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율 100% 자폐성 장애인···"이성 만날 기회도 없어요"

자폐‧지적‧정신장애인 미혼율 높아 장애 특성‧사회적 교류 한계 원인 "대인관계 형성할 자리 마련해야" 

2024-03-26     김정수 기자
장애인은 연애‧결혼을 포함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연애‧결혼을 포함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장애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자폐성 장애인은 미혼율이 1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을 만날 기회조차 사회가 만들어 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장애인개발원 2023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인의 미혼율 100%다. 지체, 뇌병변, 시청각, 언어, 지적, 자폐성, 정신, 뇌전증 등 장애 유형별 결혼상태 통계를 보면 미혼율은 자폐성‧지적‧정신 장애가 각각 100%‧79.5%‧59.6%로 전체 17.44%보다 3배 이상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들 중에선 결혼 의사가 있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보건복지부 2020 장애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인이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결혼하기 이른 나이여서'(42.1%), '건강·장애 문제'(32.1%),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11.4%) 순으로 나타났다. 지적 장애인은 '건강·장애 문제'가 40.6%, '아직 결혼하기 이른 나이여서' 22.1%,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는 18.2%였다. 정신 장애인이 결혼하지 않은 이유도 순서대로 '건강‧장애 문제' 52.6%,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가 17.1%였다.

자폐성‧지적‧정신장애인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 중 '결혼 생각이 없어서'는 각각 7.5%, 11.2%, 15.7%를 나타내며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 

결혼은 배우자라는 가장 가까운 지지체계를 만드는 방안이 될 수 있으므로 결혼 의사가 있음에도 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손을 잡고 이어달리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팀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미혼율이 낮은 집단은 주로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개인적 부분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사회적 관계 형성이 어려운 게 크다"며 "정신적 장애를 가진 집단 특성상 대인관계가 어렵다. 상대방의 의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표현을 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들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눈 맞춤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상호작용이 어렵다. 장애 특성이 그렇기 때문에 이성 관계에서 나아가 사람과 관계 형성을 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이성 장애인과 함께하려면 정말 오랜 기간 옆에서 얼굴을 보이고 눈 맞춤하는데 공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을 대상으로 이성과의 만남의 장에서 나아가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자리부터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장애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연애‧결혼 상대를 만나듯 장애인도 일상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 팀장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 장소 수부터 적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대인관계의 어려움 이 있고 미혼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 흔한 비장애인들처럼 학교, 직장을 다니는 등 사회 참여가 많을수록 개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의 사회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애‧결혼 의사가 있는 장애인들도 꽤 있다. 일단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 중에서는 복지관에서 만나 서로 결혼하는 경우도 꽤 있다"며 "결혼하는 장애인 분들을 보면 결국 일자리에서 만나거나 사회 참여 활동을 자주해서 상대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기회는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에겐 정책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을 대상으로 이성과의 만남의 장에서 나아가 사회적 관계 형성을 위한 자리부터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이어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사회적 관계망이 좁다. 사회적 자본이 적은 것"이라며 "사회에 나와서 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대화의 기술이 생기고 상대의 기분과 감정을 읽게 되면서 이성과의 관계도 형성되는 거다. 센터, 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을 사회로 데리고 나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장애인 복지관에서는 발달장애인 데이트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발달장애인 복지관에서 데이트 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정진옥 발달장애인 성교육상담센터 되어감 박사는 "데이트란 남녀 간이든 동성 간이든 누군가가 만나서 서로의 그런 관심사를 나누고 알아가는 과정이다. 결국 일반 대인관계와 같이 상호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데이트 코칭과 대인관계 코칭은 개별적인 게 아니다"라며 "대인관계의 기본 원칙은 똑같기 때문에 자신을 잘 표현하고 상대방의 의사를 캐치하며 동의와 거절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성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전 근본적으로 가족, 또래 관계에서 그런 상호작용 연습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윤화 팀장은 "일반적으로 데이트 코칭 프로그램에 주로 참여하는 발달장애인은 대부분 지적장애인이다. 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발달장애인한테 지원되진 않는 만큼 정신적 장애를 가진 모든 집단이 참여해 상호작용‧대인관계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형성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