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좁다"···해외 진출 속도내는 대형마트

이마트,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해외 진출 롯데마트, 현지 직진출 통해 K-푸드 선봬 홈플러스, PB상품 수출로 몽골 시장 진출

2024-02-26     류빈
몽골 이마트 4호점 내부 모습 /이마트

국내 대형마트가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국내 시장은 내수시장 침체와 함께 더 이상 점포 수를 늘리기는 힘든 포화상태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 선제적인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특히 K-유통 모델을 현지에 그대로 적용하고, 한국 음식과 식재료를 선보이는 등 한류 열풍을 발판 삼은 전략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2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라오스,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진출하는 추세다.

다만 진출 방식은 다르다. 이마트는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 계약한 후 가맹 사업 및 브랜드 운영권을 라이센싱하는 방식인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을 택했고, 롯데마트는 현지 직진출해 점포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매장을 운영하지는 않으나 해외에 PB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마트,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현지 공략


이마트는 2016년부터 베트남·몽골·필리핀에 프랜차이즈 계약을 진행해 현지 시장에 진출해 있다. 2016년 진출한 베트남에서는 현지 파트너사 타코 그룹과 손잡고 베트남 이마트 3개점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7년 만에 약 3.5배 성장했다. 한국산 농산물과 K-푸드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매장 내 '숍인숍' 형태로 이마트 대표 PL인 ‘노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몽골 이마트는 현지 기업인 알타이그룹과 협약을 통해 현재 4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현지 매출은 2016년 대비 약 9배가량 증가했다. '한국형 쇼핑 문화'를 원하는 몽골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오픈한 몽골 이마트 4호점을 공간 구성부터 판매 상품과 매장 내 입점 테넌트까지 ‘한국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한국산 제품 수출 증대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2019년 진출한 필리핀 노브랜드 전문점은 점포수가 17개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라오스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국내 대형마트로는 최초 진출이다. 약 750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라오스는 소형 마켓 및 재래시장 중심의 문화로 아직 대형마트가 없어 잠재력이 크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지난 22일 라오스 현지에 위치한 엘브이엠씨홀딩스(코라오그룹)의 투자회사인 ‘UDEE.CO.,Ltd’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마트와 계약을 체결한 ‘UDEE.CO.,Ltd’는 올해 하반기 이마트 1개점, 노브랜드 3개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이마트 20개점, 노브랜드 70개점 오픈이 목표다.

인니·베트남 직진출한 롯데마트
홈플러스, PB 수출로 몽골 공략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롯데마트가 지난 2008년 10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진출했다. 인도네시아 지역 특색을 반영한 36개 도매형 매장과 12개의 한국식 소매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인도네시아에서 도매와 소매 점포를 동시에 운영하는 이유는 도매 매장에서 다량의 상품을 구매 후 이를 섬에나 마을 등에서 다시 판매하는 소매 구조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대도시와 고속도로 지선 상에 도매점과 소매점을 적절히 배치해 늘려가며 물류 거점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법인은 팬데믹 기간이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8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고 영업이익은 150억원으로 39.4% 증가했다.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50호 세르퐁점 /롯데마트

최근에는 롯데마트가 국내에서 주력하고 있는 식료품 특화 매장 모델을 해외시장에 접목하고 있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 간다리아점을 그로서리(식료품) 전문 매장으로 재단장했다. 그로서리 전문 매장은 롯데가 마트와 슈퍼 통합에 이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다. 롯데마트는 간다리아점의 식료품 매장 면적을 기존보다 20% 늘려 전체의 80%까지 확대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내 구매력이 높은 중상류층과 MZ세대 사이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을 반영해, 즉석조리 특화 매장 '요리하다 키친'을 중심으로 직영 베이커리 '풍미소', 자체 피자브랜드 '치즈앤도우' 등 간편식 매장을 전면에 배치했다. 요리하다 키친은 개방형 주방으로 조리 과정을 공개하고 떡볶이, 김밥, 양념치킨 등 한국 대표 음식과 인도네시아 요리 등을 함께 선보인다. 신선식품 매장에서는 현지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철 과일을 항공 직송으로 선보인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시장에 2008년 진출해 호치민시에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을 오픈한 후 올해 기준 1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가 내려진 2020년과 2021년도를 제외하고 해마다 1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트남에서도 PB상품의 경쟁력, 델리카 코너의 K-푸드 구색 강화, 점포 기반의 온라인 그로서리 강화, 베트남에서 재배되지 않는 한국 과일을 직소싱 판매하는 등 차별화를 통해 현지 경쟁력을 높였다.

홈플러스는 아직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진 않으나, 몽골 현지 할인점에 홈플러스 PB 브랜드인 홈플러스시그니처의 가공식품 및 생필품 등 200여 종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몽골 시장은 제조업 인프라가 부족해 생필품도 수입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에 생산 단가를 낮춰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해 수요가 높은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 유통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선진화가 돼 있고, 한류 및 K-푸드의 열풍도 있어서 한국에 대한 문화 자체가 해외 현지에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준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유통에서도 받아들이는 수용성이 이전에 비해 더 높아졌다”며 “그래서 해외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고, 현지 소비자에게 우리 유통을 알릴 수 있는 계기와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