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댄스 대회 입상 꿈꾼다면 파트너 배려부터

[강신영의 쉘위댄스] (47) 좋은 컨디션 유지는 남자 하기 나름 여성 파트너 승용차 에스코트 필수 혼자 대회장 오게 했더니 체력 소진

2024-04-14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돌아보면 나는 파트너 관리에 상당히 소홀했던 것 같다. 혼자 살다 보니 나는 자립정신이 강하고 연애도 별로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 다룰 줄을 몰랐다. 댄스에서는 내가 파트너들보다 경력도 많고 우월적 지위에 있으므로 자만했는지도 모른다.

한번은 용인시민체육관에서 경기 대회가 열렸다.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대회 날 거기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강남에 사는 나도 전철을 여러 번 갈아 타야 했다. 파트너는 강북에 사는 사람이라 나보다 더 고생을 하며 온 것이다.

남자는 연미복만 챙기면 되지만, 여성은 드레스의 부피가 크다. 거기다 간식거리까지 챙겨 들고 왔으니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탈진 상태였다. 우리가 출전하는 스탠더드 5종목은 말 그대로 모던댄스 5종목을 모두 치르는 것이라서 대단한 체력을 요구한다. 전철 타고 오는데 이미 체력이 소진되었으니 대회를 제대로 뛸 수 없었다.

끝나고 식사하면서 파트너가 내게 말했다. “아무리 여자를 몰라도 이렇게 대우하는 법은 없다”는 것이었다. 집 앞 또는 집 근처에서 차에 태워 모시든지 아니면 택시라도 태워 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배우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남자가 집 근처에 얼씬거리면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각자 알아서 경기장에 오자고 한 것이었다.

댄스는 파트너 관리가 중요하다. 내 중심이 아니라 파트너 편에서 먼저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진=강신영

울산대회 때도 그랬다. 내 파트너는 서울역 근처에 살았고 나는 수서역 근처에 살고 있으므로 각자 열차를 타고 대회장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울산역에서 택시를 타고 오면 간단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장거리를 혼자 타고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이다. 더구나 파트너가 좀 늦게 오는 바람에 스탠더드 5종목 예선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나는 나대로 화가 나 있었고 그녀가 펼친 간식을 보니, 오는데 고생했는지 뒤섞여 곤죽이 되어 있었다. 정성껏 준비한 간식인데 나는 당연히 손이 가지 않았다. 멀리 울산까지 가는데 서울역에서부터 같이 옆자리에 타고 오면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보면 그녀가 불편해할까 봐 각자 열차를 타자고 한 것인데 하나만 생각한 것이다.

내 차를 처분한 후라서 파트너를 태워 가는 배려를 하지 못했다. 골프를 안 하게 된 것도 차를 처분하고 나고부터였다. 한두 번은 일행의 차를 얻어 타고 갔지만, 나도 불편하고 나를 태워주고 집까지 데려다준 사람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차가 없어 골프를 그만두었듯이 댄스도 그랬어야 했다.

또 한 번은 성남시 여성문화회관에서 경기 대회가 있어 다른 파트너와 참가하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가는 길도 어렵지 않게 되어 있고 거리도 그리 멀게는 안 보였다. 그래서 야탑역에서 만나 대회장까지 걸어갔는데 무려 30분 이상 걸렸다.

그녀의 여행 가방을 내가 끌고 간 것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인도의 보도블록 상태가 안 좋아 걷기에 불편했고 그녀의 몸 상태도 감기 때문에 안 좋았다.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두통약과 해열제부터 찾았다. 다행히 약은 구했으나 대회에서 뛸 체력도 의욕도 사라진 뒤였다. 미리 답사는 못 했지만, 야탑역에서 대회장까지 택시를 불렀어야 했다.

댄스대회에서 파트너의 존재는 최우선 조건이다. 최대한 배려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진=강신영

형편이 안 되면 파트너도 관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셈이었다. 내 차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실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차를 처분하고 나니 주차, 유지비 등 신경 쓸 일이 없어 좋았고 대중교통이 너무 편하다 보니 차이를 실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파트너를 제대로 모시는 남자들은 차는 당연하고 파트너가 조금의 불편함도 느끼지 못하게 배려한다. 대회가 아니더라도 평소 맛있는 것도 사 주며 관리해야 하고 심지어 비싼 드레스까지 사 주는 경우도 있다. 차가 없으면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그게 귀찮고 불편해서 댄스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