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만히 있으라" 되풀이?···중앙대 "화재 대피 안 막아"

기숙사 화재 경보 새벽에 오작동 "사감이 대피 막아" 학생 글 확산 전문가 "거짓·짜깁기 정보 득세"

2024-04-05     이상무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뒤쪽 가운데)이 2022년 11월 9일 세종시교육청 안전체험교육원을 방문해 학생들과 화재대피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기숙사에서 화재 경보기가 오작동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사감이 학생들의 대피를 막았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확산해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들의 대피를 막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4일 새벽 2시 경기도 안성의 중앙대학교 기숙사에서 화재 경보기가 울려 취침 중이던 학생들이 밖으로 나왔다. 한 학생은 이 일을 두고 대학생 온라인 플랫폼 '에브리타임'에 "솔직히 이거 공식입장 내고 보상 제대로 해줘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작성자는 "진짜 불났으면 어떡하라고 층장이랑 사감은 입구를 막고 있는 거임? 도대체 뭔 자신감으로 근거로?"라며 "평소에 훈련할 때는 그렇게 대피하라고 하더니 정작 이런 상황에서는 입구를 막고 대기하라고?"라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단톡방에 있는 글은 그 시간에 왜 실시간으로 삭제를 하고 있는 거지?"라며 "공지를 올려야 하는데 잡담이 올라오면 안 되니깐? 그래 그렇다고 쳐. 근데 우리부터 내보내주고 삭제를 하던가"라고 적었다. 

다른 재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한번에 나가면 벌점 체크하기 힘들잖아"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벌점"이라며 기숙사에서 새벽에 출입하는 학생을 상대로 매기는 벌점 제도를 지적했다.

해당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디시인사이드·일간베스트 등에 공유돼 수 백개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됐다. 글쓴이에 공감한 누리꾼들은 기숙사 관리자가 안전불감증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10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일부 선원·교감·교사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학생들이 희생된 것이 현재 상황과 겹쳐 보이면서 누리꾼의 분노가 촉발됐다. "시대가 변해도 저따위로 안전관리하니 사고가 나는 거구나" "또 저러네 세월호 꼴 나라고?"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학교 측은 해당 글이 허위라는 입장이다. 중앙대 기숙사 관계자는 5일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실제로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으면 저희가 나중에 곳곳에 있는 CCTV 영상 다 봤을 거 아니냐"며 "층장이랑 사감이 입구에서 막은 일은 전혀 없었다. 당직자들도 있고 24시간 볼 수 있는데 글쓴이가 구체적 증거를 내놓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기숙사 학생들이 쓰는 단체 톡방이 있는데 '무슨 일이냐'는 질문이 세 개가 올라왔다"며 "학생들이 300명이 넘게 있으니까 그런 글들이 계속 올라오면 공지를 못 볼 거라서 지우고 '지금 확인 중이다' '오작동이니 쉬셔도 된다'고 정확한 안내를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형적으로 그냥 몇 가지의 사실관계를 가지고 교묘하게 허위선동을 한 것"이라며 "통금시간을 어겨 벌점 받은 학생 중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글을 올렸을 수도 있는데 저희가 무슨 경찰도 아니고 뭐 그 학생 잡아서 법적 책임을 물을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20대 대학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은 2011년 출시 이후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397개 대학에서 700만명이 가입했고 작성된 게시물 수도 17억 5000만개가 넘는다.

전문가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대학생 커뮤니티의 역기능을 비판했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공정감각>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고, 이견들이 경합하는 곳이라야 담론이 만들어지고, 이른바 '시대정신'이라는 것이 구성될 수 있을 텐데, 애초에 다른 목소리와 이견은 썰리고 삭제되고 퇴출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대학 내 에브리타임 역시도 다른 많은 플랫폼처럼 소수의 가짜, 거짓, 짜깁기 정보들이 득세하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반지성주의의 현장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