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댄스 시범의 숨은 이야기···한 번 도전에 '큰거 한장'은 든다

보통 일급 호텔에서 벌어지는 댄스파티에는 프로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에서 시범으로 나오는 순서가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 댄스 시범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댄스가 끝나고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화려하게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는 기회를 가진 사람은 몇 안 된다. 일단 댄스 실력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시범 댄스는 본인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춤 출 장소와 기회를 그 순간 혼자 독점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보상을 돈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왈츠 한 곡 또는 다른 춤까지 두 종목 정도를 하게 되더라도 시간은 불과 5분에서 10분 이내다. 보는 사람은 짧은 시간이지만, 시범을 보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긴 시간이다. 준비 기간까지 치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댄스 시범을 보이게 되면 준비 과정에서 실력이 많이 늘게 된다. 그래서 댄스학원에서는 댄스에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댄스 시범을 권하게 된다. 파트너가 없는 경우에는 학원 소속의 아마추어나 프로 선수, 강사 중에 한 사람을 붙여 주기도 한다. 그래서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댄스스포츠가 단체 반에서 그냥 댄스나 배우고 즐기는 정도라면 큰돈이 들어 가지 않는다. 정해진 월회비만 내면 된다. 그러나 한 발 더, 조금 더 욕심이 들어가게 되면 과거에 귀족들이나 즐기던 것이었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종목이다.

시범의 경우 남자는 연미복이 있어야 하고 강습 루틴이 아닌 시범 댄스 루틴으로 따로 연습해야 하므로 별도 레슨비가 필요하다. 특별 루틴에 개인 레슨이 불가피하므로 비싸다. 보통 6개월 정도는 잡아야 한다.

이렇게 몇 달 연습을 해야 하는데 연습이 끝나고 식사할 때 비용은 매번 남자가 낸다. 배우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파트너와 둘만일 경우도 있고 레슨해 준 사람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혼자라면 간단히 먹으면 되지만, 대접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그렇더라도 식비이기 때문에 큰돈이 들어가는 것 같이 보이지 않지만, 몇 달 치를 다 합쳐 보면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몇 달 과정 중 명절이 끼거나 파트너, 개인 강사의 생일이 들어있는 경우도 생긴다. 작은 선물이라도 해야 한다.

파티가 벌어지는 날, 시범하는 사람은 자신의 춤추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한 테이블의 지인은 불러와야 한다. 10명 정도가 한 테이블이다. 제 돈 내고 보러 오라고 하면 올 사람이 많지 않으므로 초대하는 사람이 비용을 낸다. 호텔 기본 식사 메뉴에 와인까지 포함해야 한다. 일 인당 15만원에서 20만원대다. 댄스파티 비용은 이렇게 십시일반으로 치러지는 것이다.

자기 연미복은 앞으로 경기대회에도 나가고 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비용이 200만원이 넘는다. 댄스 시범 한 번 때문에 연미복을 맞춰 입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같이 춤을 맞춰 준 파트너에게도 드레스를 한 벌 맞춰주는 것이 관례다. 여성들은 드레스가 다다익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의 드레스는 남성의 연미복보다 비싸다. 몇백만원 정도 나간다. 반짝이 장식이 얼마나 붙느냐에 따라 가격에 큰 차이가 있지만···. 시범 댄스가 끝나고 나면 별도의 수고비도 챙겨줘야 한다. 이럭저럭 댄스 시범 한 번 하는데 대략 10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자기 비용으로 춤을 이렇게 즐기는 것은 탓할 바가 아니다. 자기만족이다. 다만 그렇지 못한 경우인데, 체면 때문에 얼떨결에 시범 대상이 될 경우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미리 알고 해야 한다. 본인 만족일 뿐이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너무도 쉽게 누가 시범 댄스를 했는지 기억도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