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키오스크 언어 장벽에···"쉬운 우리말로 바꾸자"

국립국어원, 70~80대 200명 조사 "전문용어, 외국·외래어 풀어쓰자" 디지털 소외 계층 정보 접근성 개선

2024-03-07     김정수 기자
지난 2022년 서울 종로구 롯데리아 동묘역점에서 열린 디지털 약자 어르신 키오스크 교육에 참여한 서울재가노인복지협회 소속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트라 토핑' 대신 '올림·곁들일 재료'" "'투데이 스페셜(Today's Special)' 대신 '오늘의 추천'"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키오스크(무인 자동화 기기) 내 언어 이해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립국어원이 쉬운 우리말 표현을 제시했다.

7일 국립국어원은 키오스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언어 예시와 화면 안내 모형 등을 정리한 '무인 자동화 기기 쉬운 언어 사용 모형 개발'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용 절감·효율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키오스크는 사용처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나 정보 취약계층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70~80대 고령층 200명의 키오스크 사용 현황을 조사해 개선안을 발표했다. 고령층이 낯설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및 외국·외래어를 우리말로 풀어쓰자는 내용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기기가 사용되는 상황별 유형을 정리해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쉬운 언어 사용 지침이 제시됐다. 공통 지침은 △사용자가 편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표현이나 말투를 사용할 것 △한글로 적되 필요할 경우 외국 문자 등을 괄호 안에 함께 쓸 것 △되도록 기존 표현보다 길지 않게 쓸 것 등이다.

세부적으로 은행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의 경우 금융권이 쓰는 전문 용어 대신 일상 용어로 대체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취 계좌 확인 후 거래 바랍니다'보다 '받는 분의 계좌번호를 확인해 주세요'가, '본 거래는 카드를 직접 삽입하지 않고 RF 수신부에 접촉하셔야 합니다'보다 '카드를 넣지 마시고, 카드 대는 곳에 대세요'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레어', '미디움' 등 고기 굽기 정도를 쉬운 언어로 표현한 예시 /연합뉴스

식당 내 비치된 키오스크의 경우 일방적인 외국어 표기인 'Today's Special' 등을 '오늘의 추천/추천 메뉴'로 대체하는 방안이 권고됐다. '엑스트라 토핑'의 대체 표현으로는 '올림/곁들일 재료'가 제시됐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그림·사진 등을 활용해 음식의 재료·조리법 설명을 추가하면 고령층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PASTA'라고만 적는 것을 자제하고 '다양한 종류의 소스를 넣고 볶은 이탈리아식 면 요리' 등의 풀이를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국립국어원은 이번 결과물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무인 기기 제작 회사 및 운영 업체 등과 공유해 무인 기기 개발 시 표준 지침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쉬운 언어 사용 지침이 디지털 소외 계층의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고 쉽고 편한 대국민 무인 기기 보급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무인 기기 제작 업체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무인 기기 언어에 대한 감수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