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는 기본"···부패 시체 처리하다 골머리 썩는 장례지도사
고독사 시체 평균 한 달 지나 발견 시신 부패 여름엔 단 3일이면 충분 장례지도사 트라우마 지원 제도 無
"날씨가 따뜻해지면 두려워요. 무연고 고독사 시신은 대체로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데 봄 여름이면 더 빨리 썩거든요. 구더기가 가득한 건 기본이고 모양새도 참 보기 안 좋아요. 트라우마는 기본이죠."
무연고 고독사 시신을 수습하는 장례지도사 등 장례 인력의 정신 건강 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장례 업계에선 무연고 고독사 시신을 수습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장례식장 종사자' 교육에 심리상담 교육 과목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무연고 고독사 시신 처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장례를 치러주는 업체를 선정해 용역을 맡기는 구조다. 장례식장·상조회사 업체가 지자체 입찰에 참여해 위탁을 맡는다.
이 단계에서 시신 처리를 맡는 장례지도사나 관련 인력에 대한 복지가 부족하다는 것. 일반적인 사망 사례가 아닌 만큼 상대적으로 처참한 시신을 다뤄야 하는 직종에 대한 정신 건강 관리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고독사 시신은 짧으면 몇 주, 길면 두 달이 넘도록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발표한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망 후 고독사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평균 기간은 26.6일, 숨진 뒤 1주일 이상의 기간이 지난 뒤 발견된 사례만 보면 평균 기간은 39.9일 소요됐다.
실제로 지난해 9월 40대 남성 A씨가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A씨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진 두 달이 걸렸다.
경찰학 사전을 보면 사후 3~5일 지나면 얼굴의 안구, 눈꺼풀, 입술 등이 부풀어 올라 이른바 사천왕현상(여름 3일, 겨울 2~4주)으로 보이게 된다. 부패 시체에서는 황화수소와 암모니아 가스 등 부패가스로 말미암아 특유한 냄새를 발산한다.
고독사 시신을 수습하는 업체 관계자는 "특히 봄·여름에 일반 가정에서 고독사한 시신의 경우엔 부패가 더 빠르고 모양새는 처참한 수준"이라며 "시신을 수습할 때 가장 힘든 게 첫 고인을 마주할 때"라고 설명했다.
유가족 상담 교육 있지만
정작 종사자 심리는 '공백'
장례식장 등 장사시설 종사자에 대한 교육엔 종사자 심리 및 정신 건강을 지원하는 교육 내용이 없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33조의 4, 1항 4호를 보면 '장사시설 종사 인력에 대한 교육'을 법적 근거로 관련 업무 종사자는 업무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시신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심리 및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교육 내용엔 없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장사시설 종사자에 대한 교육은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뉜다. 이에 따르면 △장사 법규 및 정책 △종사자 윤리 △장사시설의 관리 운영 △유가족 상담으로 교육이 구성됐다.
심리 상담과 관련된 내용은 '유가족 상담'뿐 장례지도사의 심리와 관련해선 공백이다. 종사자가 개인적으로 심리상담을 받게 되면 '업무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두려워 이조차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실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장례지도사의 정신 건강 관리 체계가 빈약하다"면서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장례식장 종사자에 대한 교육을 매년 하고 있는데 정신 건강 관리와 관련한 과목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조 업체가 영세한 점도 문제"라며 "직원이 5명 이내인 업체는 정신 분야의 심리 치료를 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은 안 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장례지도사를 대상으로 한 심리 교육과정을 추가해 장례지도사들로 하여금 업무에 따른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