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 14일까지 'D-3'···'시국선언'에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 조짐

'집단 유급' 압박, 교수들 향방 정해야 정부 책임 묻는 서명, 6482명 참여해

2024-03-11     김민 수습기자
11일 오전 서울의 상급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단 유급' 조치 기간이 다가오면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실명을 밝히고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 정부에 현 사태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 마지노선은 14일까지인 상황이다. 의대의 경우 한 학기 수강 과목 중 하나만 'F' 학점을 받아도 유급이 확정된다. 교육부 방침으로 휴학이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지속하면 수업일수 부족 등으로 '집단 유급'에 처할 수 있다. 일부 의대의 경우 오는 14일을 기점으로 유급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어서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복귀 또는 복학을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그때까지 교수들의 집단행동 향방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 속에서 먼저 집단행동에 나선 교수들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소속과 실명을 밝히고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했다. 11일 오전 7시 기준으로 전국의 수련 병원 소속 교수와 전문의 4196명, 기타 소속 의사 등 2286명, 총 6482명이 해당 서명에 동참한 상황이다.

시국 선언문은 "정부가 필수 의료 붕괴와 지방 의료 몰락을 구제할 대책을 제시하여 전공의들과 현장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비판적 의견 또한 수용하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가 이러한 최소한의 의지조차 보이지 못하고 의료 대란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국민들은 정부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모습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했다. 필수 의료의 붕괴와 지방 의료의 위기에 대해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모습이다.

이외에도 정부가 필수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전공의들을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7일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휴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대를 비롯한 각 대학도 향방을 정하는 중이다.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교수들이 참여하는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늘 오후 5시 각 병원에서 비공개 총회를 갖는다.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지 되도록 복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의 협상마저 기약이 없자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고 첫 공식 회동이 성사되는 자리인 만큼,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포함한 장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은 84.6%가 전공의와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응답했다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의대 교수들이 병원 진료를 그만두고 학생 교육만 담당하는 소위 '겸직해제'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고려대 의대 교수들도 오늘 아침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전공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는 뜻으로 피켓시위에 나섰다. 고려대 의대 교수의회 구로 지부는 오전 8시 30분께 고대구로병원 1층 로비에서 "우리 전공의 욕하지 말아 달라", "우리 교수들은 정부가 원점에서 의료계와 대화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1시간 30분가량 호소했다.

연세의대 소속인 한정우 세브란스병원 소아 혈액 종양과의 교수가 1인 피켓시위를 진행한 사례는 있지만 서울 소재 의대 교수들이 이번 의대 증원과 관련해 집단으로 피켓 시위에 나서며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다. 고려대 의대는 안암, 안산 등 다른 병원 지부 교수들도 집단행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