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소영 더봄] 전문 여행사 인솔자, 무슨 일을 할까?
[나소영의 나를 찾는 오지 여행] 1년에 평균 6회, 9~10회까지 해외 출장 장시간 스트레스 노출되는 감정노동자 넓은 세상 직접 경험할 수 있기에 매력적
전문 여행사 막내직원의 업무
나의 막내 시절을 회상하면 ‘회사 생활이 이렇게 즐거워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다. 소속된 부서와 팀 분위기도 좋았고, 일을 가르쳐 주는 선배들도 모두 친절했다. 그렇게 3개월이라는 짧은 인턴 생활을 마치고 자연스레 정직원이 되었다.
팀 막내로서 내가 맡은 일들은 대부분 잡일이었다. 아침에는 약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서 고객 상담실 및 회의실 등을 청소했고, 퇴근 전에는 등기와 우편물을 직접 우체국에 가서 접수하는 등의 단순한 업무가 여행사 막내의 일이었다. 점점 일다운 일을 하나씩 지시받을 때면 선배들에게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고객이 보낸 여권 사본을 상품 담당자들(선배들)에게 전달하고, 수배 리스트에 고객 영문 이름과 여권번호 등을 틀리지 않게 입력하고, 홈페이지 일정표에서 오타를 찾는 일 등이 주된 업무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단순한 업무들이었다. 하지만 늘 하는 일에서 재미를 찾으며 일했다.
영문 이름에서 틀린 스펠링을 발견할 때면 희열을 느꼈고, 손님들의 여권 사본을 스스로가 정한 기한 내에 모두 받아내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곤 했다. 그렇게 잡일부터 시작하여 지금 나는 여행상품 개발자 그리고 국외여행 인솔자가 되었다.
흔히 사람들은 여행사 직원은 해외 출장이 잦을 거라 예상한다. 사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형 패키지여행사 영업팀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1년에 몇 번 정도 해외 출장을 나가는지 물은 적이 있다. ‘한 번 나갈까 말 까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즉, 여행사에 근무하는 사람이라고 모두 해외 출장을 많이 나가는 건 아니란 말이다.
만약 이런 내용을 모르고 단순히 여행이 좋아서 또는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고 싶어서 여행사에 취업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지원하는 부서 또는 회사의 크기에 따라 출장 여부가 다르니 꼭 이 부분을 입사 전에 확인해야 한다.
필자가 몸담은 조직은 소규모의 전문 여행사 영업 부서다. 체계적으로 업무 분담이 잘 되어 있는 대형 패키지여행사의 영업 부서와는 여행상품을 판매한다는 사실 빼고는 많은 것이 다르다. 소규모 전문 여행사에서는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소하면서도 참 다양한 업무능력을 요구받는다.
풍부한 실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해야 하고 여행을 스케줄링하는 능력, 그리고 여행상품을 상담하고 판매하는 능력, 더 나아가 고객들을 직접 인솔하는 능력까지 요구되는 나름 전문적인 집단이기도 하다. 다양한 능력을 고루 요구받는다는 점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있지만, 반대로 폭넓은 업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전문 여행사의 업무를 이야기하면 아래와 같다.
- 여행상품 개발 및 기획 : 고객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선별하여 잘 팔릴 수 있게 콘셉트를 잡고, 여행 일정을 기획하는 업무이다.
- 여행상품 상담 및 판매 : 풍부한 지역 정보를 바탕으로 상담하며, 고객을 상품 예약으로까지 이끄는 업무이다.
- 비자 발급 대행 : 국가마다 필요로 하는 비자 서류를 파악하고 고객의 비자 발급을 돕는 일을 한다.
- 항공, 호텔 등 현지 수배 : 여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업무이다. 항공 및 호텔, 식당, 차량 등을 직접 또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다.
- 국외여행 인솔 : 고객의 즐거운 여행과 안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며 책임지는 업무이다.
여기서 1번과 5번이 해외 출장의 유무를 결정하는 업무들이다. 필자 기준에서는 1년에 평균 6회 정도 해외 출장을 다닌다. 많이 나갈 때는 1년에 9~10회 정도 다녔던 기억이다.
국외여행 인솔자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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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여행 인솔자 [명사] 여러 사람을 이끌고 가는 사람. [서비스업] 외국을 여행하는 내국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 *네이버 국어사전 |
아직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다. 패키지여행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가이드와 인솔자를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가이드는 현지 문화와 역사를 설명하는 지역 전문가이고, 인솔자는 여행 일정의 전체적인 진행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다.
고객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여행 기간 호텔과 차량, 식사 등이 한국에서 수배한 대로 매끄럽게 진행이 잘 되는지 체크하고, 추가하거나 빼야 하는 방문지가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현지 가이드 평가까지 모두 인솔자의 역할이다.
손님들을 가장 가까이서 상대하고 케어해야 하므로 장시간 동안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감정노동 종사자이기도 하다. 인솔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아마 손님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이지 않을까.
평균적으로 한 팀에 인솔하는 고객의 수는 15명에서 20명 정도인데, 한 명당 한마디씩만 불평해도 인솔자는 약 스무 번의 불평을 들어야 하는 일이기에. 대형 패키지여행사의 인솔자들은 30명 이상씩도 인솔한다고 하니, 절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11년째 인솔 일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젊은 나이에 이 넓은 세상을 직접 여행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재미있고 매력적인 일이란 걸 부정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중얼거린다.
"아직도 안 가본 곳이 많아서, 절대 못 그만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