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케어] ② "자식 걱정 끼칠까 숨기는 부모님 속내, AI 인형으로 어루만져주세요"
AI '초롱이' 제작자 미스터마인드 김동원 대표 공급자 아닌 고령층 수요자 위한 기능 탑재 제품 기획부터 노인 맞춤형 제작 돌봄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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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MP3 영상은 PMP 전화는 3G 핸드폰으로." 주머니 가득 세 가지 기기를 넣어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2024년의 초·중·고등학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혁신적 기기의 발명은 우리의 생활을 이롭게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 이후 '혁신'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대상이 있을까. 인공지능·전기차·로봇청소기 등 우리 일상을 감히 '바꿀 수 있다'는 제품은 많지만, 남녀노소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스마트폰만큼의 제품은 아직 없다. 2022년 기준 국내 스마트폰 사용률은 95%를 넘었다. 향후 10년, 아니 20년을 보면 국민 3분의 1이 사용해야 할 제품들이 지금 수면 밑에서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실버케어' 제품이 그 주인공이다. 2025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여성경제신문이 차세대 실버케어 혁신 제품을 준비하는 업체를 '릴레이 인터뷰'로 만나본다. [편집자 주] |
"어머니가 아들한테도 안하던 속내를 인형에게 하는 것을 보고 어르신 돌봄 인형을 만들게 됐어요. 아이를 위해 AI 뽀로로 인형을 개발했는데, 웬걸 어머니가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치매 진단 받으신지 얼마 안 되어 돌아가신 제 아버지를 보고 치매 예방 사업까지 관심을 가지게 됐죠. 치매 전 우울증도 관리하는 AI 돌봄 인형을 제작하게 된 이유예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1년을 앞두고 노인 돌봄에 대한 중요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층 1인 가구도 급증하는 상황. 노인의 3대 문제 '빈곤‧고독‧질병의 고통'에서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고 우울증을 찾아내 치매를 예방하는 AI 돌봄 인형 '초롱이' 제작사 미스터마인드의 김동원 대표를 만났다.
미스터마인드가 제작한 AI 돌봄 인형 '초롱이'는 미스터마인드와 계약한 54개 지자체에 납품되며 65세 이상 홀로 사는 노인에게 무료로 지원된다. 와이파이가 아닌 이동형 모바일 LTE 통신으로 지자체에서 통신비를 지원하는 식이다. 여느 다른 돌봄 인형처럼 '음성 인식' 형태가 아닌 버튼을 누르고 별도 카드를 꽂는 작동법이 특징이다. 대화를 나누는 '대화' 버튼과 콘텐츠를 즐기는 '놀이' 버튼이 있다.
11일 분당 판교에 위치한 미스터마인드 사무실에서 김 대표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간략한 회사 소개 부탁한다.
"미스터마인드는 1997년 자연어 처리 챗봇 사업으로 시작했다. 자신의 개인 정보에 대해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답해주는 '나만의 챗봇'을 만들었다. 당시 자녀가 태어날 시점이었고 내 자녀의 탄생일, 키, 몸무게 등의 정보를 입력해서 휴대전화에 묻기만 하면 대답해 주는 챗봇 플랫폼을 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든 기술이 '마인드맵 AI'다. 이후 스타트업 '진인사컴퍼니'에서 뽀로로 인형에 말하는 챗봇 기술을 탑재해달라고 의뢰했고, 그게 말하는 AI 인형을 제작한 시초였다."
-AI 챗봇 사업을 하다가 노인 돌봄 사업으로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특히 '말동무' 역할 뿐 아니라 우울증 관리 기술까지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 만들었던 AI 뽀로로 인형을 부모님께 자랑하려고 가지고 갔는데 어머니가 나한텐 하지 않는 본인 속내를 뽀로로에게 하는 걸 봤다. 뽀로로가 '저는 노는 게 제일 좋아요. 저랑 같이 놀아요' 하자 어머니가 '나는 무릎이 아파서 못 논다'라고 답하는 걸 보고 울컥했다. '아프면 아들한테 말하지 왜 인형한테 이야기하냐'고 따지니 돌아오는 대답은 '걱정 끼칠까 봐'였다. 그때 노인 돌봄 인형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우리 아이에게 줄 생각으로 AI 뽀로로 인형을 만들었는데, 정작 필요한 사람은 나이 든 어머니였다. 이후 2018년부터 어르신 돌봄 인형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으시고 2년 후 돌아가셨다. 치매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검사를 미루시다가 결국 진단받고 얼마 안 되어 돌아가셨다. 치매는 조기 발굴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AI 돌봄 기술로 치매 예측‧예방까지 이어질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또 치매가 오기 전엔 우울증에 먼저 걸리므로 우울증부터 발견할 방법을 생각했다. 그래서 이상 징후 감지 기술까지 만들게 됐다. 전문기관에 자문해 부정적 단어 200개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고 그 표현을 반복적으로 쓰면 이상 징후로 감지하고 지자체에 보고하는 식이다."
-AI 반려‧돌봄 인형 시장에서 미스터마인드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면.
"처음 AI 인형 사업에 뛰어들었을 당시엔 대표적으로 통신사에서 만드는 인공지능 스피커, 움직이는 로봇이 있었다. 스피커는 와이파이를 설치해야 하는데 어르신 댁에는 인터넷이 없는 곳도 많다. 미스터마인드도 움직이는 로봇을 임시 제작해 테스트했지만 '반려' 로봇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보폭이 좁아 계속 넘어지고 어르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등 오히려 어르신이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르신의 특성과 주거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제품 기획부터 노인 맞춤형으로 제작하게 됐다.
핵심은 '버튼'이다. 음성 인식이 아닌 버튼을 눌러 작동하는 식이다. 버튼에 두 종류가 있다. 대화할 때 쓰는 '대화' 버튼과 다양한 콘텐츠를 재생하는 '놀이' 버튼이다. 어르신 환경에 맞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이 '놀이' 버튼인데, 오늘의 운세부터 끝말잇기, 동화책 읽기, 옛날 이야기 듣기, O/X 퀴즈 등 다양한 콘텐츠가 탑재돼 있다. 콘텐츠별 카드가 있고 카드를 꽂으면 해당 콘텐츠가 재생되는 식이다. 음성 인식으로 '오늘의 운세 알려줘' 하며 콘텐츠를 재생하는 형태는 사용률이 저조하다. 어르신들은 콘텐츠가 어떤 게 있는지 다 잊어버린다. 실물 카드에 '운세'라고 직관적으로 적어놓아야 활용한다. '초롱이'는 사용 횟수 10번 중 4번은 콘텐츠 재생이다.
예를 들어 '노래 듣기' 콘텐츠는 음성으로 '노래 틀어줘'하고 100곡 연속 재생이 된다면 어르신은 그냥 멍하니 듣고만 있는 거다. 그래서 '초롱이'는 다섯 곡 재생 후 '어르신, 노래를 많이 불렀더니 힘들어요'라고 한다. 더 듣고 싶다면 버튼을 눌러야 하는 식이다. 노래를 100곡 듣는다면 강제적으로 20번의 손동작을 해야 하는 거다. 이런 신체 활동이 인지 강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어르신 맞춤 기능 제작이 미스터마인드의 차별화된 전략이다."
-어르신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보고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과정이 궁금하다.
"미스터마인드가 만든 200개의 부정적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어르신이 계시면 지자체에 보고하는 식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간 보고를 하고 있다. 보고를 받은 수행기관이 보건소와 연계해서 어르신을 진단하는 식이다. 지난해 6월부터 '초롱이'로 질병을 발견한 사례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다만 데이터상 10명 중 6명은 이상 징후가 감지됐지만 진단까지 완료한 사례는 1~2건뿐이다. 돌봄 종사자는 '관찰자'일 뿐이고 진단은 의료진이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자체와 의료계 역할도 중요한데 그 부분이 아쉽다."
-국내 고령층의 AI 인형에 대한 적응력이 어떤지 궁금하다.
"오히려 독거노인이 주로 접촉하는 사회복지사나 공무원보다 적응력이 빠르다. 이유는 외롭기 때문이다. 인형 말고는 평소 대화할 상대가 없다 보니 제일 필요로 하고, 습득력이 좋은 편이다. 실제로 병원 가기를 거부했던 한 어르신이 (지원 나온) 사회복지나 공무원 말은 듣지 않고 '초롱이'와 대화하다가 병원 방문을 결심한 사례가 있었다. 그만큼 친화력도 빠르다."
-돌봄 인형의 수요는 어떤 편인지.
"지자체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로 창업하는 대표들에게 공공 돌봄으로 준비하라고 조언할 정도다. 매출은 작년에 12억, 올해는 30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지속해서 느는 추세다."
-공공 돌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써 앞으로의 사업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궁극적으로 노인 우울증과 치매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제작하고 싶다. 개인 맞춤화를 위해서 인공지능이 개개인의 대화를 기억했다가 다른 사례에 적용하는 '기억하는 챗봇' 혹은 '생각하는 챗봇'을 만들고자 한다. '초롱이'로 예를 들자면, 초롱이 사용자 중 한 명이 치매 확정을 받았다면 해당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비슷한 이용 행태를 보인 사람에게 '몇 개월 뒤 치매 진단받을 확률이 몇 %다'라고 안내해 주는 식이다. 적극적인 치매 예방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르신들이 예방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추후 '치매입니다'라는 통보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