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김종인의 매직” 이번에도 성공할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당 염증이 지지로 이어질지 의문 선거 다가올수록 무당층 비율 줄어 金 메시지 전략, 기적 일어날 수도

2024-02-27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개혁신당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전달한 당 옷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개혁신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을 맡게 됐다. 애초에 김 위원장은 개혁신당의 공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공관위원장직에) 관심 없다.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개혁신당행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종인 위원장은 “정당 소생술사”, 혹은 “여의도 차르”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선거를 이끌었을 때, 승리한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정치판에서 항상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2017년 대선 국면에서는, 친문 세력과의 주도권 갈등에서 승리하지 못해 결국 탈당한 바 있고, 그 이후 3지대 세력화를 도모했지만 이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참패했었고, 지난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대선 후보의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윤 후보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중도에 해촉됐었다. 이런 사례들은 “김종인 매직”이 항상 승승장구하지만은 않았음을 보여준다.

“매직”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마술 도구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마술 도구를 잘 이용할 수 있는 마술사의 능력이다. 이런 기준으로 “김종인 매직”을 평가하자면, 김종인 위원장은 “도구”만 있으면 빠른 시간 내에 도구 사용에 숙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그런데 마술 도구에 문제가 있다. 선거에서의 마술 도구는, 정치 환경과 풍부한 인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현재 개혁신당에 우호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돼 있고, 풍부한 인적 자원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개혁신당을 둘러싼 정치 환경을 평가하자면 이렇다. 흔히 양당제에 대해 신물 내는 유권자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양당을 싫어하는 유권자들이 진짜 많은지, 그리고 이들의 양당에 대한 염증이 3지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문제다.

지난 23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례 자체 조사(지난 2월 2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5.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개혁신당의 지지율은 3%를 기록했고, 무당층의 비율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무당층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자체 정례 조사 기준으로 보면,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2023년 8월 넷째 주부터 무당층의 비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번 총선 시기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무당층의 비율은 줄어든다. 무당층은 양당을 혐오하는 계층이지만 정치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양당 중에 그나마 덜 싫은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은 특히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무당층이 투표장에 나가면 양당 중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제3당의 정치적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환경이 이렇다면, 김종인 위원장이 아무리 탁월한 “선거의 마술사”라고 하더라도, 성공적인 마술을 보여주기 힘들 수 있다. 물론 김종인 위원장이 탁월한 메시지 전략가라는 차원에서 보자면, 개혁신당의 메시지 관리는 성공적일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이런 측면만 가지고 이번 총선에서 개혁신당을 승자로 만들기는 힘들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치 환경이 워낙 안 좋고, 가용 인적 자산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정치판처럼 변화무쌍한 무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종인 매직이 또 한 번의 기적을 만들 수도 있다. 우리가 마술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싶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3지대의 성공을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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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