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장 줬다 뺏는 여야···부실 검증에 "호떡 뒤집기 판이냐"

후보자 막말 뒤늦게 조명 與, 도태우·정우택 취소 민주당도 정봉주 번복

2024-03-15     이상무 기자
국민의힘 소속의 청주 상당 지역 지방의원 8명이 15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에 정우택 의원의 공천 취소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잇따라 4·10 총선 후보자 공천을 번복하자 선거판이 어지러워지고 있다. 여야는 시스템 공천을 자신했는데 공천 결정 이후 후보자의 과거 문제가 줄줄이 드러나 검증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광주에서 기자들을 만나 5·18 폄훼 논란이 제기된 도태우 후보의 대구 중·남구 공천 취소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 항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우리가 어느 정도로 존중하는지 선명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후보들의 과거 SNS 발언이 공관위에서 걸러지지 않았단 지적에 대해선 "그 평가 민주당에 대해서도 해보라"며 "공천 관리를 하다 보면 그런 문제를 제대로 점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인사 검증하는 것도 아니고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민주당에 적용해 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우여곡절 끝에 도 후보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사과를 받아들이고 공천을 결정했다. 그러나 도 후보가 2019년 8월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문재인의 기이한 행동을 볼 때 죽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공천 결정을 이틀 만에 번복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밤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은 청주 상당 정우택 후보 공천도 취소했다. 공관위는 정 후보의 "돈봉투 돌려줬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경선에서 이기자 공천장을 줬는데, 이제야 다시 취소하고 뺏은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청주 상당 지역 도의원 3명과 시의원 5명은 15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의원의 공천 취소에 대한 재고·재심, 재공천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규탄했다.

부산 수영에서 경선에 승리한 장예찬 후보도 본선행이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문제가 된 발언 내용과 발언에 대한 후보의 사과 발언 같은 입장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2014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 밤 난교를 즐기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면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집적대는 사람이라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프로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지 않을까"라고 쓴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 밖에도 "사무실 1층 동물병원 폭파하고 싶다. 난 식용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음"(2012년), "(서울시민들의) 시민의식과 교양 수준이 일본인의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2012년) 등 부적절한 발언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장 후보는 지난 12일 페이스북 사과에 이어 이날도 "100번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1월 8일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도 전날 밤 서울 강북구을 경선 1위 정봉주 후보에 대해 설화를 이유로 공천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경선 2위 박용진 의원을 추천하는 대신 전략공천을 하기로 해 파열음이 나왔다.

앞서 정 전 의원은 2017년 "발목지뢰를 밟은 사람에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한 게 알려지며 목함지뢰 피해 장병 폄훼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정 전 의원이 "직접 사과드렸다"고 했으나 당사자들이 "들은 바 없다"고 하면서 거짓말이 도마에 올랐다.  2001년 가정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당의 공천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개혁신당 역시 이날 이기원 후보(충남 서천보령)에 대한 공천을 과거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막말 논란이 있었다는 이유로 취소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8월 자신의 SNS에 소녀상에 대해 "딸이나 손녀가 자기 어머니나 할머니가 강간당한 사실을 동네에 대자보 붙여놓고 역사를 기억하자고 하는 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와 관련 기자들과 만나 "미리 숙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즉각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총선 경쟁 과열로 인해 후보자 읍참마속 결단이 잇따라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의원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한동훈 위원장과 이재명, 이준석 대표가 서로 지지 않으려 이미지 실추를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라며 "각 후보자의 막말, 의혹을 이유로 과감하게 내치지만 결국 공천 번복이라는 오점도 남겼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막말 경계령’이 내려지자 여야는 상대 당 후보를 추가 저격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 내 뿌리 깊은 천안함 막말은 국민적 아픔에 거듭 상처를 내고 분노를 일으켜 왔다”며 권칠승 수석대변인, 장경태 최고위원, YTN 기자 출신 노종면 인천 부평갑 후보 등 3명을 지목했다. 이에 민주당은 친일 발언 논란이 제기된 조수연 국민의힘 대전 서갑 후보를 거론하며 응수했다.

국민의힘에선 공관위를 향한 쓴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당의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 이랬다저랬다 한다"며 "경선으로 후보가 됐으면 다음 판단은 본선에서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 후보가) 과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반성까지 하고 있는데 그걸 꼬투리 삼아 문재인 정권 때 거리 투쟁까지 싸잡아 막말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면서 "그때 지금 지도부는 무얼 했느냐"고 따졌다.

민주당의 경우 박용진 의원실이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정 전 후보의 막말 등은 경선 이전에 있었던 일로 공천 심사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하는 일이었다"면서 "가정폭력의 경우 예외 없는 부적격 심사 기준에 있는 사유고, 정 전 의원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적격심사 당시 의무적으로 당에 제출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