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압박 통했나"···CJ제일제당, 밀가루 가격 내린다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가격 6.6% 인하 정부, 국제 원맥 가격 하락에 가격 인하 요구 설탕 등 생필품 물가 잡기 위해 가격 담합 조사

2024-03-19     류빈 기자
CJ제일제당이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밀가루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연합뉴스

정부가 식품업계에 물가 안정 동참을 요구하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이 밀가루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정부가 원맥(밀가루 원료)의 국제 시세가 하락했다면서 업체들이 밀가루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해 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 밖에 설탕 등 생필품에 대한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담합 조사를 벌이는 등 강력한 조처를 취하는 모양새다.

19일 CJ제일제당은 오는 4월 1일부터 중력밀가루 1kg, 2.5kg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kg 등 총 3종의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하율은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 제품별로 3.2%~최대 10% 수준이며, 평균 인하율은 6.6%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며 “장바구니 물가 안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침용 밀가루와 중력밀가루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전체 B2C 판매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밀가루 가격 인하 발표에 주요 밀가루 판매 업체인 대한제분과 삼양사도 가격을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 사는 내부적으로 인하 폭 등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국제 원맥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속해서 밀가루 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해 왔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13일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19개 식품사 대표·임원과 간담회를 열고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며 "특히, 정부가 원자재 가격 급등기에 지원했던 주요 식품 원료 관세 인하 조치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올해에도 추가 연장하기로 한 만큼 업계도 국민 부담 완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정부 권고로 라면, 빵, 과자 등 일부 제품 가격이 인하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설탕 가격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가고 있다. 생필품 물가를 잡기 위한 범정부 대응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CJ제일제당 등 설탕 제조·판매 업체들이 담합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이날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제당 3개 업체에 조사관을 보내 설탕 판매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공정위는 시장 내 지배적 지위를 가진 이들 업체가 담합을 통해 설탕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물가 상황을 점검하면서 "정부는 장바구나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며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