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神] ⑯ 강성호 편 : 목돈 4억 vs 월 170만원 종신 소득···자영업자도 퇴직연금 '물론'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 인터뷰 ‘연금=생존권’ 노후 목돈보다는 종신 소득 必 저소득층 적립 유도 보조금·퇴직소득세 과세 자본시장 펀더멘탈 강화 퇴직연금 운용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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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행복한 한국인을 위한 특별 신년기획 [돈 神]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 돈 굴리기에 달인들을 모시고 한국의 노후 재원 마련 방법을 망라하고 한계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엮으려 합니다. 연금부터 투자 상품까지 분야별 달인들의 독특한 생각과 비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은퇴 준비 시작하시겠습니까? [편집자 주] |
노인 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은 연금 고갈 우려에 무감각하다. 나이 들어 더 이상 일 할 수 없는 때 고정소득이 생명줄이 되는 만큼 다양한 연금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강제로 내고 마음대로 탈 수 없는’ 국민연금은 관심을 갖는 반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남의 집 이야기로 치부한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은 마흔과 쉰 살에도 늦지 않았으니, 퇴직연금에 가입하라고 한다. 노후에는 수억 목돈보다는 종신까지 달마다 나오는 소득이 훨씬 재정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다.
“오늘 아침 국민연금에서 현재 소득 기준으로 종신까지 170만원 나온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마음이 뿌듯하더라고요. 170만원으로 대강 200만원으로 잡고 1년에 2000만원, 10년이면 2억, 20년이면 4억원이라고 할 때, 목돈으로 4억원 있는 사람과 죽을 때까지 170만원 받을 수 있는 사람, 누가 더 노후에 안심할까요?”
강 센터장은 노후 고정 소득으로 임대료나 주식 배당 등 다양한 채널이 있겠지만 연금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적 안정감이 간절한 은퇴 후 삶은 종신연금이 필수다.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나이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갓 입사한 사회 초년생뿐 아니라 자영업자도 퇴직연금 가입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40세부터 쌓아도 되고 50세가 되어도 쌓아야 합니다. 포기하면 안 됩니다. 자영업자가 열심히 일하다가 마흔 훨씬 넘어서 월마다 따박따박 나오는 소득이 절실해졌다고 칩시다. 소득이 있으면 IRP(개인형퇴직연금)에 들 수 있거든요. 일시납 즉시 연금으로 한꺼번에 불입할 수 있어요. 가령 50세, 60세에 목돈 있을 때 은행보다 노후자산으로 관리해 주는 전문 기관에다가 맡겨서 따박따박 나오게 할 수 있다는 말이죠. 원래는 사용자가 근로자 급여의 8.3%를 내주는데 그보다 더 많이 불입을 하는 거죠. 다만 일찍 월마다 낸 사람들에 비해 세제 혜택은 적다는 게 아쉽긴 하죠. 이들을 위한 정책당국의 구제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강 센터장에 따르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적립금 만기 후 목돈이 생겼을 때 연금저축이나 IRP 등 연금계좌로 전환할 수 있다. 세액공제 적용 금액은 전환금액의 10%로 한도는 300만원이다. 현존하는 인센티브 제도인데, 강 센터장은 이것과 동시에 퇴직연금 적립 유인을 위해 저소득층에게도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바야흐로 퇴직연금의 가입 및 적립을 위한 ‘당근’이 필요한 때다.
연금화 안 하면 페널티, 저소득층은 보조금
이원화 된 퇴직금제도 퇴직연금으로 통합
“퇴직연금 규모가 얼마 되지 않는 저소득층에게도 적립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당연히 ‘예스’ 입니다. 저소득층은 노후에 빈곤할 확률이 높잖아요. 그렇지만 노후 준비를 조금이라도 안 하면 그만큼 국가 재정에서 메울 확률이 높아집니다. 퇴직연금 적립 마중물로 지금 보조금을 줘 적립을 북돋고 현재 소비를 미래로 지연시키는 겁니다. 노후 자산을 스스로 어느 정도는 쌓을 수 있게 유도하는 거죠. 저소득층에 대해선 조금 더 ‘당근책’(보조금)을 많이 쓰자는 겁니다. ‘아낄 것도 없고 지금 당장 써버리자’라고 한다면 나중에 아무것도 없이 빈곤자가 되잖아요. 나중에 국가가 50만원 지원해도 될 것을 100만원 지원해야하는 상황이 오는 겁니다. 이들이 쌓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적립해 주는 방식으로 유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 정책 지급의 당위성은 이들이 세제 혜택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데서 나온다.
“‘부의 소득세’라는 용어를 쓰는데, 55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납부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지방세까지 포함해 13.2%, 5500만원 미만 소득자에게는 지방세까지 16.5% 공제를 해주거든요. 저소득층은 면세자이기 때문에 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싶은 요인이 없는 것입니다.”
정부가 더 내야 하는 세금을 깎아주는 게 아니고 돈을 더 지급하는 식으로 역으로 지원하는 것인데, 강 센터장은 이를 정부 ‘생돈’으로 지급하는 것은 무리라고 이야기한다. 대신에 ‘퇴직 소득세’를 과세해 그 금액을 저소득층 퇴직연금 보조금에 지원하자는 것이다. 즉 연금화하지 않고 인출한 자의 퇴직연금에 대한 소득세를 지금보다 더 많이 부과해 그 돈으로 쓰자는 말. ‘윗돌 빼서 아랫돌을 탄탄하게 괴자’는 셈이다.
퇴직 소득세는 퇴직금 혹은 퇴직연금을 인출할 때 내는 소득세, 연금 소득세는 퇴직금 혹은 퇴직연금을 연금화한 후 매기는 세금이다.
“연금 소득세율이 3.3%에서 5.5% 범위에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 지방세 포함해서 3, 4, 5%인데 70세까지가 5%, 70~80세까지 4%, 그리고 80세 이상이면 3%로 줄어요. 퇴직연금을 연금화, 즉 다달이 실제 연금으로 받는다고 하면 세금 혜택을 주는 거고 안 그러면 퇴직 소득세를 부과하는 건데 이때 실효세율로 보통 이야기를 하거든요. 연금 소득세도 실효세율로 따지면 1~2%도 안 나오지만 퇴직 소득세랑 그렇게 많은 차이가 안 납니다. 연금화를 하든 전부 빼서 쓰든 세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점도 굳이 연금화하지 않는 이유라는 말입니다.”
강 센터장은 퇴직 소득세의 실효세율이 너무 낮다는 데 주목했다. 이 같은 결과는 높은 공제율에 기인한다.
“(퇴직소득세는) 상대적으로 공제율이 높아요. 퇴직 소득이 100이 발생했다고 치면 연말정산할 때 인적 공제도 해주고 여러 가지 공제해 주잖아요. 실질적으로 20%까지도 부과할 수 있는 세금을 종합해서 계산해 보면 10% 언저리 나오고, 중간에 또 중도 인출하는데 퇴직 소득세도 누진소득세 체계다 보니까 점점 합계가 줄잖아요. 실효세율이 아까 말한 대로 4~5%가 나오는 겁니다.”
강 센터장은 공제를 조금만 해주자는 입장이다. 고소득자에겐 퇴직연금의 연금화를 유인한다.
“페널티를 주는 동시에 이렇게 모인 자금을 저소득층의 퇴직연금 적립 요인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A구성원의 페널티가 B구성원의 보조금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또한 강 센터장은 퇴직연금의 연금화에 앞서 현존하는 모든 퇴직금 제도를 일원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퇴직금 제도는 사실상 적립이 강제화돼있는 퇴직연금과 회사가 근로자 퇴사 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퇴직금으로 나뉜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55%쯤 되니까 퇴직금 가입은 아직도 45%나 됩니다. 퇴직금도 원래 노후 보장이 목적인데 퇴직하는 순간 일시금 형태로 지급되다 보니까 노후 자산으로 활용 가능성이 끊어진다고 봐야죠. 퇴직연금형태로 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근로자 노후 보호 위해 탄생한 퇴직연금제도
미래 평생 월급 번다는 생각으로 적립·운용
지금의 퇴직연금제도는 2005년에 탄생했다. DB형과 DC형 그리고 IRP형으로 분류된다. 반면 퇴직금은 이전부터 있던 제도로, 이는 금융기관과 결탁되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알아서 관리한다. 안정적인 큰 회사의 경우 퇴직금 지급에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이나 부실한 회사는 운이 안 좋아 폐업했을 경우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3의 기관인 금융기관에 맡기면서 근로자의 ‘후불 임금’을 보호하는 퇴직연금제도가 고안됐다.
강 센터장은 한국의 연금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외국의 잘 된 연금제도를 그대로 이식한다고 해서 그것과 같은 결과를 도출할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의 자본시장 펀더멘탈이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이 잘 쌓고 그다음 운용을 잘 해야 할 텐데 이는 금융 투자와 연계되거든요. 결국 수익률 문제인데 퇴직연금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때부턴 자본시장 문제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이 건실하냐 이 문제인데, 미국이나 호주는 주가가 장기적으로 볼 때 상승하는데, 한국 증시는 확 떨어지다가 올라가는 것을 반복하거든요. 그래서 박스권이라고 하잖아요. 박스권에 몇십 년 머무르고 있으니 한국 자본시장에 기대를 할 수 없게 되고 장기 수익률도 얼마 안 되고 결국 자금 빼서 부동산으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근본적으로 한국 자본시장 펀더멘탈을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뷰 당일 아침 월 170만원 국민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다는 문자를 받고 뿌듯했다는 강 센터장. 국내 손꼽히는 퇴직연금 박사도 연금은 그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그러나 현재 효용 가치가 있는 재화의 사용을 미래로 미룬다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성질을 볼 때 쉽지 않은 일이다. 강 센터장에게 연금을 운용할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을 물었다.
“연금은 미래 월급, 평생 월급입니다. 젊을 날 연금을 운용할 때 ‘나의 미래 생존권이 하나씩 올라간다’라는 사실을 상기하고 운용하면 연금을 굴리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적립금을 쌓을 때도 운용할 때도 같은 문장을 되뇌면서 나의 미래를 위해 평생 노후를 위해 퇴직연금과 국민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을 잘 챙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