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⑦ 과녁 향하는 ‘아베의 세 개의 화살’ 日 마이너스 금리 엔딩 가능성은

다시 돌아온 日 4월 피벗 가능성 우에다 “디플레 아닌 인플레 상황” 아베노믹스서 촉발한 강력한 완화 물가 상승 선순환 전제 ‘임금 상승세’

2024-02-27     최주연 기자
일본의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이 물가 상승과 내수 진작 등 성과로 그 끝이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조정 외 금융당국이 채권 매입으로 시중에 엔화를 마구 푸는 현재 일본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아베노믹스에서 시작했다. /AP=연합뉴스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 일본은행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게 하겠다.”

일본의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이 물가 상승과 내수 진작 등 성과로 감속할 전망이다. 기준금리 조정 외 금융당국이 채권 매입으로 시중에 엔화를 마구 푸는 현재 일본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아베노믹스에서 시작했다. 2%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디플레이션을 막겠다는 일념에서 설계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당긴 ‘세 개의 화살’은 10년 세월을 버텨 비로소 과녁 근처에 다다르고 있다.

26일 닛케이225가 전날 3만9000을 훌쩍 넘어 전장(3만9098.68)보다 135.03(0.35%) 오른 3만9233.71에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 역대 최고가로 1989년 거품 경제 시기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다.

닛케이225가 전날 3만9000을 훌쩍 넘어 전장(3만9098.68)보다 135.03(0.35%) 오른 3만9233.71에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 역대 최고가로 1989년 거품 경제 시기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다. /그래프=인베스팅닷컴, 최주연 기자

그러나 기업 실적을 반영하는 주가의 급등세와 다르게 실물 경제 성적표는 좋지 않다. 지난 15일 일본 내각부는 일본의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0.4%(연율 환산)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분기(-3.3%)에 이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전문가는 기업과 소비자의 물가 부담 영향으로 본다. 특별히 일본 경제가 안 좋다는 시그널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예측됐던 일본은행의 4월 피벗 전망은 여전히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선진경제부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GDP가 고무적으로 나오진 않았음에도 이후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 발언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면서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이유는 물가 부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금까지의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엔저를 부추긴 점도 고려되면서 여전히 4월 제로 금리 종료에 대해선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즉 일본 물가가 목표치인 2%를 지속해서 웃돌면서 실질 소득·임금을 감소시켰다. 일본 소비자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2022년 4월 2.5%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2023년 10월(3.3%)까지 3~4% 물가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망 경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에 원자재 가격 폭등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런 영향으로 GDP 실적이 발표된 후에도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과거와 같은 경기 위축과 디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물가 상승 국면에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사진)는 과거와 같은 경기 위축과 디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물가 상승 국면에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지난 2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에다 총재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아니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태에 있다”면서 “소비자물가는 작년까지와 같은 우상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상반기 마이너스 금리 종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보편적인 긴축의 의미는 아니다. 강 부장은 “나중에 통화정책 대응 여력을 확보하고 완화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완화하겠다는 전략이다”라면서 “이왕에 YCC를 폐기하고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려면 하반기보단 4월 여건이 나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강 부장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로 수익률곡선관리(YCC) 폐기, 마이너스금리 정책(NIRP) 종료, 자산매입 축소 순으로 진행할 것으로 본다. 다만 당국이 보유한 일본 국채를 단기 내 매각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 매각 시 손실이 발생하고 무엇보다 일본 정부 지출의 국채 의존도가 30%를 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행의 국채(JGB) 보유 잔액은 전체 발행 잔액의 54%에 달하며 주식 보유 잔액은 미실현 수익을 포함할 때 70조 엔(원화 619조64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뒤꿈치 드러낸 ‘임금-물가의 선순환’
쌩쌩 돌린 아베 표 윤전기 감속 시작

우에다 총재는 인플레이션 인정과 함께 ‘임금-물가의 선순환’이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냈다. 이는 마이너스 금리 종료의 핵심적인 전제 조건으로,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시작한 양적완화 정책의 목적이기도 했다.

우에다 총재는 인플레이션 인정과 함께 ‘임금-물가의 선순환’이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냈다. /그래프=인베스팅닷컴, 최주연 기자

일본 금융당국은 자산 버블 붕괴와 대형 금융기관 파산에 대응하기 위해 1991년부터 2006년까지 제로금리정책을 도입했다. 미국의 닷컴 버블 당시엔 일본은행의 당좌예금 잔액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부터 2013년 3월까지 또다시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하고 자산매입 기금 설립 등 유동성 공급에 만전을 기했다. 한때 물가가 4%까지 도달했지만 일본의 만성질환인 디플레이션은 또다시 찾아왔고 이때 아베노믹스가 시작됐다. △양적·질적 통화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장단기 금리 관리(YCC)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2013년 4월부터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라도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겠다’라는 발언은 아베 전 총리가 집권 전 자민당 총재 자리에 있을 때 한 발언이다. 사진은 2016년 7월 30일 자 이코노미스트 아시아 특별판 표지. /이코노미스트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라도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겠다’라는 발언은 아베 전 총리가 집권 전 자민당 총재 자리에 있을 때 한 발언이다. 초강력 완화정책을 상징하는 발언으로 아베 정부는 이를 통한 정책 목표 세 가지를 공표했고 △대담한 통화정책과 △기동적 재정정책 △거시적 구조개혁 등을 담고 있다. 결국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살리고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과 투자, 소비 증진, 물가 상승 등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정책이다. 이른바 ‘세 개의 화살’의 목표 과녁이다.

‘임금-물가의 선순환’은 지속적인 물가를 뒷받침하는 프로세스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가장 주시하는 지표가 임금 상승률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일본 최저임금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본지가 일본 후생노동성의 2002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21년간 최저임금 상승 추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 사이 임금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일본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1002엔(한화 8859원)으로 직전 해보다 41엔(한화 362원) 뛰었다.

이와 관련해 손영환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본지에 “(임금이) 작년에도 큰 폭 올랐지만 올해도 오르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계에 실제 도움이 되고 물가보다 실질임금이 더 오르는 등 일본인이 저임금에서 벗어났다고 확신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이때 소비가 증가하고 생산도 증가하며 투자도 증가하고 기업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다시 임금이 상승하는 선순환 고리가 연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춘투(春鬪, 봄철 임금협상)에서 실질임금이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얼마나 오르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본지가 일본 후생노동성의 2002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21년간 최저임금 상승 추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 사이 임금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일본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1002엔(한화 8859원)으로 직전 해보다 41엔(한화 362원) 뛰었다. /그래프=인베스팅닷컴, 최주연 기자

이어 손 전문위원은 “해외 컨센서스는 4월 피벗이 가능하다고 본다.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이번이 긴축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으며 일본 내부적으론 지금이 아니면 완화를 끝낼 수 있는 때가 언제 올지 모른다고 우려한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이 내수만으로 사는 국가도 아니고 수출도 해야 하는데, 금리를 올리고 이제 곧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고 할 때 환율이 엔고로 움직이면서 수출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