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녕 더봄] 리더가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 되는 ‘회식’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회식은 직원들을 격려하고 동기부여 하는 자리 리더가 아닌 구성원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해야 격려냐 사기 진작이냐 목적과 방향성을 분명히
“우리가~” 부장님이 술잔을 들고 외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남인가?” 하고 모두가 술잔을 부딪치는 회식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회사에서 남남처럼 일하지 말고 끈끈한 동료애를 발휘하자는 뜻이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회식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지켜야 했던 회식의 추억이다. 요즘은 회식용 건배사로 ‘마돈나’가 있다고 한다. 마시고 돈 내고 나가라는 의미로 법인카드 주고 빠져주는 상사를 반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상사와 함께 회식하는 자리는 불편함과 부담스러움이 존재한다.
Z사의 사내 메신저에서는 회식을 앞두고 직원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나왔다.
“목소리 큰 몇 분 얘기만 계속 들을 생각을 하니··· 이번 달 실적도 저조한데 회식까지 빠지면 한 소리 듣겠죠?”
“또 팀장님 단골 식당이에요? 다른 회사는 직원들이 추천하는 맛집 간다고 하던데···.”
“이번에도 내 남자 친구 얘기하면 집에 급한 일 생겼다 하고 먼저 나갈 것임~ 회식 자리가 사생활 오픈하는 자리가 아니잖아요?”
회식은 11시가 다 되어서 끝났다. 회사 근처에 있는 팀장이 제일 좋아하는 식당에서 1차로 식사하고, 2차로 팀장이 좋아하는 노래방에 갔다. 술을 잘못하는 직원들도 팀장이 실적 얘기를 꺼낸 탓에 팀장 눈치를 보며 술까지 마셔야 했고, 노래 부르기 싫어하는 직원도 장기 자랑처럼 노래를 불렀다.
팀장 비위를 맞추며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는 목소리 큰 직원도 있었지만, 다수의 직원은 재미없게 앉아서 회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직원들은 팀장을 택시 태워 보내고 막차를 기다리며 ‘제발 회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Z사 직원들은 왜 회식을 불편하게 여길까? 상사의 방식대로 회식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성향이나 기호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회식 자리를 이용해 상사는 업무 얘기를 하며 잔소리하고, 일부 직원들만 얘기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은 재미없게 앉아 회식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회사 생활에 불필요한 얘기들과 직원들의 사생활 얘기까지 오가는 회식이 직원들에게는 유쾌할 리 없다.
그렇다면, 회식은 정말 필요할까? 다수의 직원이 불편함을 느끼는 회식의 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면, 회식 자체는 필요하다. 회사 일은 일정 시간 작동해서 일정량의 물건을 찍어내는 것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구성원들끼리 합을 맞추고 결국 사람이 해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식은 리더가 직원들을 격려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회식은 몰입과 긴장, 업무 환경에서 벗어나 직원들끼리 또는 리더와 직원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조직의 구성원끼리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리더가 직원들의 생각이나 고충을 듣고, 성과를 내도록 격려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잘 쓰면 약이 될 수 있는 회식, 리더와 직원 모두가 반기는 회식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리더가 아닌 구성원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회식하기
리더가 취향대로 주도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들이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회식이다. 이를 위해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의 성향, 근무 환경, 최근 사내 분위기, 조직 문화에 필요한 요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 위의 Z사의 사례처럼 술, 노래, 사생활 관련하여 부담을 주거나 강권하는 분위기에서는 직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회식 일정의 사전 공지, 직원들이 선호하는 장소 선택, 다음날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회식 시간 정하기 등 조직 구성원을 배려하는 적합한 회식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또한 리더는 회식 자리에서 말하는 것 대신 평소 직원들이 가진 생각, 어려움을 듣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둘째, 회식을 직원 동기부여의 자리로 현명하게 활용하기
회식은 리더에게 좋은 기회다. 평소 회사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고생했다는 말이나 격려의 한 마디를 건네며 직원들과 편안하고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업무는 결국 사람들끼리 하는 일이고 직원들을 동기부여 하는 일은 곧 회사의 성과와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리더가 회식 자리를 현명하게 활용해서 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고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셋째, 회식할 때마다 리더 스스로 목적과 방향성 분명히 하기
회식에는 리더와 직원의 시간, 회사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 볼 수 있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모든 일에는 목적과 방향성이 필요하듯 회식도 목적과 방향성이 필요하다. 가령 전사가 열심히 수행한 중요한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는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하는 취지의 회식, 사내 분위기가 침체하여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려야 할 때에는 팀워크를 다지는 다양한 활동, 혹은 외부 전문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겸한 회식을 구성하는 것도 좋다.
회식의 골자는 ‘일을 하는 구성원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따라서 구성원의 성향과 회식을 통해 끌어내고자 하는 것을 반영해서 조직에 적합한 회식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리더에게 직원들은 업무 성과를 내는 소중한 파트너다.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직원들끼리의 팀워크는 좋은 성과의 밑거름이다. 리더로서 다음 회식은 직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직원들이 동기부여 받을 수 있는 회식 자리를 마련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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