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원 더봄] '어떻게 옷을 사지 않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

[손민원의 성과 인권] 차고 넘치는·버려지는 옷들은 어떻게 될까? 만들고 버리는데 심각한 환경 문제 일으켜

2024-03-13     손민원 성ㆍ인권 강사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니 겨울에 입었던 외투며 두꺼운 기모 바지, 손빨래할 것과 울 세탁할 것 등을 잘 분류해 세탁하는 것도 큰 행사처럼 보통 일이 아니다. 빤 옷을 정리해 옷장에 넣다 보니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모자와 스카프, 들지 않는 가방, 신지 않는 신발 등으로 옷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다. 언제 샀는지조차 모르는 새 옷들도 있었다.

빤 옷을 정리해 옷장에 넣다 보니 더 이상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모자와 스카프, 들지 않는 가방, 신지 않는 신발 등으로 옷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역 중고 앱을 통해 처분하려고 옷과 가방 사진을 이리저리 찍어 올려 보고,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할 물건들도 따로 추려 놓았다. 그리고 1층 화단 옆의 의류 폐기물 통에도 한 보따리 가져다 넣었다.

이렇게 많은 옷을 미련 없이 버린다는 것은 나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을 많이 소비하였기 때문이었다. 이 소비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어쩜 남이 보는 나를 위한 소비, 싸다고 무조건 클릭했던 습관, 어떤 헛헛함을 소비 행태로 달래고 있지는 않았나 나의 과소비를 생각하게 됐다.

내 첫 차는 나를 위해 15년간을 무탈하게 달려 주었다. 비록 작은 차였지만, 나에게 최적화된 나의 차는 어떤 고급 차를 운전할 때보다 편하고 안정감을 줬다. 새 차를 만나고 헤어졌을 때 며칠 동안은 ‘차 앓이’를 했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폐차장의 납작 쇳덩어리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마도 15년 동안 나의 즐거움과 슬픔, 여러 난관을 같이했기 때문에 그렇게 마음이 허전하지 않았을까 한다.

패션에 대해서도 우리는 망설이고 고민해야 한다. 내가 ‘어떤 최신의 옷을 입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옷을 사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늘 가지고 다니던 카드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오래된 우산을 잃어버렸을 때도 이런 비슷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에게 의미 있는 어떤 물건은 단순히 물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너무 풍족하게 쓰고 버리는 것이 익숙한 시대, 쉬운 소비보다 오래되고 낡은 것에 가치와 의미를 둘 수 있는 슬로(slow)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패스트푸드’만큼 패션도 ‘패스트 패션’이 현대의 소비 형태다. 유행은 빠르게 변하고, 얼마든지 값싸게 질 좋은 최신의 옷을 구입해 나의 멋을 뽐낼 수 있다. 내 옷장을 봐도 그렇고, 거리를 걷거나 대형 매장 또는 인터넷 쇼핑몰도 차고 넘치게 옷들이 있다. “저 옷들은 과연 다 팔리는 것일까? 팔리지 않으면 어찌 되는 것일까?” 쌓인 옷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는 내가 옷을 사면서 과연 이 옷이 나에게 꼭 필요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79억명이 사는 지구에 한 해 동안 약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약 33%는 같은 해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그럼 그 버려지는 옷들은 어떻게 될까? 그 옷들은 가나, 방글라데시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고, 대부분의 옷은 썩지 않고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가 입는 한 장의 면 티셔츠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3000ℓ,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는 7000~1만ℓ의 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물 사용량이 200ℓ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사용돼 청바지 하나가 탄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쪽은 먹을 물이 없다고 아우성이고, 한쪽은 멋진 색의 염료를 사용해 다양한 셔츠를 만드느라 이만큼의 물이 사용되고 또 버리느라 환경이 오염된다고 하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옷이 합성 섬유로 만들어지고 있고, 그 옷들이 세탁기 속에서 빨아지면서 그 마찰로 인해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전체 가구가 빨래를 하면서 날마다 4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강으로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물은 강에서 바다로 해류를 타고 흘러가고, 물고기들은 이 물을 먹고 우리는 물고기를 먹는다.

79억명이 사는 지구에 한 해 동안 약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 약 33%는 같은 해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너무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고, 환경은 점점 망가지고 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걱정하지만 모두가 소비 행태를 바꿀 마음은 없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고, 지구는 하나뿐이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자주 망각한다. 여러 가지 측면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패션에 대해서도 우리는 망설이고 고민해야 한다. 내가 ‘어떤 최신의 옷을 입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옷을 사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할머니가 떠서 입으시다 물려주신 흰색 스웨터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옷이다. 내가 입고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가 한 번 쓰고 버려지기보다 온전히 의미 있는 내 것들이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모두 어떤 스토리가 있는 멋진 자신의 것을 자랑하는 문화가 된다면 ‘패스트 패션’에 의한 환경 문제가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도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