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특가 경쟁 나선 대형마트···온라인에 밀린 입지 되찾을까
대형마트 3사, 식료품 초저가에 판매 대량 매입 등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 쿠팡 성장에 입지 뺏겨···실적 부진도
대형마트가 온라인에 밀리자 초특가 경쟁을 통해 고객 끌어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과거 공산품, 생필품 등을 위주로 판매했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식료품까지 손을 뻗치면서 식료품 주요 판매채널이었던 대형마트의 실적도 주춤해진 상황이 되자 위기의식 속 ‘초저가’ 카드를 내민 것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 3사가 연초부터 초저가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본업인 ‘그로서리’(식료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올해 새로운 가격정책인 ‘가격 파격 선언’의 일환으로 매월 식품 중에서 인기 먹거리·채소·가공식품 등으로 구성된 주요 아이템 3가지를 뽑아 한 달 내내 상시 초저가로 판매한다. 구매 빈도가 높은 주요 가공식품과 일상용품 40개 카테고리 상품을 월별로 초저가에 판매한다.
이마트는 이달의 가격 파격 ‘식품 3대 핵심 상품’으로 계란·시금치·컵밥을 선정했다. 계란은 30구 대란 1판을 4980원에 판매한다. 현재 판매 가격 7380원보다 33% 저렴하다. 시금치 1단은 종전 판매가격 3980원보다 가격을 50% 낮춰 1980원에 판매한다. 가공식품으로는 CJ컵밥 3종을 정상가 대비 50~56% 할인해 개당 1980원에 판매한다. 이에 더해 델리 코너 인기 상품인 국내산 ‘두마리 옛날통닭’을 한 달 동안 9980원에 선보인다.
홈플러스는 ‘2024 홈플러스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연중 개최한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창립 27주년 기념 세일 행사 ‘홈플런’을 오는 13일까지 진행하는 데 이어, 14일부터 27일까지 ‘멤버특가위크’를 개최한다. 먹거리, 생필품 등 대표 품목을 최대 70% 할인해 최저가 수준으로 선보인다. 대표 상품으로 삼겹살·목심 100g 990원·딸기 4990원·당당 옛날통닭 4990원 등을 선보인다. 또 가공식품과 간식류 등도 1+1 또는 프로모션 혜택에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지난달부터 ‘이번주 핫프라이스’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매주 먹거리, 생필품 등 장바구니 핵심 상품 1개 품목을 선정해 초저가에 선보인다. 시행 첫 주 쌀 10kg을 1만9900원에 판매한 데 이어, 지난주 국내산 냉장 한돈 삼겹살·목심 각 100g을 1390원에 판매하는 등 구매 빈도가 높은 식품과 생필품 중 하나의 품목을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통틀어 최저가 수준에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들이 식료품을 초저가에 선보일 수 있는 데에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량 매입에 나서고, 사전 계약 재배, 산지 다변화 등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유통단계 축소 등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커머스 성장에 대형마트 실적 부진
"본업 경쟁력 강화로 고객 끌어올 것"
대형마트가 이처럼 식료품 중심의 초저가 정책을 선보이는 것은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빠른 배송을 앞세워 가공식품부터 신선식품까지 판매하는 이커머스 업체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입지를 점차 축소시키는 추세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53.6%로 1년 전(49.7%)보다 3.9%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국내 시장에서 각각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 업체들의 입지가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전체 유통업계 매출 중 대형마트 비중은 12.7%로 전년(13.4%) 대비 감소했다. 백화점은 17.4%, 편의점 16.7%로 대형마트가 가장 꼴찌를 차지했다.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도 0.5%를 기록해 오프라인 유통 매출 중 가장 하위다.
업체별 실적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쿠팡은 2010년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매출도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이마트, 롯데쇼핑 등 전통 유통 강자를 모두 제친 수치다.
쿠팡은 지난해 31조8298억원(약 243억8300만 달러)의 매출과 6174억원(약 4억73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국내 1위 유통 강자인 이마트가 지난해 별도기준 총매출에서 전년 대비 2.1% 감소한 16조5500억원을 기록해 쿠팡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이마트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4% 급감해 쿠팡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5조73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4% 증가한 873억원을 기록했다.
각 사는 이러한 실적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결국 가격을 앞세워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커머스에 빼앗긴 고객을 다시 끌어와야 한다는 의지를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전략 효과는 최근 들어 가시화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시작한 ‘홈플런’ 행사 첫날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행사 첫 주말이었던 지난 1~3일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주요 점포의 전월 동기 대비 매출은 115%, 객수는 53% 신장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결국 소비자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가격이다”라며 “고물가에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는 가격으로 상품을 선보이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가격이 낮더라도 품질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