, 당일 7만7000원까지 올랐다. 12거래일 후인 이날 종가는 5만600원이었다. 지난 3일 상장한 아이엠비디엑스도 2만8550원에 시가를 형성, 당일 4만550원까지 올랐지만 6거래일만인 이날 종가는 2만450원을 기록했다.
삼현, 오상헬스케어, 케이엔알시스템, 이에이트, 코셈 등도 동일한 추이를 보였다. ‘기업가치 보면 돈 못 번다’는 말이 기관투자자 사이에 퍼지면서 공모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새내기주에 투자한 개미들은 이런 사정은 알지 못한 채 손실을 입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