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톡톡] <파묘> 속 '더플라자'부터 110년 '조선호텔'까지···'풍수지리 명당' 꿰찬 특급호텔
파묘 속 ‘더 플라자’, ‘지천사’ 있던 곳 ‘웨스틴 조선 서울’, 조선시대 공주의 집 국빈 숙소 ‘영빈관’·장충단 있던 신라호텔 그랜드하얏트 서울, 배산임수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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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 자리가 좋네.”
800만 관객을 돌파한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에서 풍수사 역할을 맡은 최민식이 한 호텔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했던 말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이 호텔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더 플라자’ 호텔입니다.
영화에서 언급된 내용처럼 더 플라자는 4대문 내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명당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 호텔은 서울 시청 맞은편에 있어 서울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고, 특히 건물 위로 올라가면 광화문과 경복궁도 한 눈에 볼 수 있지요.
이처럼 서울 내에 있는 주요 특급호텔들은 모두 좋은 입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좋은 호텔을 고르는 기준으로 위치를 꼽기 때문이지요. 교통편이 얼마나 좋은지, 전망은 어떤 뷰를 가지고 있는지 등이 호텔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호텔 입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뛰는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 위치하면서 역사가 긴 특급호텔 대다수는 대부분 일찌감치 서울의 명당을 꿰차고 있는 셈이지요.
이 특급호텔들이 위치를 고를 때 단순히 접근성만을 보고 고르진 않았겠지요. 실제로 풍수지리학적으로도 명당인 곳을 선정했다는 게 호텔업계의 정설입니다.
파묘 속 '더 플라자', "PPL 아냐"
조선시대 '지천사' 있던 곳
풍수지리 마케팅 펼치기도
파묘 속 더 플라자 역시 실제로 명당인 곳입니다. 극중 최민식이 호텔 창밖을 내다본 방향에는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청와대가 차례대로 펼쳐져있는데 중간에 있는 경복궁이 과거 조선총독부가 위치해 있던 자리였습니다. 창밖으로 조선총독부를 향해 경례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는 서울의 명당을 중간에 가로막은 일본의 악행을 눈으로 보여주고 싶어 했던 장재현 감독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하네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감독이 호텔의 상징적인 위치를 화면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며 “PPL은 아니고 스토리 맥락상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제작진 측에서 지속적으로 어필해 오랜 협의 끝에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더 플라자 호텔이 있는 태평로는 1394년 한양 도읍 시 조선 왕조가 풍수지리 사상에 근거해 좋은 기(氣)가 흐르는 최고의 장소로 평가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하늘을 가르는 절이라는 뜻의 지천사가 위치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천사는 하늘에 별이 떨어지거나 변고가 있을 때 왕이 친히 제례를 지낸 곳으로 태조 때는 팔만대장경을 강화도 선원사에서 해인사로 이동할 때 2년 동안 지천사에서 보관하기도 했지요. 태종 8년에는 경복궁과 중국 사신이 머무는 공간인 태평관이 가까워 중국 사신의 수행원 숙소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호텔 별관이 있는 위치는 과거 상공회의소가 있었습니다. 풍수지리적으로 더 플라자 위치가 돈이 모이는 장소로 평가 받고 있어 비즈니스 고객과 기업인들 사이에서 인지도 높은 장소였다고도 하네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앞서 ‘풍수지리’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2018년 풍수지리 관련 상견례(도원) 패키지를 판매해, 음양오행에 맞는 5가지 식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구성했고요. 2019년에는 풍수지리와 관련된 웨딩 패키지와 외국인 대상 객실 패키지를 판매했습니다. 또한 광화문 앞 도로가 한눈에 보이는 52호 객실을 특화해서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호텔 내 객실 중 1952호, 2052호가 파묘에서 노출된 구도로 풍경 감상이 가능하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110주년 맞은 '웨스틴 조선 서울'
'양택대명당'으로 일컬어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하는 웨스틴 조선 서울도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은 기운이 넘치는 명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봉 김혁규 등 풍수대가들이 웨스틴 조선 서울의 터에 대해 "남산 중심 맥이 북쪽으로 떨어져 내려와 둥글게 다시 솟아 퍼져있는 금반형기(金盤形氣)의 형국으로, 아주 귀한 양택대명당"이라 일컬은 바 있습니다.
웨스틴 조선 서울이 자리한 서울 중구의 소공동은 조선시대부터 대대적인 명당으로 유명합니다. 소공동은 조선 태종의 둘째딸 경정공주의 궁전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작은 공주골’이라고 하던 것을 한자로 소공주동(小公主洞)이라고 하다가 글자를 더 줄여 소공동이 됐던 것이지요. 소공동은 조선시대에는 관청과 공주의 집, 왕자의 사당이 자리를 잡았던 지형으로 명당으로 알려진 자리입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결혼하면 백년해로하고, 집안이 잘 되며, 비즈니스 미팅을 하면 꼭 성공한다는 설이 있어 많은 명가들이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맞선을 보거나, 상견례를 하거나, 결혼식 등의 집안 행사를 치러왔다”고 말했습니다.
외국 국빈 숙소 '영빈관' 있던 '신라호텔'
일제 강점기 당시 사찰 자리로도 쓰여
남산 자락에 위치한 중구 장충동 서울 신라호텔도 명당으로 꼽힙니다. 국가에서 외국 국빈 숙소로 운영하던 영빈관 건물을 1973년 삼성그룹이 인수하고 1979년 호텔 전관을 개관해 지금의 호텔이 된 것이지요. 영빈관 자리는 일제 강점기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기 위한 절인 ‘박문사’이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 온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장소이자 사찰 자리였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풍수지리적인 측면에서 좋은 자리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영빈관 자리는 을미사변 당시 목숨을 잃은 병사를 기리기 위해 1900년에 세웠던 장충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신성한 장소로도 여겨집니다.
배산임수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서울'
로비에 남산 불기운 다스리는 폭포수 그림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남산과 한강을 사이에 두고 풍수학적으로 재물·건강·행운을 함께 가져다준다는 배산임수 지형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에 돌잔치, 예식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위한 장소로 유명하지요.
특히 이 호텔의 로비는 풍수지리 인테리어와 관련이 있습니다. 로비에는 총 6개의 폭포수가 담긴 대형 화폭이 늘어져 있는데요. 이는 그랜드하얏트서울이 있는 남산이 불의 기운을 가진 화산(火山)이라는 풍수설에 따라 불기운을 다스릴 수 있도록 화가 마틴 펑에게 의뢰해 그린 물을 표현한 화폭을 놓아둔 것이라고 합니다. 물과 불로서 풍수적 조화를 맞춘 것이지요. 호텔 곳곳에는 산양, 거북이, 두꺼비 등의 조각상도 있는데 이는 호텔 이용객들의 건강과 장수의 기원을 내포하는 의미를 담은 것입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특급호텔들은 웨딩명당, 사업명당 등으로 알려져 코로나19 이전에는 ‘풍수지리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면서 “엔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이 완전히 회복됐고, 풍수지리와 무속신앙 등을 다룬 K-콘텐츠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를 얻으면서 이러한 풍수지리와 한국 역사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친다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