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도 점자도 몰라요"···점자 문맹 '90%'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 75.9% 후천적 장애 점자 교육 과정‧기관 지원 필요 점자법 개정안 통과···시행 기대
시각장애인 10명 중 9명은 점자 문맹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해 점자조차 읽을 수 없게 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시각장애인 점자 문맹률은 90%를 넘는다.
국립국어원이 출간한 '2021년 점자 출판물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등록 시각장애인 수는 총 25만2703명이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 조사 결과 시각장애인 중 점자 사용이 가능한 비율이 9.6%, 불가능한 경우는 90.4%였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75.9%는 후천적 장애 발생에 의한 시각장애로 나타났다.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들은 그만큼 점자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시각장애 학생들은 장애 특성상 전문적인 교육환경이 필요하다. 청각 또는 촉각으로 정보를 파악하므로 주변 소음에 민감하고 공간 이동 등에 제약이 있으므로 일정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학습이 필요한 미성년자 시각장애인들은 주로 점자·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특수교육기관 맹학교에서 점자 교육을 습득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에 따르면 맹학교는 국내 10개 시도(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강원·충북·전북·전남)에 총 13곳이 분포돼 있다.
성인 중도 시각장애인들은 주로 시각장애인 전용 복지관에서 점자 교육을 받는다. 장애인종합복지관은 주요 프로그램 등이 지체·발달장애인 위주로 운영돼 청각에 민감한 시각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복지관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시련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복지관은 국내 총 15곳이다.
한시련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재 점자 교육 환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학생인 시각장애인은 학습을 위해 특수 학교에서 점자를 배우고 성인 시각장애인의 경우 주로 점자 자체에 목적을 두고 배우기 마련이다"라며 "학생들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특수교육기관인 맹학교에서 배우고 성인 중도 시각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 전용 복지관이나 한시련 지회, 지부에서 교육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점자는 외운 이론을 손으로 만져 인지해야 한다. 다만 성인 중도 시각장애인들은 감각이 둔하거나 인지에 긴 시간이 소요돼 점자에 대한 이해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시련 관계자는 "점자는 6개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모양이 뜻하는 글자를 외워야 한다. 그런데 점자는 손으로 읽는 거다 보니 이론을 외운 후 손으로 인지해야 하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감각이 둔할 수 있다"며 "그래서 읽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고 읽어도 속도가 느릴 수 있다. 특히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분들은 이론은 알아도 점자를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점자 문맹률이 높게 나타난다. 100% 이해를 못 하기보단 속도감 있게 읽고 실생활에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거다"라고 말했다.
점자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거나 학습할 수 있는 공통된 체계·교과가 없는 것도 점자 문맹률의 요인 중 하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시련 관계자에 따르면 학생들이 점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전국 13개의 맹학교나 15개의 시각장애인 전용 복지관에서도 각기 다른 커리큘럼‧학습 방법으로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김예지 국민의미래 의원은 점자 교육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점자 교원 양성에 대한 내용으로 점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한시련 관계자는 "지난해 점자법이 개정되면서 점자 교원이라는 제도가 생겼다. 이제 시행령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지만 업계에선 점자 교육 질 개선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라며 "점자 교육에 대한 틀이 시행령으로 정해진다면 점자 교육을 받는 공식 기관이 생기는 등 교육 환경이 훨씬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점자 문맹률에는 시각장애인 개인 학습 의지도 영향을 미친다. 65세 이후 중도 시각장애인이 된 일부 노인의 경우 점자 학습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시련 관계자는 "2022년 말 신규 등록한 시각장애인 중에선 65세 이상이 50%가 넘는다. 이분들은 새로운 걸 배우고 익히는 것에 어려움이 더 따를 수밖에 없다.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연령대의 시각장애인은 그만큼 생활에 필요해 점자를 배우지만 고령층은 필요가 덜하다 보니 의지가 약하기 마련"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할 수 있게끔 체계·제도를 만드는 게 국가의 역할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올해는 전국에 점자 교육원을 3~5곳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통 커리큘럼을 통한 점자 교육과 실시기관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점자 문맹률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