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배제되는 약자들···”22대 총선 정책 약자 패싱”
"표심에만 몰두해 실효성 잃었다"
"22대 총선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없이 치러지는 최악의 총선이 아닐지 생각이 든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각 정당 후보자의 공약에 노인과 장애인 등 약자를 위한 정책이 미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회복지학회·사회복지시설 단체 등 복지 업계는 이번 총선을 두고 '약자를 배제한 최악의 총선'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청암홀에서 열린 ‘22대 총선, 한국 복지국가의 진로를 묻다’ 토론회에서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에선 좋은 공약을 따라 하는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건민 군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가입 연령 상향 조정, 보험료 인상과 같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조치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면서 "특히 장애인 공약은 재탕 공약일뿐더러 이주민 공약도 살펴볼 공약이 없다"고 평가했다.
간병비 급여화 정책 개선 노력도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보영 영남대 휴먼서비스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모든 국민에게 ‘돌봄이 필요하면 시설로 들어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면 그에 상응하는 획기적인 지역에서의 돌봄 보장을 이룰 수 있는 전략과 방향이 제시됐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굉장히 취약하다"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노인 정책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노인 돌봄 정책의 필요성, 구체성이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면서 "개혁성도 공적인 장기 요양시설의 30% 확충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쳤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노인 돌봄에 대한 정책적인 의지가 매우 약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복지 현장 전문가 공천 배제
사회복지 시설 업계에선 복지 시설 현장 전문가의 총선 후보 등록을 양당이 모두 거부한 것을 두고 비판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한국사회복지단체협의회(한단협)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사회복지 현장 출신 전문가를 배제했다며 비례대표 순번 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권태엽 한단협 상임대표는 "이번 비례대표 명단에서 사회복지 현장 전문가는 단 1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순번을 재조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남은 3년간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약자 복지 이슈 등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 현장 전문가를 중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단협 측은 노인 복지 전문가인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한단협 상임대표 겸임)과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등 주요 사회복지계 인물을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지만 모두 비례대표 순번에서 제외됐다.
한단협은 성명서를 통해 "사회복지계는 아동, 노인, 장애인 등 거의 모든 직역에 걸쳐 단체장 또는 사회복지 현장 전문가들이 비례대표에 도전했다"면서 "하지만 비례대표 발표에서 현장 전문가는 단 1명도 배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복지의 다양성을 담지 못한 공정과 정의가 없는 사회를 지속할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사회복지계와의 소통을 통해 현장 전문가를 반드시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하여 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유권자, 60대 이상이 2030보다 많아
표심 얻기 위해 내놓은 '단발성 공약'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 총선 대비 200만 명 증가한 1400만 명을 기록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만큼 각 정당에선 '실버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60대 이상 인구 비중은 18대 총선 18.3%, 19대 19.7%, 20대 22.7%, 21대 26.8% 등 점차 늘었는데 이번 총선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따라서 각 정당은 노인 표심을 잡기 위해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표심 잡기에 집중한 '단발성 공략'이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특히 간병비 급여화 정책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재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간 15조 원의 비용은 지난해 건강보험 지출 90조 원의 17%에 달한다. 향후 고령화가 진행되면 지출은 늘어나지만 저출생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수입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2028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면 국민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경로당 점심 제공 공약도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평이 따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경로당은 2022년 기준 6만80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40%인 2만7000여 개에서 주 3일가량 점심이 이미 제공되고 있다. 현재도 정부와 지자체는 경로당의 양곡 구매비, 냉난방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데 올해 약 800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복지경쟁"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층을 위한 정책·공약은 대다수가 혜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이 저출생 공약 1호로 내건 ‘결혼·출산지원금 1억원 대출’은 신혼부부(소득·자산 무관)가 첫 번째 자녀를 출산해야만 무이자로 전환된다. 민주당의 24평(두 자녀)·33평(세 자녀)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이나 국민의힘의 ‘아빠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공약도 현실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인을 위한 공약을 늘리게 되면 다른 정책은 뒷순위로 밀려 미래세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펴야 미래세대에 부담을 덜 지우면서 안정적인 노인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