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조국혁신당의 약진! 민주당에게는 득? 실?

[신율의 정치In] 야권 지지자 ‘파이’ 키워 ‘지민비조’ 물 건너간 듯 이·조 심판론 악재 작용

2024-04-02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월 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전 한국갤럽의 마지막 정례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 37%, 더불어민주당 29%. 조국혁신당 12% 순이었다.(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15.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황은 국민의힘에 득일까, 실일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정치 상황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민주화 직후 치러진 1987년 13대 대선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야권 분열이었다. 즉, 당시 여당은 하나였지만, 야당은 김영삼 후보의 통일민주당과 김대중 후보의 평화민주당 세력으로 분열됐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13대 대선의 사례를 꺼내는 이유는 현재의 정치 구도가 당시와 유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즉 여당은 하나인데, 야당은 분열돼 있어 13대 대선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13대 대선 당시와 지금의 상황 사이에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후보를 내지만, 조국혁신당은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점만 놓고 보면 지역구에서 야당의 표가 분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두 번째 차이점은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을 선호하지 않는 야권 지지자들에게 이번 총선에 참여할 동기가 부여됐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투표 의사가 있는 야권 지지자 파이’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점을 보면, 지난 13대 대선과는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 이런 공조가 가능하다면, 야권 지지자들의 총선 참여 파이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이런 공조가 형성되지 못할 경우 야권 지지층의 파이가 커졌다는 장점이 극대화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일단 ‘지민비조’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몰빵’을 외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공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조국혁신당과의 ’선거 연대‘에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큰데, 조국혁신당과 연대할 경우 조국 대표가 지나치게 부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렵게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었는데 문재인 정권의 상징적인 인물과 손을 잡을 경우 자신이 ’만든‘ 민주당이 다시금 ’친문 세력‘의 손아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이 대표는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양당의 공조는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 궁금해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조국혁신당 지지자가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 조국혁신당 지지자가 ’인격 선거‘는 하지 않고, 비례 정당 투표만 하거나, 인격 투표에서는 다른 정당의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하고 정당 투표에서는 조국혁신당을 찍을 경우 국민의힘은 불리하지 않게 된다. 

조국혁신당 지지자 다수가 ’이재명의 민주당‘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렇게 되면 야권의 파이가 커진 장점이 선거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만 불리해진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비례 정당 지지율은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각각 22%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또 다른 야당의 ’도전‘으로 제1야당으로써의 민주당의 입지만 약해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국혁신당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조 심판론(이재명, 조국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결국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게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이 약진할수록 불안해지는 존재는 국민의힘이라기보다 민주당이라는 것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