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神] ⑫ 박창하 편 : '증여'로 인생 2막 준비하기···'세금 폭탄' 피하는 최적의 노후 플랜
세무사 겸 공인회계사 박창하 대표 절세 효과‧인생 플랜 두 마리 토끼 부의 승계전략으로 모두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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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가만히 앉아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경제신문은 생계 걱정에서 해방된 행복한 한국인을 위한 특별 신년기획 [돈 神]을 준비했습니다. 각 분야 돈 굴리기에 달인들을 모시고 한국의 노후 재원 마련 방법을 망라하고 한계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장을 엮으려 합니다. 연금부터 투자 상품까지 분야별 달인들의 독특한 생각과 비법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은퇴 준비 시작하시겠습니까? [편집자 주] |
"증여할 수 있을 때 증여하고 마음 편히 지내세요. 나이 들어 재산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더욱 힘들어집니다. 재산에 대한 재산세, 종부세, 소득세 등의 부담이 스트레스를 가지고 오죠.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주고 남은 노후는 편하게 지내는 것이 건강에 좋습니다. 백세시대에서 '오십에 시작하는 증여 플랜'이 적당하다고 본 이유죠."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평균수명 증가로 증여와 상속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칭 '세무 전문가'들의 잘못된 절세 방안과 조언으로 인해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대기업 대주주들이 누리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무사이자 공인회계사인 박창하 동아송강회계법인 대표는 책 <오십에 시작하는 증여 플랜>을 통해 산업‧업종 동향, 재무 구조, 증여자·수증자의 성향까지 고려한 입체적인 절세 플랜을 제시했다. 그는 "증여는 절세 효과뿐 아니라 본인의 인생 플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최근 증여‧상속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주로 부모들이 상담하러 왔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자녀들이 상담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그는 부모 세대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 상한선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부모에게 증여받기 위해 40대에 상담을 시작했던 고객이 있습니다. 그는 5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상담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아직 현역이기 때문이죠. 만약 자녀가 40대 이후에 증여나 상속을 받는다면 그 재산은 이미 쓸모가 없습니다. 자녀 입장에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상속세를 납부하고, 얼마 안 있어 이 자산을 자기 자녀에게 증여해야 합니다. 결국 돈은 써보지도 못한 채 세금만 많이 내고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죠."
박 대표는 세무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는 속설이 있다고 했다. '증여를 마친 사람이 장수한다'는 이야기다. 무거운 짐을 미리 벗은 사람이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평화로운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
"돈이란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많은 분이 돈을 인생의 목적으로 두고 이 돈을 지키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한국에서는 집 하나 있고 생활비로 쓸 돈만 있으면 노후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홀가분한 인생 2막을 위해서라도 증여를 미리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최근 한국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많은 자산가들이 생겨났다. 박 대표에 따르면 보통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으로 100억원이 넘으면 자산가라고 한다. 하지만 200억원 정도의 부동산을 갖고 있고 월세를 웬만큼 받는다 해도 담보대출이자,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를 납부하면 사실상 여유가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 월세 전액이 이자와 세금 비용으로 들어가는 것.
"그렇다고 통장에 예금만 가지고 있을 수도 없죠. 이자도 적고 금융종합과세 대상이 되어 불안하니까요. 증권사의 주식 연계 상품에 가입하면 하루하루 주식시장 등락에 불안하고 새벽에 미국 주식이 폭락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 일쑤입니다. 자산가들은 이러한 근심과 불안을 누구에게 토로하기도 힘들어요. 주변에 얘기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 것이고, 그렇다고 자녀 등 가족에게 말하기도 어렵죠."
그는 이 모든 것은 재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했다. 재산이 없으면 고민도 없다는 것. 즉, 고민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노후를 위해 꼭 필요한 자금만 빼고 증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에게 조금 빨리 재산을 물려준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물론 이 또한 걱정이 많으실 거예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증여세율이 무지막지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테니까요. 세율 50%라니, 공포스러운 숫자입니다. 하지만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겁낼 일만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금은 커집니다. 막다른 길에 이를수록 세금이라는 폭탄을 피해 갈 방법이 거의 없는 거죠. 빨리 시작할수록 세금을 피할 방법이 많고 효율적입니다.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타나요."
'증여'가 대세인 시대
아파트‧주식으로 보는
상속과 증여의 차이점
상속은 사망을 원인으로 재산이 이동되는 것이고 증여는 생존한 당시 증여자의 의사에 의해 재산을 수증자에게 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본인 생전에 재산을 주는 것이 증여, 사후에 재산을 주는 것이 상속이다.
"상속과 증여의 가장 큰 차이는 우선, 시기의 조절 가능성입니다. 두 번째는 상속은 여러 명이 받으니 '누가 가질 것인지'를 놓고 싸울 수 있지만 증여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상속의 경우) 망자로서는 자녀들이 기뻐하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자녀들은 당연히 받을 거 받았다고 생각하고 본인 몫이 큰지 적은지에 관한 관심만 있을 뿐이겠죠. 반면 증여는 내가 팔아서 현금으로 자녀들에게 나눠주므로 훨씬 환영받을 수 있고, 법인을 만들어 자녀를 주주로 등재하고 월세를 배당해 준다면 매월 부수입이 생기는 경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박 대표는 현재 한 압구정 아파트 시세가 40억이라고 가정하고, 이를 자녀에게 상속했을 때와 증여했을 때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55세인 아버지가 20대 중후반인 외동 자녀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아버지가 압구정동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데 100세까지 산다고 친다면 45년 동안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거죠. 그럼 자녀는 70대가 돼서야 아파트를 상속받는 거예요. 아버지가 진작 자녀에게 넘겨주고 그 돈으로 (자녀가) 유학을 가든 카페를 차리든 빌딩을 사는 게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재산은 잘 굴려서 불릴 수 있는 사람한테 빨리 주는 게 나아요. 아파트를 끝까지 가지고 있다가 돌아가시게 되면 자녀로선 40억 하던 아파트가 45년 뒤 200억이 되고, 거기에 세율을 곱하면 80억이 나오므로 그만한 상속세를 내야 하는 거죠. 미리 증여했다면 증여세만 내고 아파트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현재 상속증여세 법체계는 60세쯤 사람이 사망하는 걸로 가정한 체계죠."
그는 주식도 예로 들며 상속과 증여의 차이를 설명했다.
"상속은 가업상속, 증여는 가업승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정한다면 가업상속은 30년 이상 피상속인이 사업할 경우 600억까지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업상속을 하는 경우에는 중소기업은 상속세 부담이 없습니다. 다만 상속세는 사업과 관련하지 않는 자산에 대해서도 부과되므로 대주주의 경우에는 상속세를 없애기를 원합니다. 실질적으로 사업하는 대주주는 회사 주식뿐만 아니라 기타 자산 보유액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대주주들이 사망하는 연령이 80대 후반~90대이므로 상속하는 시기도 많이 늦어져 자녀가 원하는 방식의 경영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증여는 미리 이뤄지고 경영권 승계도 되므로 증여세는 미리 납부하더라고 자녀가 원하는 스타일의 경영이 가능합니다. 능력 있는 자녀가 경영을 맡는다면 기업의 성장이 더욱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자녀 위한 최적의 증여 플랜
본인 노후 계획도 함께 짜야
박 대표는 최적의 증여를 위해선 'seed money'(시드머니), 즉 종잣돈을 강조했다.
"20대 초반 자녀에게 '몇억'을 미리 줘야 합니다. '시드머니'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 자금으로 증여세를 납부할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소득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증여세 납부액을 증여하면 이 금액에도 증여세를 부담해야 하므로 자녀가 소득이 있어야 증여가 쉽게 가능합니다."
그는 상속‧증여는 단순히 절세 문제가 아니며 자녀와 미래 계획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쉽게 결정하고 이행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 따라서 회계사‧세무사와의 단편적인 질의응답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1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본인의 방향성을 잘 세워야 합리적인 자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에 대한 컨설팅을 할 경우 그분의 성향, 자녀의 특성‧상황, 사업의 내용‧전망, 본인의 계획 등 모든 면을 고려해야 하므로 단편적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의사결정은 20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에서 자문하는 것도 한정된 범위에서의 제안이므로 면밀한 검토가 장기간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 대표에게 증여란 무엇인지 묻자 '노후를 대비하는 플랜 중 하나'라며 '활기차고 평화로운 노후 준비'라고 답했다.
"우리는 노후를 대비해 미리 계획을 세우죠.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건지,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어떤 운동을 할 건지, 연금 등 소득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건지 등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이 중 한 가지가 증여입니다. 대한민국 자산가 여러분들이 미리 증여계획을 세우고 조기 증여를 통해 홀가분하게 노후를 맞이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