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민주당의 공천 내홍! 그 끝은?

[신율의 정치In] 탈당·계파 정리 처음 있는 일 아냐 주류 등극한 친문, 이젠 청산 대상 야당끼리 선명성 경쟁은 정국 혼란

2024-03-05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 공천 (PG)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금 공천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다. 이른바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공천에서 제외된 인사들의 탈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홍역이 정당 사상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시절에도 이런 공천 파동은 있었고 과거 민주당에서도 이 정도의 공천 파동은 드물지 않았다. 단지 현재의 "피해자"가 과거에는 "가해자"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를 떠올려 보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재인, 안철수 두 공동 대표 사이에 당권과 대권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고, 그 결과 안철수 당시 대표가 탈당했다. 안 대표는 탈당 이후 국민의당을 창당했는데, 창당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다수 의원이 줄줄이 탈당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탈당한 인사들 대부분은 동교동계를 상징하는 인물들이었다. 이런 상황은 친문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 계파인 동교동계 잔류파를 확실히 정리하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상당수의 동교동계는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이미 친노에 의해 정리됐었는데 일부 잔류한 동교동 잔류파들이 친문에 의해 완전히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잔류 동교동계의 정리를 통해 민주당은 완벽한 “친문의 민주당”, “문재인의 민주당”으로 탈바꿈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첫째, 민주당의 주류가 단순히 바뀌는 차원을 넘어 호남 정치인들의 시대가 끝나고 영남 좌파들이 민주당의 주류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둘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유주의에 기반한 실용주의 외교 혹은 대북 접근 방식이 이념적 색채가 지배하는 이념 외교로 바뀌어졌음을 의미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류로 등극한 친문들은 이제는 “청산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현재의 시점에서 보건대 이재명 대표는 친문을 모조리 청산하지는 않은 것 같다. 친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고민정 의원과 윤건영 의원에게는 공천을 줬기 때문이다. 지금 여론의 관심을 받으며 민주당 잔류를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컷오프되긴 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임종석 전 실장이 친문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임 전 실장이 나중에는 친문의 핵심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당시만 하더라도 친문이라고 불리지는 않았었다. 문재인 정권 초반 임 전 실장이 비서실장으로 임명되자 당시 언론은 정통 친문이 아닌 인물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며 그의 임명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이런 기억을 떠올리면 이재명 대표는 임 전 실장이 친문 핵심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현재 주목해야 할 점은 현재 낙천한 친문들의 반발 강도가 강하다는 점이다. 이들의 반발 강도가 큰 이유는 친문을 강력히 지지하는 문파들이 아직은 건재하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탈당했거나 탈당하려는 친문들은 문파의 존재를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친문 의원들은 강성 친문 지지층들의 또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간과한 것 같다. 이른바 문파들은 정당 투표에서 문재인 정권의 상징적 존재인 '조국 신당' 그러니까 '조국혁신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예상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고 탈당 친문들은 이들 문파의 지지를 못 받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야당의 권력 지형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물론 민주당이 야당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정당이 될 가능성은 높지만 그렇다고 민주당만이 야당 노릇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야당끼리 이른바 선명성 경쟁을 벌일 수 있고 이렇듯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경우 정국은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국민의힘이 국회의 1당이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단독으로 과반이 되지 못할 경우 21대 국회와 같은 극단적 투쟁과 혼돈이 지배하는 정국이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독선과 독단 때문에 정치가 사라졌던 21대 국회가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