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부터 조선미녀까지"···K-뷰티, 다양성으로 글로벌 보폭 넓힌다

미국·동남아·유럽 등 해외 진출 다변화 중소 뷰티 기업, 해외 매출 비중 70~90% 한류 인기에 제품력 인정 받아 현지 인기↑

2024-03-07     류빈
애경산업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AGE20’S’(에이지투웨니스)가 지난 5일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에서 ‘AGE20’S 여성의 날 행사’를 진행한 모습 /애경산업

국내 뷰티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한정됐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미국, 유럽, 동남아 등으로 발을 넓히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중소 인디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뷰티 브랜드들이 비건 뷰티나 베이스 메이크업 전문, 중소 브랜드의 특화 상품 등을 내세워 현지 시장에 걸맞은 마케팅을 통해 해외 진출을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베트남·일본·유럽 등 해외 진출 확대


대표적으로 KGC인삼공사는 최근 고기능 비건 뷰티 브랜드 ‘랩 1899’의 신제품을 미국에서 출시한다. 미국은 전 세계 비건 인구의 35%를 차지하며 글로벌 비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기, 우유 등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이 아니더라도 일반 소비자들도 비건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랩 1899’는 1899년부터 홍삼을 연구한 KGC인삼공사의 노하우를 담은 레드진생 비건 뷰티  브랜드다. 엄격한 심사로 유명한 프랑스 이브 비건(EVE VEGAN) 인증을 받았다.

‘랩 1899’의 신제품 ‘레드진생 펩타이드 세럼’은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 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를 통해 먼저 선보였다. 펀딩 종료 전임에도 목표한 모금액의 392% 이상 초과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KGC인삼공사는 비건에 관심이 많은 미국 소비자 반응을 체크한 뒤 국내외 다양한 판매 채널로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AGE20’S)는 베이스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베트남 소비자와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일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베트남 주요 기념일 중 하나인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한 ‘AGE20’S 여성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베트남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 및 유통 관계자 등 총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품 소개는 물론 브랜드 현지 모델인 ‘응우옌 툭 투이 티엔’과 함께하는 토크쇼 및 기념 촬영, 디지털 마케팅 성공 사례 리뷰, 럭키 드로우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지난 2019년 베트남의 뷰티 전문 유통 플랫폼인 ‘하사키 뷰티앤스파’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 등에 입점하며 베트남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후 2022년 베트남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틱톡, 쇼피 라이브 등 라이브 커머스 채널 진출을 확대하며 베트남 시장 내 온·오프라인 채널 입지를 넓히고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베트남 시장은 미백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국내 화장품 같은 경우는 기능성 효과에 대한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많고 이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이며, 현지 기후나 현지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특성을 반영해서 피부 쿨링이나 진정, 미백 기능이 포함된 제품들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지형 재편을 추진 중이다.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하락하자, 일본, 미주 지역 등으로 해외 진출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본에서 라네즈와 이니스프리가 견고하게 성장하고 헤라와 에스트라 등 신규 브랜드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지난해 현지화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미주 시장에서는 립 카테고리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성장한 라네즈와 멀티브랜드숍(MBS) 채널 접점을 확대한 설화수, 이니스프리의 성장으로 미주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를 기록했다. EMEA 지역에서는 진출한 모든 브랜드가 성장하며 지난해 전체 매출이 62% 증가했다. 라네즈는 영국의 럭셔리 뷰티 멀티숍 ‘SPACE NK'와 중동의 세포라 채널에 진출했다. 아세안 시장은 라네즈의 판매 호조 속에서 전년 수준의 매출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새롭게 설정된 집중 성장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해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중소 뷰티 기업,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 70~90%


국내 중소 뷰티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고운세상코스메틱, 마녀공장, 조선미녀, 코스알엑스 등이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1세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Dr.G)’를 보유한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19개국 주요 유통 채널에 진출했고 올해는 미국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녀공장은 최근 미국 대형 유통체인 코스트코에 입점하고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마녀공장의 매출은 현재 내수시장과 일본, 중국 매출 비중이 77%를 차지한다. 글로벌 판매처를 다변화해 외형 성장을 이어나가겠단 복안이다. 

조선미녀는 작년 1400억원의 매출 중 90%를 해외에서 올리기도 했다.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유럽 32개국에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또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다. 

스킨케어 브랜드로 알려진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매출 48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 개 국가에 진출해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북미와 유럽 등에서 이미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이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며 오는 5월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연결 실적에 포함되는 만큼 실적 개선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중소 뷰티 브랜드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건 단순히 브랜드 마케팅의 힘뿐만 아니라 국내 화장품 기술력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한류를 바탕으로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 현지에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채널까지 진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면서 “특히 중소 뷰티 브랜드는 국내 OEM·ODM 화장품 회사의 높은 품질과 브랜드의 기획력 등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