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원 더봄] 소비하는 여행 대신 친환경 여행

[손민원의 성과 인권]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여행 음식을 최대한 남기지 않는 여행

2024-04-11     손민원 성ㆍ인권 강사

청소년들 꿈의 현주소가 ‘건물주’라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회자돼 온 현실이다. 왜 건물주가 되고 싶어 할까? 화려한 도시와 멋진 차, 고급 옷과 명품 가방, 멋진 레스토랑과 스테이크, 원할 때 떠날 수 있는 해외 여행⋯. 이 풍요로운 삶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을 채우는 인간의 욕망은 지구에도,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체에도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채워질 수 있는 것들이다. 인간의 욕망은 지구를 아프게 하고 기후 위기는 아픔의 신호다.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이라는 말이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를 탑승하며 느끼는 부끄러움을 말한다. 넓은 땅덩어리 대륙과 달리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는 섬나라와 같아 미국과 유럽을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이라는 말이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를 탑승하며 느끼는 부끄러움을 말한다. /픽사베이

비행기를 타는 일이야말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일이다.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5g이다. 승객 1명이 1km를 버스로 이용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8g이다. 기차는 14g이다. 기차에 비하면 비행기는 20배가 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말이다.

EU 27개 회원국은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화석연료 기반의 항공유가 아닌 친환경 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도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SAF를 일정 비율로 섞지 않은 원료로 움직이는 항공기는 유럽 내 공항을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유럽은 항공망을 열차로 대체하는 철도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항공요금에는 세금을 더 부과하면서 철도 요금은 더 저렴하게, 어디든 이어지는 연결망을 확충하고 야간 침대 기차 같은 효율성 있는 새로운 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얼마 전 심한 죄책감을 마음 한쪽에 간직한 채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열흘 남짓 기간 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를 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독일에서 가장 강렬하게 느껴졌던 것은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시내 중심가에 자전거도로가 널찍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고, 헬멧과 편한 복장을 한 시민들은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했다. 우리나라도 곳곳에 ‘따릉이’가 참 많은데⋯ 왠지 우리 아파트 입구의 쓰러져 있는 자전거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장바구니가 없으니 포장 봉투를 구입했는데, 그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비싸 다시 놀랐다. 아마 구입한 비닐이 친환경 비닐이어서인 듯하다.

그리고 달리는 창 너머 농가 주택의 모습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자체 생산하는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독일에 사는 지인에게 이곳의 일조량이 한국보다 풍부하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는데, 답변은 사실 한국보다 일조량이 적다는 것이다. 또 곳곳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를 보면서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환경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부와 시민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뾰족한 해답이 없는 기후 문제에 대해 한쪽에서는 ‘기후 우울증’에 걸릴 만큼 민감하게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설마’ 하고 먼 미래의 위험으로 미루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나 혼자 뭐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어’라며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많이 힘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개인용품을 챙겨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여행, 맘껏 주문하기보다 음식을 최대한 남기지 않음을 보여주는 여행, 쓰레기를 줍고 머무른 흔적 없이 떠나는 친환경 여행이 아쉽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이후 TV를 틀면 여행 예능이 넘쳐난다.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차고 넘치게 먹고, 누리고 즐기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의 기쁨을 누리도록 한다. 그러나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오래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여행은 찾을 수가 없다. 그저 먹고, 보고, 느끼는 것에서 멈춘다.

지구 반대에는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청소년이 목소리를 내고 있고, 그것은 우리의 문제다. 우리의 지구는 유한하다. 우리 모두의 여행이 다른 생명과 지구환경을 고려하며 이루어지길 바란다.

개인용품을 챙겨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여행, 맘껏 주문하기보다 음식을 최대한 남기지 않음을 보여주는 여행, 쓰레기를 줍고 머무른 흔적 없이 떠나는 여행⋯. TV에서 소비자로서의 여행객을 넘어 지구 시민으로서 친환경 여행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어떨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