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의 변신, 혈족 범위 축소···다문화‧기업문화 '천지개벽' 주도
5촌 이상 혈족, 가족 유대감 유지 현저히 감소 2020년대 '가족' 1960년대와 달라, 법에 반영 현소혜 혼인 금지, 최준선 특수관계 범위 축소
유생의 전당으로 알려진 성균관대학교에서 혈족 범위 축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가족 개념의 변화를 법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가족문화와 기업문화의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중심으로 혼인 금지 및 특수관계자 범위 축소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 중이다. 전통 준수에서 벗어나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자는 목소리 때문이다.
핫 이슈로 떠오른 사람은 근친혼 범위 축소를 제안한 현소혜 전임교수다. 이에 앞서 최준선 명예교수는 특수 관계 범위를 4촌으로 축소하자고 주장해 왔으며 이는 입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친족 간 결혼, 이른바 근친혼과 관련된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민법은 8촌 이내 혈족의 결혼을 금지하면서 혼인한 경우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무효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현행 민법 조항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법무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현 교수에게 의뢰했다.
현 교수는 "근친혼 금지 범위를 8촌 이내에서 6촌, 이후 4촌 이내로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이 같은 점진적 축소 방안이 위헌 논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 "5촌 이상 혈족의 경우 가족으로서 유대감을 유지하는 경우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유림(儒林) 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4일부터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김기세 성균관 총무처장이 1인 시위를 벌였고, 5일에는 박광춘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사무총장도 피켓을 들고 나섰다. 유림 단체는 앞으로도 구성원이 돌아가며 릴레이 시위를 벌일 예정이며 대규모 집회도 준비 중이다.
유림 단체가 절대 사수에 나선 부계 직계가족 형태는 17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것이다. 조선 전기 양계, 방계 가족 형태가 과반수를 차지하면서도 유교적 전통을 이어왔으나 이른바 주자학이 지배 이데올로기가 된 조선 중기 부계 직계 가족문화가 정착되고 이는 20세기 부계 핵가족 형태로 이어졌다.
가족 형태가 부부 중심 핵가족으로 변모하면서 성균관대는 혈족 규정으로 고착된 기업문화 변화도 주도하고 있다. 상법‧공정거래법에서 말하는 동일인의 특수 관계인 법률이 기업 활동을 저해해 왔다고 수년간 지적해 온 최준선 명예교수는 공정거래법상 특수 관계 범위를 4촌으로 축소하는 법률 변화를 이끌었다.
최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수 관계인이 특히 문제가 되는 법률은 공정거래법과 상법"이라며 "공정거래법은 범위가 4촌으로 줄어들었지만, 상법은 여전히 6촌으로 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0여 개의 법률에 있는 특수 관계인의 범위를 축소, 통일하는 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법령 개정에도 불구하고 특수 관계인에 포함된 사람들은 주식 소유, 거래 관계 등에서 여전히 제약이 많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최 교수는 "과거 1960년대, 대가족 중심 기업일 때는 법이 유효하고 타당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대부분 규모가 커지고 세계적인 글로벌 기준에 맞춰 나가고 있다"며 "언제까지나 그 60년대 낡은 틀에다가 몸을 맞출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