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역습’ 예의주시하는 한은···'호랑이 물가' 무서운 韓, 금리 인하 꿈 못 꿔

美 6월 피벗 가능성에도 ‘금리 못 움직여’ 근원물가 둔화에도 기대인플레 아직 높아 석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 여전

2024-03-14     최주연 기자
사상 최대 가계부채에 물가는 높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기업 심리 냉각 등 침체 우려에 금리를 인상할 수도 인하할 수도 없는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여기에 100% 수입에 기대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불확실성마저 동반한다. /연합뉴스

IT 산업 활황과 물가 둔화 움직임에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기대가 부풀지만 한국 경제 상황은 정반대다. 사상 최대 가계부채에 물가는 높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기업 심리 냉각 등 침체 우려에 금리를 인상할 수도 인하할 수도 없는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여기에 100% 수입에 기대는 석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불확실성마저 동반한다.

14일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확신하기에 이르다면서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근원물가(식품·에너지 제외)가 기조적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등 우리 경제가 물가 안정기로 재진입하는 모습이다”라면서도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가 높다는 것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요건 중 하나다.

한은은 “일반인의 물가 수준에 대한 인식(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3%대 후반에 머물러 있고,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아직 과거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민의 물가 기대 측면에서 보더라도 물가 목표 수준인 2%에 안정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0%, 물가 인식은 3.8%에 이른다.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변수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도 한은이 금리 정책을 쉽게 변화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월 이후 올해 2월까지 9연속 금리 동결을 단행했다. /최주연 기자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변수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도 한은이 금리 정책을 쉽게 변화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이에 수렴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은은 "변동성이 큰 국제 원자재 가격의 특성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위험)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 공급 충격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근원인플레이션과 괴리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이에 더해 누적된 비용 압력의 파급 영향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여전히 공존하는 물가 리스크에 기준 금리 인하시기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한은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해 올해 말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 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할 리스크가 남아있다"면서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위험 쏠림 시그널(신호)을 제공할 위험에 유념해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갈등이다. 더불어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유가를 어느 정도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물가 상승 불확실성을 높인다. 사진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지난 3일(현지 시각)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는 1분기까지 예정했던 원유 감산을 2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OPEC+는 올해 1분기 동안 할당 산유량보다 하루 22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원유 최대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의 경기 침체로 수요 급감에 따른 가격 하락에 정유업계 전문가들은 OPEC+가 감산 기조를 유지할 거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실제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유가를 어느 정도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7일(현지시각)에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모든 OPEC+ 국가가 감산 합의를 준수해야 하며, 이것이 세계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제 유가 방어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현재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의 핵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갈등이다. 지난해 10월 중동지역 충돌에 국제유가는 상승했고, 실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4% 넘게 급등하는 등 세계 3대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었고 100달러 전망이 나오기도 할 만큼 전 세계인의 물가 불안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