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슈거에 저도주까지"···술도 '헬시플레저' 트렌드 이어간다
16도 이하 저도주 소주 잇따라 출시 패키지에 '제로슈거', '저칼로리' 강조 원가 절감 지적에 "가격 차이 안 나"
주류업계에 ‘헬시플레저’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건강한 주류 문화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소주, 맥주 신제품에 ‘제로슈거’,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하는 추세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소주 신제품 ‘진로골드’(15.5도)부터 ‘진로이즈백 제로슈거’(16도), ‘참이슬 후레쉬’(16도), ‘처음처럼 새로’(16도), ‘선양소주’(14.9도) 등 16도 이하의 저도주 주류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설탕이나 액상과당 대신 인공 감미료 등 대체당을 넣은 제로 슈거 제품을 확대해 건강을 챙기려는 고객 수요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신제품 ‘진로골드’를 출시한다. 2019년 ‘진로이즈백’ 출시 이후 5년 만의 소주 신제품이다. 이번 신제품은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슈거’ 소주로, 쌀 100% 증류 원액을 첨가해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기존 16도보다 더 낮은 15.5도인 저도주 소주로 출시했다. 지속적인 소비자 조사와 분석을 통해 다양한 도수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점을 주목, 부드럽고 편안한 음용감의 도수로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진로골드는 병(360ml) 제품만 우선 출시되며, 오는 21일 첫 출고 이후 전국 유흥 채널과 가정 채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기존에 가정용 주류로 출시됐던 알코올 도수 25도인 ‘진로골드’는 지난해 연말 ‘진로25’로 제품명을 변경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참이슬 후레쉬를 기존 16.5도에서 16도로 리뉴얼하기도 했다. 1998년 참이슬이 처음 출시되던 당시 알코올 도수가 23도였으나, 2001년 22도, 2004년 21도, 2006년 20.1도, 같은 해 8월 참이슬 후레쉬를 19.8도, 2020년 4월 16.9도로 선보이며 점차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 3월 저도주, 제로슈거 소주 제품 ‘선양’을 선보인 후 다양한 유통채널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선양은 국내 최저 도수인 14.9도, 설탕을 넣지 않은 제로슈거 제품으로 최저 칼로리인 298kcal다. 최근에는 GS25에서 선양소주 640ml 페트병 제품을 편의점 업계 최저가 페트 소주인 3000원에 판매한다.
오비맥주의 ‘카스 라이트’는 지난달 ‘제로 슈거’, ‘저칼로리’, ‘낮은 도수’ 등을 강조한 패키지로 리뉴얼 출시했다. 제품의 특성인 제로 슈거와 ‘카스 프레시 대비 33% 낮은 칼로리’ 등의 주요 정보들이 패키지에 명확하게 보이도록 했다. 카스 라이트는 열량이 카스 프레시보다 33%가 낮은 100ml 기준 25kcal이며 알코올 도수는 4.0도이다. ‘라이트 맥주’는 100ml 기준 열량이 30kcal 이하인 맥주를 뜻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22년 선보인 저도주 소주 ‘새로’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칠성이 신규 소주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처음처럼' 이후 16년 만으로, 과당을 사용하지 않은 ‘제로 슈거(무설탕)’ 소주로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는 16도로 대표 소주 브랜드인 '처음처럼'보다 0.5도 낮다. 새로는 지난해 연 매출 1256억원을 달성하며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새로의 성장에 롯데칠성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6.6%에서 지난해 20.7%로 성장했다. 그중 새로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8%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대표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도 2006년 알코올 도수를 20.1도로 출시한 이후, 2007년 19.5도, 2018년 16.9도, 2021년 16.5도로 점차 낮췄다.
소비자 조사 결과 저도주 선호도 높아
주정 비율 낮춰 원가 절감 지적도
이처럼 주류업계에서 저도주와 제로 슈거에 집중하는 까닭은 소비자 음주 문화가 예전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화가 아닌 가볍고 건강하게 즐기는 음주 문화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속적으로 소비자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계속해서 낮은 도수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오고 그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또한 건강을 중시하는 젊은 층의 수요에 맞춰 저칼로리, 제로 슈거 제품 등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소주의 도수를 낮추는 것에 대해 주정 비율을 낮춰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주정 가격의 인상과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등 원가 상승이 가팔라 도수를 낮춘다고 해서 원가가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소주의 경우 주정이 조금 들어가면 비용이 많이 절감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로 슈거 저도주 제품은 기존 소주와 비교해 들어가는 레시피가 달라 감미료를 포함한 다른 부분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비용이 절감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