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필수 외국인 일손, '작업장 근처 간편 숙소' 못 쓰는 이유
농지법상 가설건축물 축조는 불법 숙소로 사용 시 외국인 고용 못 해 기존 숙소 용도 변경하기도 불가능 '체류형 쉼터' 정책서 가능성 확인
농업 현장은 농번기의 극심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고용하고 있다. 농가주는 외국인 근로자가 머물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해 원활한 작업을 지원하고자 하지만 농지법상 합법인 숙소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아 법 개정이 촉구된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농업 현장은 인력난 타개의 방편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일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5만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농업 분야에 투입됐다. 이중 3만5000여명은 일손이 특히 더 부족한 농번기에 고용된 계절근로자였다.
농업 특성상 근로자의 숙소는 작업장과 가까울수록 좋다. 따라서 다수의 농업경영체는 농지에 농막 등의 조립식 가설건축물을 지어 숙소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농지에 설치된 가설건축물을 외국인 근로자의 숙소로 활용하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에 가설건축물을 짓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는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농업경영체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허가를 불허하기로 했으며 만약 해당 행위가 적발될 경우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인정받아 외국인 근로자가 여기서 생활하게 하려면 농가주는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농지에는 전용 허가를 얻어야만 건축물을 새로 지을 수 있고 이미 지어져 있는 가설건축물의 용도변경은 불가능하다.
허가를 얻는다면 합법적인 '농지 내 가설건축물 숙소'에 외국인 근로자를 입소시킬 수 있지만 농업인의 과반수는 농지 소유주로부터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기 때문에 해당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201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농업인 중 임차농의 비율은 56%에 달했다.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농지의 임대차는 질병·징집·상속·이농 등 일부 사유에만 허용돼 서류상 기재되지 않은 불법 임대차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전문가는 최근 발의된 농촌 활성화 정책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지난 3월 초 농지에 가설건축물 형태로 축조되는 '농촌 체류형 쉼터'를 주거 시설 범주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도시민이나 주말 체험 영농인 등의 농촌 체류를 유인하는 정책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부의) 이런 제도 개선이 비농업인뿐만 아니라 농업인에게도 도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농지 상 가설건축물을)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로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농막 같은 가설건축물은 땅을 파거나 콘크리트를 타설할 필요가 없어 농지 훼손이 덜하고 철거가 편하다"며 제도 개선의 중요성을 한 번 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