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당 지위서 밀려난 녹색정의당···정책·인물 존재감 하락
"반성하고 성찰하겠다" 호소 노동계 보호 정체성 흔들려 진보당·제3지대·조국당 돌풍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과거 2000년대 대선에서 기호 3번으로 나선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슬로건이다. 그동안 국민적 뇌리에 박힌 제3당의 지위를 물려받았던 녹색정의당이지만 22대 총선 전망은 밝지 않은 모습이다. 거대 양당에서 분열된 제3지대 등장과 정권 심판론에 올라탄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불면서 원내 6석마저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색정의당이 원내에 진입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면 진보 정치의 목소리는 사라질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녹색정의당은 위성정당 반칙 연대에 참여하지 않고 진보 정치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켰다”며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여야가 앞다퉈 만든 비례위성정당을 겨냥해 “꼼수와 편법의 정치”라며 “원칙을 지킨 정치”가 승리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동안 부족한 점도 많았다"며 "현실의 어려움을 핑계로 가끔은 여의도 문법에 흔들리기도 했다. 반성하고 성찰하겠다”고 강조했다.
녹색정의당은 지난 2월 초 정의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정당으로 만들어졌다. 기후 이슈를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뭉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 총괄 지휘 기후경제부 신설 △탄소세 부과·기후배당 △재생에너지 2030년 50% 2050년 100% 추진 △녹색일자리 100만개 녹색주택 100만호 공급 등 공약을 내놨다.
하지만 그동안 전문적이었던 노동계·여성계 이슈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탓에 당의 정체성은 흔들렸다. 현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감사와 노란봉투법 거부권, 여성가족부 폐지 국면에서 강력한 야당의 모습이 아닌 소수정당의 한계만 보여줬다는 평가다.
류호정 의원 탈당 때 심각한 내홍이 있었으나 지도부는 수습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은주 의원이 당선무효형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의원직을 사직하는 등 악재도 터져 나왔다.
한때 원외정당으로서 세력이 약했던 진보당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더 많은 당선인을 배출하며 정의당 지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진보당은 지난해 재보궐선거에서 강성희 후보가 전주시 을에 당선되면서 원내정당으로 입성했고 이번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해 3명이 비례대표 후보 당선권인 15번 안에 들었다.
야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정의당은 거대 양당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소수정당에 대한 지지로 가져오는데 실패했다"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진보당과 양당에서 찢어진 개혁신당, 새로운미래가 실망감을 흡수했고 심상정 의원을 대체할 신인 육성에도 성과를 얻지 못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녹색정의당의 정당지지율은 1.4%를 기록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기 위해서는 3% 이상 득표해야 한다. 21대 총선 때 정의당은 5석(10.6%)을 가져갔다. 이번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득표율 2%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인 셈이다.
지역구 후보들도 고전 중이다. 지난 대선 후보이자 4선 중진인 심상정 후보조차 고양갑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인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달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성회 민주당 후보가 48.3%,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 29.4%, 심 후보는 12.4%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8일 YTN 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저희가 여러 가지 지탄받을 일이나 내부에 다중 질환이 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비례명단에 노동자 후보나 농민 후보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며 "민주노동당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차원에서, 그리고 성찰과 반성의 차원에서 광화문에서 큰절을 드리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