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톡톡] "맥주에는 원래 설탕이 없지 않나요?"···제로슈가 마케팅의 비밀
맥주, 설탕(당류) 들어가지 않아 당류 없다고 제로 칼로리는 아냐 맥아에 당분 있지만 대부분 발효 저칼로리 맥주는 잔존당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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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고, 보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유통가 뒷얘기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비재와 관련된 정보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리겠습니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최근 탄산음료부터 소주, 맥주까지 ‘제로’를 내세우지 않는 제품이 없을 정도로 ‘제로’ 트렌드의 열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로 슈가’를 내세운 맥주가 눈길을 끄는데요. 국내에서는 오비맥주가 ‘카스 라이트’ 패키지에 제로 슈가를 표기했고요.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칼로리 라이트’에도 제로 슈가를 전면에 기재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제로는 ‘무알코올’, ‘무칼로리’, ‘무당류’를 내세웠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맥주맛 음료인데 제로 슈가인 셈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소주는 강한 쓴맛을 감추기 위해 단맛을 가미하는데 맥주에도 원래 설탕이 들어갔던 것일까요? 애초에 단맛이 없는데 말이죠. 소주 제조사는 기존 소주에 넣었던 액상과당을 빼고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를 넣은 소주를 ‘제로 슈가’ 소주라고 표기하지만 제로 슈가 맥주는 대체감미료가 들어가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일반적인 맥주는 원래 설탕(당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대체 감미료가 들어갈 이유도 없는 것이고요. ‘설탕을 첨가하지 않았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맥주는 원래 ‘제로 슈가’인 셈이지요.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 제조사에서는 저칼로리를 강조하기 위해 제로슈가라는 표현을 마케팅으로 쓴다”며 “하지만 제로 슈가라고 해서 칼로리가 제로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맥주의 액체 속에 당 성분이 전혀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맥주의 핵심 원료인 맥아에는 전분이 많이 함유돼 있습니다. 맥주 제조과정에서 맥아를 물에 넣고 가열하면 맥아 속의 효소가 활성화돼 전분을 당으로 변환하게 됩니다. 단당화가 된 것을 효모와 섞어 발효 작용을 하면 나오는 게 알코올과 이산화탄소입니다. 이를 숙성 및 여과하면 맥주가 되는 것입니다. 즉 당은 맥주의 도수를 올리는 역할만 할 뿐 대부분 발효됩니다.
무알코올 맥주 같은 경우에는 발효 과정을 거친 다음에 온도를 높여 알코올을 날려버리는데 그 과정을 거치면 당 성분이 남아 있을 수 있고, 탄산수에다가 맥주 향과 맛을 입힌 음료수 같은 경우에는 발효 과정이 없기 때문에 당류를 제로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맥주의 칼로리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소주 같은 경우에는 소주의 칼로리 대부분이 알코올에서 기인하는 수용성 칼로리라고 합니다. 반면, 맥주의 칼로리는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100% 발효되지 않고 당의 상태로 남아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 ‘비발효 잔존당’이라고 표현하는데 쉽게 말하면 효모가 먹고 소화를 시키지 못한 상태의 당을 말합니다. 이게 모두 칼로리로 남게 됩니다.
이에 저칼로리 맥주의 경우 맥주에 남아있는 당이 적은 것을 말합니다. 효모가 효율이 높아서 당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맥주는 맥아 함량을 줄이거나 효모 개량을 통해 잔존당을 줄이는 등 칼로리를 조절하기가 수월하다고 하네요.
앞서 출시된 제로 슈가 맥주 제품에 저칼로리 문구가 함께 기재돼 있는 것도 제로 슈가이되, 칼로리는 소량 있다는 것입니다. 오비맥주의 카스라이트는 고발효 공법을 사용해 카스 프레시 대비 칼로리를 33% 낮췄습니다. 카스라이트는 355㎖ 캔 기준으로 알코올도수 4%, 칼로리는 95㎉입니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칼로리 라이트는 알코올도수 3%에 355㎖ 캔 기준 70㎉로 클라우드 대비 칼로리가 60% 낮췄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에스라이트도 기존 에스의 탄수화물을 극소화하는 고발효도 공법을 유지해 칼로리가 일반 맥주 대비 34% 낮췄습니다. 알코올도수는 3.8%이며 500㎖ 기준 130㎉입니다.
밥 한 공기(250g) 칼로리가 300㎉이니 저칼로리 맥주 한 캔이면 비교적 부담 없는 칼로리는 맞습니다. 하지만 제로 슈가라고 해서 칼로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하게 섭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소주와 섞어 먹거나 치킨과 함께 먹게 되면 저칼로리의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겠지요.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는 설탕 자체가 안 들어가고 맥주 완제품에서 당이 검출되지 않으면 다 제로 슈가로 볼 수 있다"며 "최근에 헬스 앤 웰니스, 헬시 플레저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건강을 중시하게 되면서 설탕이 없는 것을 찾고 또 칼로리 낮은 걸 찾는 소비 경향이 확대되다 보니까 마케팅 측면에서도 좀 더 제로 슈가를 명확하게 잘 보이도록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