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탄핵·개헌선 막았지만···여소야대 극한 대립 되풀이 우려
거대 야당 입법 독주 尹 거부권 반복 예상 당 장악력 약화 변수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4·10 총선 결과 '정권 심판론'에 무게가 실렸다. 여소야대 의회 지형이 또 공고해져 거대 야당이 의석 수를 힘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극한 대립의 정치가 재현될 전망이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개표 현황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원내 과반을 넘는 175석을 차지해 정책·입법 주도권을 사수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개헌선(200석)을 가까스로 막아낸 108석에 그쳤다.
국민의힘 성적표는 표면적으로 지난 총선 103석보다 5석이 늘어났지만 상황이 어두운 형국이다. 민주당의 제외한 야권이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새로운미래·진보당(각 1석)을 얻어 '반윤'이라는 기치로 국민의힘을 포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개표 결과를 보면 동서로 나뉜 지역 구도가 명확해졌다. 민주당은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102석(서울 37·경기 53·인천 12)을 석권했다. '텃밭'인 호남(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과 제주 3석을 모두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의 25석을 모두 차지하고, 부산·울산·경남에서 40석 중 34석을 확보하는 등 전통적 강세 지역인 영남권은 지켜냈다. 강원도 8석 중 6석을 확보했다.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참모 사퇴를 신호탄으로 의정 갈등 수습,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재개 등 국정 기조의 전환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내달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은 물론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차지하며 법안·예산 처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채상병·이종섭 특검과 국정조사로 압박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 추진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이나 야권 주도의 개헌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정부 주도의 국정과제와 예산안 추진에 큰 제약이 생길 위기에 직면했다. 조기 레임덕(권력 누수) 가능성도 있기에 중단된 인적 쇄신 및 야당과 협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국회 재의결에서 국민의힘 반대로 폐기된 법안이 8개에 달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는 나경원·안철수·김기현 등 친윤 패권주의에 밀려난 중진이 생환해 대통령의 당 장악력 약화에 따라 재의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선거 과정에서 지지율 정체 속 정권 심판론 극복을 못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책임론도 부상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선거 참패 뒤에 벌어지는 희생양 찾기는 뻔하다. 서로 상대방 탓을 하는 것"이라며 "말로는 환골탈태하겠다고 하지만 경색된 당정 간 소통을 풀어야 한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도록' 인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참패 성적표를 받은 데 대해 여권 내부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며 "역대급 참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정에서 책임질 사람들은 모두 신속히 정리하자. 폐허의 대지 위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뜬다"며 "DJ(故 김대중 전 대통령)는 79석으로 정권교체를 한 일도 있다. 다행히 당을 이끌어갈 중진들이 다수 당선돼 다행이다. 흩어지지 말고 힘 모아 다시 일어서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