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보일라’ 언론 뒤에 숨은 정부, 의대 교수 사직 결의 “대화의 장 열라”
16개 의대 교수 25일 사직서 제출 결정 의사와 대화 않는 정부···언론 업고 무적
정부의 일방적인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전체 전공의 93%가 근무지를 이탈한 가운데 16개 의대 교수들도 오는 25일부터 집단 사직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의사 집단은 2000명 증원 방침을 풀고 전공의 복귀를 위해 대화의 장을 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협상 테이블 마련은커녕 면허 취소라는 강력한 무기와 의사를 이익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는 일부 언론 뒤에서 ‘돌아오라’는 동어반복으로 일관하고 있다.
17일 여성경제신문이 전날(16일) 16개 의대 교수의 사직서 제출 결정 이후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주요 언론사의 보도 추이를 모니터링한 결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전엔 없던 ‘집단 이익’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집단 이익이 걸릴 때마다 한 몸처럼’ 혹은 ‘똘똘 뭉쳐 극단 투쟁’, ‘집단 이기주의’, ‘의사 불패 반복’ 등으로 공통적이며 이는 일관된 여론을 만들고 있다.
본지는 이 보도에 대한 여론 추이도 모니터했다. 공통적으로 ‘이기적이다’였다. 댓글을 보면 “아무리 돈 버는 게 중요하다지만 남의 목숨 걸고 저러는 건 정말 이기적이다”, “의사불패 이번엔 박살이다”, “돈벌레 의사들 싸그리 정리하라”, “대한민국 제일 악질 집단”, “정부는 영국처럼 한국 의사들 전부 공무원으로 만들어 버려라” 등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으며 심지어 “한의사 봉인을 풀어야 한다” 등 지금까지 있던 의사 권위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언론이 의사 집단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고 집결시키는 동안 정부는 정작 갈등 당사자인 의사 단체와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 의료계는 전공의 사직 사태 이전부터 정부를 상대로 ‘대화하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화보다는 면허 박탈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근무지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을 대체인력 채용 등으로 사태를 해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2000명 의과 대학 증원은 의료 붕괴를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너져가는 필수·지역 의료를 강화한다는 미명 아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심지어 현장과 합의되지 않은 일방의 정책 공표라는 것이다.
의협은 △적정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인 계획 부재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된 의학 교육 △9·4 의정 합의 파기 등을 근거로 정부와 대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대화를 요구한다.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겼다는 죄목으로 고발당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도 ‘(정부가) 논의의 장에서 논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한 김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본질과 달리 숫자에 함몰돼 문제를 풀어나가려 하니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며 “가장 중요한 건 전공의들이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열어주시고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는 게 저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결정을 발표한 방재승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직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환자의 진료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특히 응급실과 중환자실 진료는 할 수 있는 선까지 최선을 다해서 사직서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전까지 정부가 나서서 ‘2000명 증원’을 풀기 위한 대화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갈등의 매듭을 풀기보단 의사 집단의 요구에 대한 응답을 유보하고 있다. 대신 이번 사태가 얼마나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의대 교수 사직 결정과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또 다른 집단 사직으로 국민들은 더욱 불안해지실 것 같다. (집단 사직이 아니라) 정부와 함께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도록 지혜를 모아달라”면서 “비상진료체계 유지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와 설득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임현택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 대표(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는 개인 SNS를 통해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은 전공의협의회와 함께 정부의 부당한 업무 개시명령 전공의 강제노동 요구에 대해 UN 기구인 ILO(국제노동기구)에 긴급 개입을 요청했습니다”라고 밝히며 이번 사태가 국민 인권을 탄압하는 국제적 망신 사례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