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神] ⑰ 강민석 편 : 은퇴 준비에도 인턴기간이 필요하다···금융 베테랑의 연금 잘 짜는 법
삼성화재 퇴직연금컨설팅센터 강민석 프로 건물주 꿈 이루고도 관리 못 해 전세 돌리기 '고정소득 증발' 문제는 한 방에 해결 어려워 손실 인정은 빠르게···트렌디한 투자 주의보 세제 혜택=확정된 이익···ISA로 원금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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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행복한 한국인을 위한 특별 신년기획 [돈 神]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 돈 굴리기에 달인들을 모시고 한국의 노후 재원 마련 방법을 망라하고 한계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엮으려 합니다. 연금부터 투자 상품까지 분야별 달인들의 독특한 생각과 비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은퇴 준비 시작하시겠습니까? [편집자 주] |
'저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그럼 인턴부터 해보지 그래.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그 업무가 본인과 잘 맞는지, 돈은 어느 정도 주는지 알 수 있게 말이야.'
취업준비생의 마음가짐, 그것은 '은퇴준비생'에게도 필요하다. 안 해본 일을 단번에 잘하지 못하듯 돈 불려본 경험 없는 사람이 한 번의 투자로 천금을 거둘 수는 없다. 삼성화재 퇴직연금 컨설팅센터의 강민석 프로는 노후 재원을 굴려보려다 '급속히 가난해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처음 회사에 들어갈 때는 인턴 먼저 해보라고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이처럼 노후 준비와 투자에도 인턴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가볍게 한 발을 내디뎌보세요. 나에게 맞는 자산 관리법이 뭔지, 어떤 금융 상품과 궁합이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방 한 칸 세준 적 없는 사람이 빌라 한 채 얻는다고 그 즉시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을까?
"퇴직금 전부 넣고 대출까지 받으셔서 빌라 매입하시는, 건물주의 꿈을 이루시는 분들 많습니다. 그런데 그분들 중 정말 많은 분이 얼마 못 가 월세 계약을 전세로 돌리세요. 세입자 모집은 어떻게 했다 쳐도 월세가 한 번이라도 제때 안 들어오면 대출 이자 못 낼 상황에 부닥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전세금을 손쉽게 굴릴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 이래저래 손해를 보시게 됩니다."
'그럼 나는 상가를 사야겠다!' 생각하는 은퇴준비생이라면 그곳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자신이 그 공간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따져봐야 한다. 상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상가는 공실률이 높다. 내가 가진 상가에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이 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버리고 시작하는 게 좋다.
처음 목표했던 대로 은퇴 전 정도의 수입을 얻으면서 대출 이자도 내고 원금도 차곡차곡 갚아나가기 위해서는 월세를 제때 내는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세입자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
"공간을 운영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번에 월급 정도를 벌려고 하면 대부분 분양 상가를 사게 되죠. 그러면 무리해서 사놨는데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없을 확률이 높아요. 세입자가 없으면 이자는 이자대로, 관리비는 관리비대로 나가는 상황, 정말 지옥이겠죠?"
'지옥'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 프로는 은퇴 후에 생긴 변화를 은퇴 전처럼 단박에 되돌리려고 마음먹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는 무조건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고정소득이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든 상태, 이 문제 상황을 '한 방에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위험한 겁니다. 빌라든 상가든 '한 호'에서 시작하세요. 직접 수리도 해보시고 때도 닦아보세요. 그다음에 세입자도 바꿔서 받아보고 월세 밀리는 상황도 겪어보고 하시는 거죠. 부동산 투자가, 빌라나 상가 관리직이 나에게 맞는지 판단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잘 맞는다면 더 큰 규모를 관리하게 되기 전 연습 기간으로 삼으시면 되겠고요."
2022년 만들어진 삼성화재 퇴직연금 컨설팅센터는 개인과 법인 고객의 퇴직연금 운용 플랜을 짠다. 개인 고객은 목표 은퇴 시점과 수익률을, 법인 고객의 경우 퇴직금의 지금 규모와 시기를 고려해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절세 플랜을 제시한다.
센터는 다양한 금융·재무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강 프로와 같은 투자 전문가와 세무사, 보험계리사, 공인회계사, 공인재무설계사(CFP) 등이 '원팀'으로 움직이며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자산 운용 방법을 도출해 낸다. 전문가들이 하나의 센터에 소속돼 있다는 것이 삼성화재 퇴직연금 서비스의 강점이다. 나뉘어 있을 때보다 긴밀히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은 고객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강 프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요즘 개인 투자자들은 어떤 나쁜 습관을 지니고 있는지 묻자 주저없이 '손절을 못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가 기업에 찾아가서 만나는 고객님 말고 개인적으로 저희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이미 뭔가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분들 중에 본인의 포트폴리오가 손실을 내고 있음에도 '지금이라도 파세요'라는 답변을 듣고 싶어 하시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상품이 안 좋으면 해지해야 맞는데, 손실을 확정한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힘들어하시는 거죠. 언젠가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전문가의 역할은 이런 고객을 설득해 지금부터라도 손실을 막는 것. 돈을 잃어 마음 아픈 고객에게는 돈 불려주기가 최고의 처방이다.
"그런 고객님께 한 번에 그 상품 다 처분하라고는 말씀 못 드리죠. 어떻게든 설득해 조금이라도 해지시켜 드리고, 그만큼을 괜찮은 상품으로 옮깁니다. 옮긴 상품에서 수익이 나면 '나머지도 해지해야겠다'는 용기를 얻으시곤 합니다.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해서 '트렌디한 투자'를 하려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트렌드는 트렌드일 뿐, 50년이나 100년 이상을 내다보는 초장기 전망에서 시장을 이기는 특정 국가나 지수는 없다.
"빠지는 시기를 맞출 수 있다고 자신하시고 큰 비중을 투자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대부분 후회하세요. 그걸 맞출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겠지만 맞출 확률은 매우 작으니까요.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골고루 투자하시라고 많은 전문가가 말씀드리는 이유가 그겁니다. 전문가로서 자산 배분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해서 알려야 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초연금도 국민연금도 퇴직연금도 한 종류만으로는 부족한 것처럼 부동산도 주식도 오직 한 가지에만 기댈 경우 풍족한 노후를 누리기가 어렵다. 퇴직연금 외에도 관심을 가질만한 재테크 상품으로는 ISA 계좌가 있다. 세제 혜택 때문이다. 단순히 '세금을 덜 낸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공제되는 세금을 '확정 수익'으로 여기고 접근해야 한다.
"ISA 계좌를 먼저 만들어서 돈을 모은 다음에 IRP나 연금저축 펀드로 이전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ISA 계좌는 비과세 혜택 때문에 돈을 모으기 좋은데요. 3년 만기에 도달했을 때 이 돈을 연금저축 펀드나 IRP로 이전할 수가 있습니다. 이러면 추가로 10%, 최대 300만원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누리게 되니 따지고 보면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셈이죠. 퇴직까지 한참 남은 젊은 분들이라면 특히 더 관심 가지시길 바랍니다. 'ISA 3년, 해지 후 IRP나 연금저축 펀드로 이전', 기억하시면 연금소득을 극대화하실 수 있답니다."
계정 분리로 은행·증권사 대비 안정적
가입한 IRP 해지 말아야 수수료 절감
비보장 상품 관심 늘면 수익률도 ⭡
퇴직금 운용 뉴스는 개인 가입자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법인 고객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강 프로는 퇴직금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법인 고객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늘 채워져 있어야 하는 '적립 비율 100%'를 법인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매년 적립 비율을 확인하는데 안 채워져 있으면 소명이 들어가고 과태료가 나옵니다. 원금에 대한 이자로 커버될 수 있는 수준에서 투자하셔야 합니다. 투자금을 전부 잃더라도 원금이 회복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생각 안 하고 계시다가 나중에 상담해 보면 잘못돼 있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다수의 보험사가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중 삼성화재는 실적배당형 상품에 있어 외부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배치함으로써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 가장 먼저 신탁업 라이센스를 획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화재는 실적배당형 보험 역시 가장 먼저 라인업 했다.
"보험사가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신탁업 라이센스가 필요한데요. 삼성화재는 손보사 중에 가장 먼저 이 라이센스를 얻었습니다. 라인업은 주로 일반 펀드와 실적배당형 보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투자용 보험 상품은 심사가 엄격하기 때문에 상품 하나를 추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 때문에 보험으로만 상품을 구성할 경우 라인업이 다양해지지 못합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기를 망설이는 요인 중에는 수수료 부담도 있다. 강 프로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방법도 귀띔했다.
"온라인으로 IRP에 가입하시면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가입 기간이 늘어날수록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점을 꼭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한번 가입했다면 해당 IRP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 유지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외에도 디폴트 옵션으로 가입한 금액에 대해서는 수익률에 연동해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삼성화재 IRP 연금전환 특약은 다른 상품에 비해 수수료가 현저히 적다.
"대부분의 IRP 수수료 산정은 계좌 내 평균 잔액에 따릅니다. 보유 자산의 일정 비율을 매년 수수료로 내는 것이죠. 반면 삼성화재는 실제 연금 지급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0.4% 수수료율 하에 5억원의 잔액을 20년에 걸쳐 수령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타사의 경우 초년도 수수료는 5억의 0.4%인 200만원입니다. 하지만 삼성화재 연금전환 특약에 가입하실 경우 연금 지급액 5억을 20년으로 나눈 2500만원의 0.4%인 10만원밖에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업권별 퇴직금 적립액 증가세는 증권사에서 가장 가팔랐다. 디폴트 옵션 시행으로 타 업권에서 증권사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풀이된다. 적립금 규모로는 은행이 과반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판매 채널이 많기 때문이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사의 비중에 줄어드는 상황, 삼성화재 소속 강 프로는 '특별계정 분리'로 자산이 안전하게 보호된다는 점을 보험사 퇴직연금의 강점으로 꼽았다.
"다른 업권의 IRP 상품에 가입할 경우 그 안에서 정기예금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보험사의 IRP에 가입한다면 예금과 비슷한 보험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삼성화재의 경우 이율보증형 보험이 있고요. 또 은행과 증권사의 경우 계좌가 하나라는 문제점이 있어요. 회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을 넣었다 뺐다 하는 계좌와 퇴직금을 넣어두는 계좌가 하나라는 거죠. 따라서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퇴직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 보험사는 일반 계정에 회사 운영 자금을, 특별 계정에 퇴직금을 넣어둡니다. 둘 중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해결하기가 비교적 쉽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해외 시장과 비교할 때 낮은 수익률을 내 비판받고 있다. 국내 자산 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지만 강 프로는 이에 다른 의견을 내놨다.
"요즘 퇴직연금 대부분은 TDF인데 이 상품들이 주로 투자되는 곳이 한국이 아닙니다. 십수 년 전에야 대부분의 투자가 한국에 이뤄졌기 때문에 그런 설명이 유효할 수 있었겠지만요. 퇴직연금 수익률 문제를 풀려면 한국 자산 시장의 불안정성보다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된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예금자를 보호하는 안정적 상품이 기준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내기는 어려우니까요.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저 같은 판매자, 사업자들의 수익률 제고 노력이 꾸준히 늘어난다면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