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나의 은퇴생활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도시농부가 되어 텃밭 가꾸고 여행도 맘껏 여가생활로 부부가 당구 배워···헬스도 매일 프리랜서로 강의와 글쓰기 등 현역처럼 활동
은퇴란 많은 변화를 불러온다. 은퇴하는 순간 출근할 직장이 없어진다. 평생 익숙한 생활과의 이별이다. 매일 마주치며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들과도 같이 할 수 없다. 은퇴를 피부로 느낄 때는 매달 통장에 찍히던 월급이 딱 멈출 때다.
그러나 은퇴란 양면성이 있다. 나쁜 면도 있는가 하면 좋은 면도 있다. 누구나 겪는 은퇴이기에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좋은 직장에 있다 나오니 무료함에 우울증을 겪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도 있다. 은퇴는 또 다른 면에서 새로운 도전이며 기회다. 우선 시간 부자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도 된다.
직장이란 많은 보람도 있지만 어찌 보면 내가 노력한 대가로 월급받아 생활하던 곳이다. 사장이 아닌 다음에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해야 할 업무와 목표가 있어 성과를 내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은퇴하고 나면 그러한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비로소 자신을 위한 삶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자신이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다. 나의 은퇴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하면 은퇴 후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몇 가지를 실행하기 시작했다.
첫째가 텃밭 가꾸기였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주말농장을 분양하는 곳이 있어 텃밭 가꾸기를 시작했다. 도심 빌딩 속에 내가 무공해로 지을 수 있는 텃밭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모른다. 씨를 심고 새싹이 자라 꽃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 신비로웠다. 흙과 비바람. 그리고 햇볕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조화가 예술이었다. 비록 도심에서 서너 평짜리 텃밭이지만 식탁에 신선한 채소를 올리기에는 먹고도 남았다. 이제 봄이 되니 올 농사를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 은퇴 후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가 텃밭 가꾸기다.
둘째, 마음껏 여행 즐기기이다. 가까운 동남아는 물론 멀리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직장생활 할 때 꿈이었던 제주 한 달 살기도 하고 왔다. 제주 올레길은 26코스 425km이며 지금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또한 오름은 368개로 매일 하나씩 올라도 1년이 걸린다.
셋째, 취미활동이다. 부부가 당구를 배우고 있다. 잘 맞지 않아 스트레스받기도 하지만 당구처럼 재미있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골프는 홀인원도 해봤지만, 시간과 경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 당구는 집 근처에 회원 등록을 하니 언제든 시간 날 때 가면 된다. 장비도 다 준비되어 있어 빈 몸으로 가면 된다. 비용도 얼마 안 든다. 정말 배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노후에 오래 할 수 있는 좋은 취미활동이다. 머리를 써야 하니 치매 예방도 되어 일석이조다.
또 다른 취미활동으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 문단에 등단하여 문학지에 글도 쓰고 있다. 제주 한 달 살기는 책으로 내기 위해 마무리 작업 중이다.
넷째, 강의 활동도 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노후 준비 민간 전문 강사로 대인관계와 소통 강의를 하고 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니 내가 시간 조절도 할 수 있다. 학교, 기업체 등 어디나 강의가 가능하다. 수강생들과 대화하며 소통하니 강의가 즐겁다.
다섯째, 건강을 위해 하루 2시간은 헬스를 한다. 여행이나 취미 활동을 하기 위해서 건강은 필수다. 친구 중 몇은 건강이 안 좋아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소용없다. 여행은 물론 취미생활도 하기 어렵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진리다.
은퇴 후 많은 고민도 있었으나 요즘 시간이 너무 잘 간다. 지금 하는 일도 너무 바쁘다. 억지로 하는 일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 즐겁다. 이제 봄이 되어 농사 준비도 해야 하고 텃밭에 자라는 식물들도 돌봐야 한다. 말은 못 해도 식물들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며칠만 안 봐도 부쩍 자라있다. 신선한 무공해 채소로 식탁도 풍성해질 것이다. 앞으로 은퇴 후 일상 생활하면서 일어나는 재미있고 소소한 일들을 글로 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