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전공의까지 범죄자 취급···이틀에 한 번 당직인데 경찰 출석

집단 사직 불똥 맞은 4년 차의 하소연 대전 80대 사망원인 전일 발표됐는데 "합동 조사 중"이라고 뒷북 친 조규홍

2024-02-27     이상헌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조하는 동시에 의료사고 처벌 면제 법안 제정이란 '당근책'을 꺼냈지만, 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까지 범죄자로 취급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조속히 입법될 수 있게 하겠다"며 "법 제정으로 책임·종합보험과 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불안해하는 '의료사고 형사처벌'과 '고액 배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지만, 현장에선 환자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까지 경찰 조사에 불려 가는 실정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빅5 종합병원의 소화기내과에서 3월부터 근무 예정이던 한 병원의 전공의 4년 차 A씨는 전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료들의 이탈로 2교대 당직을 서던 중 환자 사망 사건으로 경찰에 불려 갈 신세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중환자실 입원 준비 중인 신장질환 환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병원에 도착했으나 유족들이 전공의 집단 파업 때문에 투석을 못 받아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는 전일 오전 경찰서로 불려 가 피고발인 조사를 받고 재출석을 요구받았다.

A씨는 "병원에 4년 차 전공의는 둘만 남아 이틀에 한 번꼴로 당직을 뛰는 상황"이라며 "남들 다 나갈 때 끝까지 남아 있는 것도 잘못된 것이냐"며 경찰에 항변했으나 "현행법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방청 119 구급대의 이송 지연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대응도 엇박자가 일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대전 80대 사망 사건에 대해 관계기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언급했으나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일 해명자료를 통해 "해당 환자는 가정 호스피스 진료를 받아온 말기암 환자로 응급실 뺑뺑이를 사망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충남대병원에 따르면 대전에서 사망한 80대 남성은 담도암 말기로서 심폐소생술 배제를 뜻하는 DNR(Do Not Resuscitation)가 결정돼 있던 환자였다. 유인술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일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원래 우리 병원에 오시는 환자분이었는데 상태가 악화해 병원을 찾기 전에 먼저 사망하신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