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노인의 재혼, 이런 위험도···실화 소재 영화 '조지타운'

[강신영의 시니어 입장가] (9) 70대 노장 여기자가 50대 정치인과 결혼 어느날 딸은 어머니 사망 소식을 접하는데··· 점점 밝혀지는 새아빠의 눈부신 사기 행각

2024-04-20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나이가 들면 재혼은 어지간하면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도 노후에 혼자가 되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정신적으로도 외롭고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감행하는 사례가 있다. 법적으로 결혼하지 말고 그냥 동거하는 수준 정도를 권고하는 사람이 많지만, 당사자들은 법적으로 해 놓아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또, 사기꾼이 마음먹고 집요하게 사기를 치면 걸려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유산 상속권 등 문제가 많다.

영화 '조지타운' 포스터

영화 <조지타운 (Georgetown, 2019)>은 소름 끼치는 사기꾼 실화 영화다. 감독과 주연이 크리스토퍼 왈츠로 같은 사람이다. 울리히 모트는 워싱턴 D.C.에서 하원의원실의 인턴으로 일하다 정계에 눈을 뜬다. 나중에는 자칭 비정부기관(NGO)인 'EPG(Eminent Persons Group)'를 세워 정치활동을 한다. 직역하면 소위 '유명인 그룹'이다.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한다는 사업 목적을 가진 가상 단체다. 출세주의적이며 수완 좋고 훌륭한 말솜씨까지 갖춘 이 인물은 50대다.

파티에서 그는 돈도 많고 저명할 뿐 아니라 화려한 인맥을 가진 70대 노장 기자에게 접근하고 결혼도 하게 된다. 딸은 어머니의 결혼을 말리지만, 어머니는 이미 이 남자에게 빠져 눈꺼풀이 뒤집혔다. 딸이 보스턴으로 같이 가자고 했으나 조지타운에 모든 것이 있다며 결혼하여 울리히 모트와 같이 산다. 울리히 모트는 처음에는 집사처럼 노부인을 모신다. 식사도 침대에 갖다주고 모든 심부름을 해준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아내의 딸과 저명한 인사들과 함께한 저녁 식사 후,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아내의 말에 한껏 쏘아붙이고 밖으로 담배를 피운다며 나간다. 그리고 다음날, 딸인 아만다는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의 사인이 둔기 타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검시 보고서가 나오자 살인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고 집에서 죽었으므로 당연히 울리히 모트가 용의자가 된다. 하바드 교수로 위촉받아 따로 살고 있는 딸도 모트를 강력한 용의자로 의심한다. 딸과 법률가들에 의해 울리히 모트에 관한 것들이 점점 더 밝혀지는데 모트의 사기 행각이 눈부시다.

​이라크 현지인 몇 명 모아 놓고 스스로 특수 용병부대의 준장 출신이라고 하지 않나, 은퇴한 맥나마라 전 국방장관을 만나지 않나, 아내의 인맥과 인지도를 이용하여 저명인사들과 파티에서 어울리며 날개를 단 것이다. 이라크 현지 여러 부족의 지도자들과 잘 통한다며 정부 대신 민간인으로 큰일을 한다며 떠들고 다닌다.

한번은 UN에서 연설한다고 뉴욕에 갔는데 아내가 명품 시계를 사서 선물하려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침대에 웬 남자와 둘이 벌거벗고 누워 있다가 들킨다. 동성연애자였다. 당연히 난리가 난다.

그는 아내가 죽으면 막대한 현금 액수와 저택을 유산으로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머리 좋은 그가 왜 그렇게 엉성하게 서둘러 범행을 저질렀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중인도 없고 증거도 없다. 모든 것이 황당하므로 정황상 그가 범인일 것이라고 본 것이다.

딸이 집요하게 범행을 추적하여 그의 사기 행각이 참조되어 결혼 자체도 의도적 접근이라고 보고 결국 50년 형을 선고받는다.

노인의 재혼은 법적으로 재산 문제가 생겨 위험 요소가 많다. 심사숙고할 일이다. /사진=강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