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전기매트 화재로 집안 전소됐는데···피해 보상은 '나 몰라라'

전기장판 축열에 따른 발화 가능성 일월 "축열은 소비자 이용 과실 탓" 소비자가 제품 기술적 결함 입증해야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2024-03-14     류빈 기자
제보자 A씨가 지난 1월 16일 침대 위에 지난해 8월 구입한 ‘일월 육각살구 탄소 카본매트 싱글’ 제품을 켜두고 잠들었다가 침대 부근에서 불이 나 집안 전체가 전소된 모습. /사진=제보자

온열매트 제조사 일월의 전기매트를 구매해 사용하던 한 소비자가 전기매트 과열로 인한 화재 사고를 겪었으나 제조사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14일 여성경제신문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소비자 A씨는 지난 1월 16일 침대 위에 지난해 8월 구입한 ‘일월 육각살구 탄소 카본매트 싱글’ 제품을 켜두고 잠들었다가 침대 부근에서 불이 나 집안 전체가 전소되는 화재 사고를 겪었다. 

화재 사고로 A씨 집안 전소뿐만 아니라 상층부 일부가 소실되고 침대에서 자고 있던 A씨는 2도 화상을 입었다.

제보자 A씨는 “일반 침대 매트리스 위에 전기매트를 놓고 누웠는데 발, 다리 있는 쪽부터 불이 났다”며 “타는 냄새에 얼른 일어나서 대피했는데도 불구하고 화상을 입게 됐다. 응급실에 갔다가 진화 작업이 끝난 이후 다시 집에 찾아가 보니 모든 생활용품, 옷들, 생필품, 통장 등 다 불타고 남은 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라텍스 재질의 제품을 전기매트랑 같이 쓰지 않았고, 스프링 매트리스에 일반 면으로 된 매트리스 커버를 놓고 그 위에 전기매트와 이불 하나, 배게 하나 있었던 건데 그거 올려놨다고 불나면 장판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일월 "'축열'은 소비자 과실···제품 결함 없다" 주장
소비자 "일반적인 사용법으로 썼는데 왜 내 탓?"


관할소방서에서 작성한 화재현장 조사서에는 해당 화재원인을 침대 위 탄소매트 과열로 추정했다. 

화재감식 결과서에는 발화 원인을 “전기장판의 축열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기재했다. 온도조절기와 커넥터 등에서는 전기적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고, 전기장판에 축열 조건이 형성되고 국부적인 발열이 발생해 인접 가연물에 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서술했다.

일반적으로 전기매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다수 업체는 생산물 책임보험에 의거해 가입된 보험사의 손해사정인이 피해 내용을 확인한 뒤 보상 처리를 진행한다.

화재 현장 조사서와 화재감식 결과서 모두 발화 원인을 전기장판으로 보아, 제보자 A씨는 보험사를 통해 전기장판 제조사에 피해보상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제조사 측으로부터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제조사는 감식 결과서의 ‘축열’을 문제 삼았다. 제조사에 따르면 축열은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월 측은 A씨에게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했을 때 축열이 될 수 없다”며 “회사의 책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피해보상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축열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제품 사용자가 일반적인 환경에서 제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사 측이 축열의 원인을 단순히 추정 수준에서 소비자 과실 탓으로 돌리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선이나 온도조절 등 전기적인 특이점이 나오지 않아 축열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축열에 의한 국부적인 발열은 외부적인 요인이 있을 것으로 (제조사 측이) 추측하고 있는 것”이라며 “축열이라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제품 자체의 결함으로 온도 센서에 이상이 생겨서 온도가 올라갔다든가 하는 여러 가지 사항이 있을 수 있는데, 제조사 측은 결과서를 토대로 이 생산물의 결함을 입증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해석하기 나름이다”라고 말했다. 

제보자 A씨가 화재 사고 당시 사용했던 일월 탄소 카본매트 구매 내역 /사진=제보자

소비자원 "소비자가 제조업체에 민사 소송해야"
국표원 "제품 결함 있어도 보상 근거 자료로 쓸 수 없어"


이처럼 제조사가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의 기술적 결함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본지는 한국소비자원과 국가기술표준원 등 국가 기관에 제품 결함 및 피해 구제 사항을 문의해 보았으나 구체적인 도움을 받기가 어려웠다. 

우선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소비자원은 제조사에서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 그걸 시정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라며 “피해 보상을 받고 싶다면 소비자와 제조업체가 민사 소송으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의 결함을 입증할 방법이 없느냐는 질문에 소비자원 측은 “그건 소비자가 직접 입증을 해야 한다”며 “차라리 전기매트에 대한 안전 기준 적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에 문의하라”고 답변했다.

이에 본지는 국가기술표준원으로 문의를 했으나, 조사 결과가 제조사 측에 있다 하더라도 피해 보상의 근거 자료로 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제품 자체에 대한 결함 조사는 저희가 하는 게 맞다. 공익적 측면에서 다음부터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기업에 리콜이나 개선 명령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구조”라면서 “다만 결함 조사에서 제조사가 제품 자체를 결함이 있게 만들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업체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자료로는 쓸 수 없다”고 답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 소비자가 제품 결함 입증해야
제조사가 입증 책임지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발의도


또한 화재, 화상 등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기준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는 점도 문제다. 업체 이용약관이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에선 공산품의 하자 및 고장 등에 대해서만 해결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제품으로 인한 2차 피해와 관련해 보상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도 소비자에게 불리하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 규정에 따르면 제조사가 아닌 피해자가 제조물의 결함과 피해를 입증해야 배상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이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일반 소비자가 기술이 집약된 전자 제품의 결함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현행법안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제조사가 결함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