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와 인간이 협업하는 아이스크림 실험실"···배스킨라빈스 '워크샵' 가보니
실험적 메뉴 선보이는 R&D센터 현장 셰프 아이스크림 케이크·젤라또 선봬 AI 활용 개발한 신메뉴 매달 출시 예정
“와사비맛 아이스크림은 ‘민초파’와 ‘반 민초파’처럼 ‘반 와사비파’와 ‘와사비파’로 선호도가 갈려요. 아이스크림이 유지방이라 매운맛을 살리기 힘든데, 아이스크림과 섞었을 때 와사비 맛을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한 끝에 생와사비를 갈아서 아이스크림과 섞는 방법을 고안해 냈답니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배스킨라빈스 본사 사옥인 SPC2023 1층에 위치한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워크샵)를 직접 방문했다. 이곳에서 만난 브랜드 스토리텔러 ‘닥터’는 ‘와사비맛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배스킨라빈스가 새로운 맛을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설명했다. 닥터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아이스크림 맛을 추천하고, 배스킨라빈스 브랜드 스토리를 일대일로 설명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닥터와 함께하는 ‘아이스크림 도슨트’ 프로그램은 평일과 저녁 시간별 예약제로 운영된다.
와사비 맛·인기 메뉴 조합한 이색 실험 메뉴 선봬
브랜드 스토리텔러 '닥터'의 도슨트 프로그램 운영
지난달 19일 문을 연 워크샵은 SPC 배스킨라빈스가 인공지능 기술(AI)을 포함해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R&D) 역량을 선보이는 실험과 창조의 공간이다. 약 100석 규모를 갖고 있는 이 공간은 배스킨라빈스의 직제조 제품은 물론 본사 기획자와 연구원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테스트베드’의 장소다. 이곳에서 먼저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 뒤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의견을 청취해 가맹점 확대 적용을 테스트한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인근 주민과 회사원들이 몰려들어 만석을 이뤘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오픈 첫 주 일주일간 영수증 발행 건수가 3100건이었다”며 “주변에 카페나 디저트 가게들이 별로 없는 지역이라 인근 주민과 회사원들이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크샵 매장은 크게 스토리 존, 케이크 존, 버라이어티 존 등 3가지로 나뉜다.
우선 스토리 존에서는 워크샵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플레이버와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지만 해외에서 판매하는 글로벌 플레이버 등을 선보인다. 와사비 맛 아이스크림도 익스클루시브 플레이버에 포함된다. 스토리 존 내에는 디깅 존도 있다. 시즌마다 도화지가 되는 플레이버가 바뀌는데, 이번 시즌의 주인공인 ‘그린티’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맛을 만들 수 있을지 선보이고 있다.
닥터가 추천한 그린티 맛 중 한 가지는 ‘그린티 오렌지 자스민’이었다. 연노랑 빛깔의 샤베트 아이스크림인 이 제품은 녹차 맛 특유의 떫은맛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녹차를 베이스로 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닥터는 “그린티 오렌지 자스민은 그린티 없는 그린티 아이스크림이다. 그린티랑 자스민 티를 우리고 오렌지 옷을 첨가해 만들어 특유의 차 안에 있는 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스토리 존에는 믹솔로지 존도 있었다. 기존의 인기 메뉴를 조합해 워크샵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맛을 선보였다. 닥터가 추전해 준 맛은 ‘사랑에 빠진 체리’다. 이 맛은 배스킨라빈스 인기 메뉴인 ‘사랑에 빠진 딸기’와 ‘체리쥬빌레’를 섞은 메뉴다. 메뉴에 얽힌 스토리도 들려줬다.
닥터는 “아이스크림이 사랑에 빠진 모습을 상상하면서 태어났다. 사랑에 빠지면 자신의 소중한 걸 나눠주고 싶지 않나. 그래서 사랑에 빠진 딸기가 치즈 큐브를 나눠주고 체리쥬빌레가 체리를 나눠주면서 우리의 사랑스러운 조합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 배스킨라빈스에서만 선보이는 메뉴도 워크샵에서 판매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 창립자인 어바인 라빈스와 그의 아내가 피칸을 먹고 반해서 만든 맛인 ‘프랄린앤크림’을 선보였다. 이 메뉴는 미국 배스킨라빈스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셰프 제조 아이스크림 케이크
'젤라또 라이브 스테이션' 선봬
매장에서 셰프가 직접 제조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선보이는 케이크 존에서는 쁘띠 아이스크림 케이크인 달걀 모양의 ‘에그’, 스노우볼이 담긴 ‘단지’, 카넬레를 아이스크림 케이크로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눌’, 시폰 스타일에서 영감받은 ‘베일’ 등을 선보이고 있다.
워크샵에서만 선보이는 프리미엄 케이크는 매장에서 셰프가 직접 아이스크림부터 장식까지 제조하는 까다롭고 섬세한 공정 과정 때문에 매일 소량 생산된다. 쁘띠 아이스크림 케이크 가격은 1만5000~2만1000원대로 다소 가격이 높지만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로 오픈 첫 주에는 연일 매진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버라이어티 존에는 이탈리안 정통 스타일의 젤라토 12종과 나만의 토핑을 조합해 즉석에서 즐길 수 있는 ‘젤라또 라이브 스테이션’이 마련돼 있다. 차가운 돌판에서 젤라토 아이스크림과 토핑을 비벼서 만든 아이스크림으로, 과거 국내에 들어왔다가 철수한 미국 아이스크림 브랜드 ‘콜드스톤’을 연상케 했다. 배스킨라빈스 측은 젤라토의 경우 반응이 좋아서 향후 젤라토 라이브 스테이션을 다른 매장으로도 확대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AI 활용한 신메뉴 개발 박차
또한 배스킨라빈스는 워크샵에서 AI로 개발한 신제품을 지속 선보일 계획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를 통해 신제품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생성형 AI로 제품 비주얼까지 그려내는 차세대 상품 개발 모델 ’배스킨라빈스 AI NPD(New Product Development) 시스템’을 최초로 시범 운영하는 것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SPC 부사장은 배스킨라빈스에 AI를 활용하는 워크숍 오픈을 주도하는 등 AI를 활용한 브랜드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R&D 실에서 준비 중인 오렌지와 티베이스를 조합한 AI 개발 신메뉴는 이달 말쯤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에도 빅데이터 딥러닝 기술 기반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신제품 ‘딥 플레이버(Deep Flavor)’를 매달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배스킨라빈스 관계자는 “배라는 지금까지 약 1500개 플레이버를 연구 개발해 출시했는데 어느 정도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며 “이제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소비자 면접조사(FGI)나 트렌드 분석 등을 거쳐 새로운 맛 조합을 만들어내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운영할 수 있을까 고민해서 나온 게 AI NPD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에 어떤 과일 플레이버가 아이스크림에 어울릴지 추천해달라고 해서 오렌지를 받았고, 그럼 오렌지랑 어울리는 티베이스가 뭐냐고 물었을 때 얼그레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오렌지와 얼그레이 두 개를 조합해 어느 배율로 하느냐는 인간의 영역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연구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기술이 협업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