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영입으로 기업 밸류업···임채민 발탁에 삼성생명 11%↑

삼성그룹 전사적 전직 관료 모시기 국토부·산업부·복지부 가리지 않아

2024-02-29     이상헌 기자
서울시 서초동 삼성타운 전경 /연합뉴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대기업들이 사외이사 교체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삼성그룹이 전직 관료(前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비견되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장·차관급 인재를 수혈해 효과를 보는 형국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내달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해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힌 전일 주가가 11.73% 급등했다.

1958년생인 임 전 장관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지식경제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는 법무법인 광장 고문을 맡고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엔 거물급 전직 장관이 2명이나 이사회에 참여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일호 전 기재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지난 18일 6만100원이었던 삼성생명 주가는 29일 10시 30분 기준 9만9500원을 찍고 있다. /한국거래소

삼성생명 주가는 2월 6일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계획 발표, 2월 15일 실손보험 간소화 처리 대행 기관이 윤석열 대통령 사법고시 동기인 허창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원장으로 있는 보험개발원으로 결정되기 전인 지난 19일부터 급등 현상을 보여 5년 6개월 만에 10만원대를 돌파했다.

다른 회사 비교하면 전관 블랙홀
삼성생명 의대 증원 발표로 날개 

올해 삼성그룹의 전관 영입은 전 계열사적 움직임이다. 먼저 삼성그룹 최대사 삼성전자는 오는 20일 정기주총에서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한다. 행정고시 24회 신 내정자는 재정경제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중공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을 영입했다. 삼성전기는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지낸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삼성중공업은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과 이원재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각각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다.

삼성물산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거쳐 대구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김경수 전 검사장을 영입했다. 삼성카드는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 실장을, 삼성증권은 박원주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각각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서승환 제1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대했다.

현대차그룹이 4대 그룹 가운데 삼성 다음으로 전관 영입에 적극적인 편이다. 김희철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이선욱 전 법무부 검찰과장이 현대오토에버의 신규 사외이사로 내정됐다. 롯데그룹은 박진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롯데정보통신), 한화그룹은 전휴재 전 서울고등법원 판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박순철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한화생명), HD현대그룹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HD현대)과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HD한국조선해양)을 사외이사 내정자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SK그룹과 LG그룹엔 관료 출신 사외이사 내정자가 아직까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