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없이 펑펑 쓰자"···저출생 촉진제 역할 '욜로·딩크족'

소비주의·개인주의 강한 MZ '유 자식 상팔자'로 자극해야

2024-03-15     김정수 기자
젊은이들 북적이는 청주 성안길 /연합뉴스

"명품백 사고 비싼 차 타면서 현재를 즐기는 인생이 멋지지 않나요."

"애 낳아서 쓸 돈 저희 부부끼리 펑펑 쓰면서 마음 편하게 살래요."

현재의 자기 행복을 중시하는 욜로(YOLO)와 부부지만 자녀를 두지 않는 딩크(DINK)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저출생 문제를 촉진하고 있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30세대는 저축보다는 소비에,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한다. 노후 준비보다는 물질적 소비와 취미 생활, 자기 계발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로 현재 자기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딩크(DINK)는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뜻하는 말로 'Double Income No Kids'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2020년 주식 열풍은 코로나19 때문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는 다른 연령층보다 물질적인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지는 것이 인생 목표이다'에 대해 20대가 71%, 30대는 7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더 많은 것을 구매할 여유가 생긴다면 행복해질 것이다'에도 각각 69%, 7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2021년 전체 명품 매출 중 20·30대 구매 비중은 50.7%로 지난 2018‧2019년(49.3%)보다 증가했다. 반면 40대 이상 명품 구매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40대 구매 비중은 25%로 2018년(25.6%)보다 감소했으며 60대 이상도 2018년 7.8%에서 2021년 7%로 줄어들었다.

명품 매출 증가율도 20대가 가장 빠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20년 20대 매출 증가율은 37.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30대(28.1%), 40대(24.3%)가 뒤를 이었다.

영국 런던의 고급 패션브랜드 상점가 /연합뉴스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과소비 현상이 20·30세대에게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멤버스가 지난 2023년 8월 25일부터 9월 20일까지 만 20~69세 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 명품 소비자 22%는 '연 소득 3000만원이 안 된다'고 답했다. 연 소득 5000만원 미만은 77.9%였다. 30대 중 연 소득 3000만원 미만인 경우는 0.2%, 5000만원 미만인 경우는 81.9%였다.

이처럼 20·30세대의 개인주의·소비주의는 곧 저출생 문제를 야기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다른 요인은 배제하고 나 자신이 중요한 개인주의는 자녀를 양육하는 환경과 맞지 않는 성향이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희생·헌신한다는 개념이 없다. 또 20·30세대에게 두드러지는 '욜로', '플렉스' 같은 소비주의도 저출생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성향"이라며 "그런 성향을 보이는 두 젊은이가 만나 부부가 되면 곧 딩크족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회사 대표는 "딩크족과 욜로족이 합쳐진 커플도 늘고 있다. 맞벌이해서 풍족하게 부부끼리만 잘 산다는 목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들을 꽤 본다. 수입차에 명품 옷과 가방 등을 선호하면서 둘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부부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요즘 20·30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결혼을 안 하려는 싱글뿐만 아니라 젊은 부부 중에서도 현재를 중시하고 즐기며 사려는 경향이 커 자녀를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여성들은 결혼이라는 제도는 자기를 희생한다는 개념이 강하다. 결혼 후 이뤄지는 다른 가정과의 융합, 출산 후 육아 등이 개인을 중시하는 삶에는 피곤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기 손 /연합뉴스

청년층을 대상으로 가족주의적 가치관 형성을 위한 정책적 접근과 미디어 노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기성세대는 이미 결혼을 해봤고 자녀를 낳아 살아봤기 때문에 결혼‧출산에 대한 장점, 자녀가 주는 기쁨을 안다. 지금 20·30세대처럼 비싼 음식을 먹고 좋은 차를 끌고 다니는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함께 살아가는 행복을 깨달은 사람이 많다"며 "그런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사례를 이슈화시키는 게 하나의 (저출생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자식이 주는 기쁨을 직관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부부 사례를 통해 '자극'을 주는 게 효과적이다. 결혼, 출산도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결혼·출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든다면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며 "하지만 요즘 TV 프로그램 등 미디어에서 부부가 싸우는 내용, 미성년자가 자녀를 낳아 악조건에서 키우는 내용 등 부정적‧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이 저출생 해결 관점에서 도움 되는 일인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교수는 "자녀를 양육하며 '누군가를 케어하는 행동'으로부터 느끼는 만족감과 행복도 인간의 본능 중 하나다.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선 그러한 본능을 '평범한 것', '중요하지 않은 것', '식상한 것'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오직 나만을 중시하고 나만을 위해 소비하는 것만 행복한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혼자 사는 40·50세대가 미디어에 나와 '플렉스'하는 모습을 노출하는 것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자녀를 낳아서 얻는 기쁨을 소재로 여러 미디어 프로그램이 나오면 효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