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神] ⑬ 김지영 편 : 엔화·달러·반도체···압구정 현대아파트 부자의 포트폴리오 비밀

김지영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 부장 20년 외환 전문가 자산 관리 분야에서 발휘 비거주자 가족의 증여·상속·부동산·해외 투자 절세 상품 큰 관심 엔화·달러화 거래 환차익 글로벌 AI : 美 테크 : 韓 채권 = 50 : 30 : 20

2024-03-01     최주연 기자

은퇴 후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행복한 한국인을 위한 특별 신년기획 [돈 神]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 돈 굴리기에 달인들을 모시고 한국의 노후 재원 마련 방법을 망라하고 한계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엮으려 합니다. 연금부터 투자 상품까지 분야별 달인들의 독특한 생각과 비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은퇴 준비 시작하시겠습니까? [편집자 주] 

김지영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부장(사진)에 따르면 환차익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산가에게 매력적이다. 증여나 상속, 해외 부동산 및 금융상품 투자 등 고객의 자산운용 전반을 관리한다. 현재 300명의 자산을 책임지고 있다. /최주연 기자

부자는 세금을 덜 내기 위한 투자 전략을 반긴다. 채권의 매매 차익이나 외환 거래를 통한 환차익은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필수다. 김지영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부장에 따르면 환차익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산가에게 매력적이다. 자녀의 유학이나 취업으로 외화 수요가 많은데 이 때문에라도 달러와 엔화는 원화만큼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통화다.

김 부장은 20여 년 전 외환은행에서 개인과 수출입업체를 대상으로 외국환 거래 업무를 시작했다. 하나은행과 통합 이후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증여나 상속, 해외 부동산 및 금융상품 투자 등 고객의 자산운용 전반을 관리한다. 현재 300명의 자산을 책임지고 있다.

“주요국 통화 특히 요즘 엔화가 저렴하다 보니까 900원선 밑에서 많이 매수하십니다. 달러가 사실 현찰 거래할 때 수수료 부분에서 엔화보다 유리하거든요. 똑같은 환차익을 보실 수 있고요. 그런데 지금은 1328~1330원 정도이기 때문에 매수 시점으론 보지 않고 1270~1280원에 가까워지면 매수를 하시는 편입니다.”

50억 이상 자산가는 주요국 통화 특히 저렴해진 엔화를 900원 선 밑에서 많이 매수한다. 최근 3년간 엔화 가치는 꾸준히 하락했다. /그래프=인베스팅닷컴, 최주연 기자

50억 이상 자산가는 절세 상품을 찾는다. 이를 위해 원화보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주요국 통화 거래로 환차익을 원한다. 금융상품에 분산 투자하듯이 통화도 분산 투자한다.

“원화 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통화 분산을 원하세요. 부동산 자산이 많은데 매각하면 원화로 다 들어오잖아요. 그러면 부동산을 포함한 총자산에서의 원화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통화 분산을 생각하시는 거고요. 그다음에 가족 중에 유학생이나 해외 취업자나 해외로 사업이나 투자하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화 수요가 큽니다. 항상 외화에 대해 친밀하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세금이 없는 부분이 매력적인 거죠.”

가령 현재 내 자산을 엔화(원/엔 환율 885원)로 환전한 뒤 원/엔 환율이 1200원으로 올랐을 때 팔면 그만큼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또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행 정책에 따라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활용한다. 환전해서 그냥 두지 않고 또다시 돈을 굴린다.

내 자산을 엔화(원/엔 환율 885원)로 환전한 뒤 원/엔 환율이 1200원으로 올랐을 때 팔면 그만큼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엔화를 사고팔 때 내야 하는 은행 수수료(1.75%)를 제외하곤 외환 거래로 얻은 환차익에 대한 세금은 따로 내지 않는다. 사진은 1000엔짜리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엔화 예금을 하더라도 이자가 없잖아요. 국내에서 예금을 해도 외국 통화는 현지국의 금리가 반영되니까요. 그럼 이제 그걸 가지고 미국 국고채를 사는 겁니다. 가령 일본에 상장돼 있는 미국 국고채 ETF를 사서 채권 매매 차익을 별도로 얻는 거죠.”

그러나 상반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는 채권 가격의 상승과 그로 인한 괄목할 만한 자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방향성은 시간의 문제로 보이고 업계는 이제 터닝 포인트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금리가 높으니까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가 있잖아요. 그때 매수를 해서 나중에 금리를 인하했을 때 채권 가격이 오르면 자본 차익을 볼 수 있는데, 저희가 볼 때 자본 차익을 금방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어느 정도 이 상태에서 머물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이 투자하기 제일 좋은 상황이라고 보는 고객도 있다.

“현금성 자산에서 50% 이상을 외화로 보유하는 고객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선 원화를 쓰니까 원화가 필요할 때 환율 변동에 환차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제 손님들은 30% 이상 주요국 통화를 보유하고 계십니다. 상황에 따라 조금 더 늘릴 의향도 있으시고요.”

신뢰와 소통으로 우직하게 버틴 DEF 사태
미국 반도체 펀드 손실 상쇄 분산투자 必

하나은행은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PB 어워드’에서 국가별 최고 상인 ‘2023 대한민국 최우수 PB은행상’을 수상할 정도로 웰스매니지먼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 왔다. 2011년 국내 최초로 최우수 PB은행상을 수상했다. 김 부장은 그 안에서도 실력자로 손꼽힌다. 지난해 하나은행 자체적으로 PB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포트폴리오 경진대회에 홀로 나가 ‘점프상’을 받았다.

그런 김 부장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바로 2019년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다. 그는 문제의 2019년 5월 13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로 정치적 메시지를 날리던 때다.

“5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방향성을 바꾸는 발언을 트위터에 올렸어요. 너무 놀라서 책상에 무릎을 찧었던 기억이 있네요. 저희는 누군가의 발언이나 시장 지표가 있으면 예상되는 방향성이 보이잖아요.”

2019년 5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금리 방향성을 바꾸는 발언을 트위터에 올린 이후 DLF 사태는 터졌다. /EPA=연합뉴스

김 부장에 따르면 DLF는 조기 상환이 3개월, 6개월 주기로 있던 상품이었고 만기가 1년 반으로 일반 ELS보다 짧았다. 그러나 김 부장의 고객들은 당시 스물한 번까지도 재투자했다.

“상품이 설정될 당시에는 금리의 방향성이 장단기 금리가 역전이 되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PB들은 조기 상환 평가일이나 아니면 평가 예정일 이런 것들을 미리 준비하는데요. 이를 통해 현 수준에서 조기 상환 예정치를 시뮬레이션을 해봐요. 당시 저도 5월 첫날이니까 다 해봤고 당연히 조기 상환이 될 것이라고 봤죠. 고객 상담을 위한 프린트까지 다 준비를 해놨던 상황입니다.”

많은 DLF 투자자가 손실이 났듯이 김 부장의 고객도 손실을 보았다. 그러나 김 부장의 고객은 김 부장에게서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의 성과와 그로 인한 신뢰로  고객은 김 부장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았다.

“최근 홍콩 ELS도 그렇지만 이 상품들은 금리 방향성에 투자하는 것인데 맞지 않았을 때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하게 되죠. 고객과 함께 이겨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손실을 만회할 방법을 계속 찾았습니다. 예측과 전망은 어렵지만 고객과 현재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의논하는 과정 속에서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사태가 터지고 김 부장은 고객과 계속 면담했다. 그리고 지방 출장까지도 불사했다.

“고객 중 지방에서 병원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이 계셨어요. 만기 되기 직전이었죠. 2~3억 정도 손실을 보게 됐어요. 원장님은 이건 김 부장 잘못이 아니라면서 여기까지 올 필요 없었다고, 이건 내가 당시 설명 들었을 때 이렇게 판단했고, 그다음에 발생한 리스크는 김 부장 잘못이 아니니 너무 그렇게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김 부장의 고객은 DLF 사태로 적지 않은 손실이 났지만 총자산으로 볼 때 손실은 아니었다. 사태 전까지 DLF로 여러 번 수익을 얻은 경험과 더불어 적절한 분산투자의 영향이다. DLF 손실을 만회하게 했던 종목은 반도체였다.

“그때도 반도체주였습니다. 미국이랑 글로벌은 우선 기본적으로 들어갔고, 미국 가치주에서 배당이 있거나 기본적으로 S&P500에 들어가는 인덱스, 그런 것들을 담아드렸습니다. 다만 한국 주식은 이머징 시장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펀드 해드릴 때 장기 투자로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똑같은 ETF를 하더라도 미국이 더 배당이 많기도 하고요.”

압구정 부자에게 적용하는 포트폴리오
삼성전자·SK하이닉스 7월까지 매수

엔비디아 등 AI 분야가 수년간 강한 성장세를 띠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도 도래했다. 김 부장이 지금 고객에게 제안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AI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프는 최근 5년간 엔비디아 주가 추이 /그래프=인베스팅닷컴, 최주연 기자

이후에도 엔비디아 등 AI 분야가 수년간 강한 성장세를 띠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도 도래했다. 김 부장이 지금 고객에게 제안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AI는 빠지지 않는다.

“AI 글로벌 주식형 비중을 50 정도로 해드리고 있고요. 그다음에 미국 테크 또는 4차 산업 등 글로벌 주식형으로 20~30은 해드려요. 그리고 이제 국내 채권형으로 나머지 20이나 30으로 할당해서 꾸준히 분할 매수할 수 있게 해드립니다. 저희는 프로그램 매매라고 해서 한 번에 넣으셔도 회차로 나눠서 분할 매수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종목도 올해 상반기까진 꾸준히 매수해도 좋다. 그러나 시기를 잘 타서 현명하게 엑시트(Exit)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반도체 ETF도 고객들이 선호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들어가 있는 상품이 9부 능선까지 올라왔다고는 하는데 올라갈 공간이 아직은 남았다고 보거든요. 분할매수로 담아드리는데, 7월 정도까지는 분할 매수 한 다음에 (수익률이) 6% 되면 엑시트하는 전략으로 잡고 있습니다. 변동성을 잡기 위해 동시에 국고채 투자를 같이해드리고 있어요. 안전장치는 해놓고 반도체나 테크주에 투자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지영 부장(사진)은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끊이지 않는 자산 운용을 목표로 고객과 함께 호흡한다. 자산의 더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해 소통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을 찾아오는 고객은 한 세대에서 멈추지 않고 2세대, 3세대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추세는 은행이 전략적으로 고객에게 접근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상품 투자로 접근을 하면 일회성이 될 수 있고 만족스럽지 못하면 또 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이 거래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산 관리를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렇게 하려면 고객들이 제일 관심이 많은 부동산과 세무, 그다음에 현재와 미래의 자금 운용 계획에서 모두 만족스러워야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분야 전문가팀을 꾸려 함께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서울 용산 한남동, 강남 청담동과 함께 압구정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있는 지역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대표적인 거주 지역이다. 도로변에 증권사부터 은행이 모두 밀집돼 있는 이곳은 PB가 정보에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자금이 1분 이내에 빠질 정도로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알 만큼 아는 고객이 모인 이곳에서 김 부장은 할아버지부터 손주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끊이지 않는 자산 운용을 목표로 고객과 함께 호흡한다. 고객 자산의 더 큰 가치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