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안 받는 與 ‘운동권 때리기’···野, 정권 심판론에 집중
임종석·기동민 등 컷오프에 난감 이재명,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아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86 운동권 청산론을 내걸고 더불어민주당 출마 예상자를 겨냥한 저격 준비를 했으나 막상 대상이 링 위에 올라오지 않아 김이 빠진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당이 설정한 이념 대결 구도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 실장을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저는 그 분도 청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다만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이용해서 자기의 정적인 임종석 후보를 무리하게 찍어내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86 운동권 심판론에 힘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가 말하는 운동권 청산은 광범위하다"며 "경기동부연합을 밀어넣겠다는 것 아니냐. 이석기의 종북 운동권이 더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권을 통해 결집하고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연명하려는 세력을 청산하는 게 운동권 청산의 핵심이다. 그게 강고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운동권 청산론을 띄운 올해 초는 경기동부연합 등이 진보당을 통해 민주당 주도의 비례 연합정당에 참여한다고 알려지기 전이었다. 진보당은 헌법재판소가 해산 명령을 내렸던 통합진보당 후신이다.
애초부터 국민의힘의 운동권 청산론은 80년대에 반독재 운동을 하다가 2000년대에 정계에 입문해 기득권을 형성한 민주당 정치인을 타겟으로 삼은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전대협 출신인 △임종석(3기 의장) △이인영(1기 의장) △우상호(1기 부의장) △송갑석(4기 의장) △기동민(5기 대변인) △김태년(1기 부의장) △최재성(2기 학원자주화투쟁위원장) △정청래(산하 서총련 활동) 등이 대상이었다. 한총련 북부총련 의장 출신 박용진 의원, 전학련 의장 출신 김민석 의원, 70년대 운동권 출신 설훈 의원도 있다.
이들은 현재 우상호(불출마), 최재성(정계은퇴), 김태년·정청래·김민석(친명) 등 5명을 제외하면 모두 공천 배제되거나 위기에 몰린 상태다.
한동훈 위원장은 정청래 의원의 마포을과 김민석 의원의 영등포을에 일찌감치 저격수를 배치해 주목을 끈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틀어졌다. 각각 김경율 회계사와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은 불출마를 택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운동권이었다가 전향한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을 마포을에 상징적으로 전략공천했고 영등포을엔 언론인 출신인 박용찬 당협위원장을 사실상 공천 확정했다.
이재명 대표는 운동권 청산을 대신하면서 생긴 공천 갈등을 감내하더라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전횡 심판에 승부를 건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 대표가 원래부터 친북 성향, 운동권 인사들과 가깝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의 청산론에 해당하는 인물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에서 주축이었는데 철 지난 프레임을 꺼내들었으니 안 먹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종석 전 실장 컷오프 대신 내세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표적 감사에 맞서 싸웠고, 이언주 전 의원도 복당 때 잡음이 있었지만 국민의힘 시절 내부 쓴소리를 가해 심판론에 적합한 인물로 지목된다.
이 대표는 전날 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의 기대에 맞게, 눈높이에 맞게 단합돼서 오로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한다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충실하게 존중하고 이행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갈등도 있지만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해 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친명인 안민석·변재일 의원 컷오프에 대해 "여러 경쟁력 판단에 의해 한 것"이라면서 "친명과 비명을 구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을 프레임으로 걸기 위한 하나의 작동 같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